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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65872
    작성자 : 인큐버스
    추천 : 353
    조회수 : 3065
    IP : 122.33.***.2
    댓글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7/05/16 13:37:42
    원글작성시간 : 2007/05/16 13:17:17
    http://todayhumor.com/?humorbest_165872 모바일
    '누나의 결혼식날 친구때문에 울었습니다.'
    저는 20대 후반의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그리고 제겐 거의 20년 가까이된 친구가 한명 있지요.



    지금은 거의 서로 만나질 못합니다만, 그 친구와 저의 이야기입니다.







    친구는 그럭저럭 부유한 편인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게다가 외동아들인지라 집에서 아들에게 조금도 아낌이 없었으니



    고생이라고는 전혀 모르고 살았다고 할까요.



    반면에, 저는 평범한 수준의 집이었고 약간 엄격한 편이었던지라



    궁핍한 용돈으로 조금은 가난하게 자랐다고 하겠습니다.







    제작년말쯤,



    친구의 아버지는 원래 하시던 일을 접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셨습니다.



    일종의 사행성 도박장이지요.



    다들 기억하실겁니다. 바da2야기라고...



    여기서 돌을 던지실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하지만,



    작년 초, 당시만 하더라도 이게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무지때문에 불법인지도 모르고 있었던 거지요.



    이게 꽤 수입이 좋자, 친구의 아버지는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셨고



    그러다보니 체인점 점포를 세개나 열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지만,



    제 친구녀석...자기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자기가 그동안 모아둔 돈에다가, 아버지에게 조금 도움을 받고, 은행에서 융자받고



    돈이 조금은 모자란 모양이더군요.



    저에게 돈을 빌려달랍니다.







    20대 중후반의 나이라면.. 다 그렇듯이



    큰돈은 없습니다.



    군대다녀오고 대학교 졸업하면 이미 20대중후반이니까



    기껏해야 직장경력 1~2년차이지요.



    당시엔 제게 모아둔 돈이 1300만원가량이 있었고,



    친구에게 1200만원을 빌려줬습니다.







    그렇게 친구도 하나의 점포를 소유하게 되었고,



    사업을 하기엔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사장이라는 호칭을 달게되었습니다.



    친구의 아버지는 세개, 친구는 한개



    그 집에서 총 네개의 가게를 가진 거지요.



    아무튼 한동안은 꽤 괜찮았던 모양입니다.



    수입이 생기자 제게 돈을 갚겠다더군요.



    전 그 돈이 급할 것도 없고



    친구 융자받은것도 있으니



    제 돈은 나중에 갚아도 좋으니까 걱정말고 은행융자부터 갚으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친구가 융자를 갚아나가던 어느날



    작년 여름, 터졌습니다. 바da2야기 사태가...







    사람 인생 무너지는거 한방이더군요.



    떳떳한 일이 아닌것은 알고있었지만, 불법인지도 모르고 있었던 일인데



    현실은 참 가혹한 모양입니다.



    친구집안은 졸지에 빚더미더군요.



    1200만원... 제게 정말 큰 돈입니다.



    그 돈을 받을 수 없으리란걸 직감했고,



    사람 마음이 정말 간사한게



    졸지에 망한 친구보다, 제돈 1200만원이 먼저 떠오르더군요.



    아니,



    정정하겠습니다. 사람마음이 간사한게 아니라, 단지 제가 나쁜놈이기 때문이죠.







    아무튼, 그렇게 친구녀석은



    신용불량자가 되었습니다.



    마땅히 취업도 잘 안되는 모양이더군요.



    많이 힘들었을겁니다.



    하지만, 정말 고마운 건



    친구사이에도 돈떼먹고 도망가고 잠수타고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고



    그런 이야기들도 너무 많이 들려오는 세상입니다만,



    그 친구는 제게 최소한 한달에 한두번씩은



    자기가 먼저 꼬박꼬박 연락을 하네요...



    미안하다....



    돈 생기면 꼭 니돈부터 갚겠다....



    니 돈부터 갚았어야 했는데, 융자부터 갚았던게 한이다....



    이런 얘기 할때마다 뭐라 할말이 없더군요.



    그래서 차라리 제가 이런 얘기가 나오면 얼른 화제를 다른쪽으로 바꾸고



    그냥 태연한 척 했습니다.







    저라고 왜 속이 타지 않겠습니까...



    왜 저라고 아무렇지도 않겠습니까...







    제가 태연한 척 했던 건



    그 돈이 제게 작은 돈이어서가 아니라



    제가 내놓으라고 윽박지르지 않더라도



    그 친구가 분명히 언젠가는 잊지않고 갚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돈...



    이미 받았습니다.

    생각합니다.







    얼마전 저희 누나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



    그 친구는 힘들고, 바쁘고, 돈도 없을테니까



    부담느낄까봐서 일부러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한달에 한두번씩 연락을 하지만,



    전 지금도 그 친구에게 제가 먼저 연락을 못합니다.



    이유는... 글쎄요... 왠지 제가 먼저 연락하기가 조금 그렇더군요.



    자꾸 돈달라고 하는 것처럼 느낄까봐서요.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누나의 결혼식에 친구를 부르지 않았습니다만,



    이녀석이 어디선가 소식을 듣고 찾아왔네요.



    찾아와서 축의금봉투를 내밉니다.



    전 '얘가 돈이 없을텐데....' 하며 조금은 의아했습니다만,



    나중에 봉투를 열어보고 눈물이 나더군요...







    이만 팔천원이 들어있었습니다.



    돈이 없으면 2만원만 내도 좋았을 겁니다.



    만원짜리 두장, 오천원짜리 한장, 천원짜리 세장이 들어있었습니다.



    천원짜리까지 들어있는 축의금 봉투...







    친구는 자기가 가진 모든 돈을



    천원짜리까지 모두 내고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래... 내가 빌려준 돈...이걸로 다 받았다...' 싶더군요.



    그렇게 그 이만팔천원으로...



    제가 친구에게 빌려줬던 돈...



    이미 모두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한번도 해보지 못한 말을



    지금 처음으로 말해봅니다.



    사랑한다. 친구야...



    (출처 : '누나의 결혼식날 친구때문에 울었습니다.' - Pa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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