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마음 달래려 주절주절... 반말 죄송합니다. 양해바랍니다.
올해 5월에 대구에 사는 사촌언니가 예비형부와 함께 내려왔다.
언니는 돌아가신 둘째 큰아버지 소생으로. 고생을 많이 하고 살았는데. 늦은 나이지만 좋은 남편감을 만났다고. 결혼식에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에 우리 아빠의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걷고 싶다 하였다.
결혼식은 가을이었고. 아빠는 조카의 행복을 기뻐하며 흔쾌히 허락 하셨다.
아빠... 우리 아빠...
오형제 중에 넷째로 태어나 열네살부터 돈을 벌기 위해 현장에 나가고. 큰형이 내팽개친 조카들과 부모님까지 열명의 식구를 건사하려고 사우디에 갔던 내 아빠.
돈 버는 족족 송금해 줬더니 장가 밑천 한 푼도 남기지 않고 할아버지가. 큰 형이 다 써버려서 결혼할때 그야말로 빈털털이 였다고. 엄마가 하도 못 먹고 식구들만 챙겨서 내 위에 형제를 유산하고 병원에 누웠는데 할머니가 영양제값 아깝다고 그 돈도 안 쓰더라고...
아빠가 그렇게 키워준 사촌 오빠는 경찰이 되었는데. 자기들 버린 친아빠한테 아직까지 질질 다니고. 오빠네 하나있는 아들은 발달장애아인데. 경찰을 이십년 넘게 해먹었으면서 집도 날리고. 전세금도 날리고. 이 한심한 인간아. 우리 아빠가 키워준 은혜 갚으라 한 것도 아니고 니 가정 잘 지키라 했는데 어쩜 그렇게 살고 있니. 니 필요할 때만 삼촌 삼촌하고. 내가 니네 부자 보면 간에 천불이 난다.
니 동생 군대가서 죽고 그 보상금 다달이 타 먹고 평생 일 안하고 그렇게 산 느네 아버지나. 니나. 전부 우리 아버지 피 빨아먹은 기생충이지. 안 그래? 너넨 양심이 있니?
아빠가 5년전에 암수술하고. 이번에 또 다른데 암 걸렸는데. 어쩜 그러니.
큰아버지들 삼촌. 전부 어쩜 우리한테 이러니.
전부 우리 아빠 인생을. 청춘을 너희가 갉아먹고. 부모자식 떠넘기고 그렇게 살았으면서 어쩜 이러니.
우리 아빠는 나에게 미안하데. 딸 생일마다 암걸렸다는 소식 듣게 하고. 병수발 들게 하고. 학비도 제대로 못 해줬다고.
왜 우리 아빤데.
이제 그만 고생 시켜. 제발 그만해. 제발...
5월에 언니들이 다녀가고 받은 정기검진에서 위암발견해서 수술 할려니 심장혈관 터지기 직전이라 위암보다 심장이라고. 그래서 위는 3개월~6개월 기다려야 한다고.
그동안 아빠랑 내가 사는게 아니었어. 잠이 뭐야. 밤마다 우리 아빠 살려달라고. 우리 가정 살려달라고 울면서 지샜다고.
내가. 내 친구 죽고. 방황하다가. 겨우 찾은 삶의 이유. 내 꿈 이루고자 빚더미에서 맨손으로 시작해서 일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그 빚 다 갚고 이제 좀 사람답게 사나했더니...
정말 죽고싶더라. 아빠가 끝까지 돈 걱정해야하는 이 현실이 미치겠고.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 시작 할 수만 있으면 죽도록 공부해서 안정적인 직장 잡을텐데하고 지금까지 노력한 나 자신을 부정 하고.. 그게 너무 괴로워. 내가 너무 미워... 죽고 싶어.
아빠...
아빠 제발 조금만 더 살아주라...
아빠 없으면 나 어쩌라고.
제발. 아빠 나 두고 가지마...
수술을 기다리며 살얼음판을 딛는 와중에 이상한 꿈을 꿨다.
아빠의 손을 잡은 내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비병으로 가득 찬 병원 로비에서 기분 나쁘게 웃으며 아빠의 수술을 종용하는 의료진과 싸우고. 거기에 제일 무섭게 생긴 여자와 기싸움을 해서 이기는 꿈이었다.
현실에서도 아빠를 지키고 싶고. 지금 내 바람은 아빠의 쾌유와. 가정의 평화 뿐이다.
시술은 성공적이라 했다. 아빠도 부작용 없이 잘 적응 중이시다. 다음주 초에 조직검사결과가 나온다. 부디 진행없고 전이없는 암이길.
더이상 아빠가 고통받지 않길. 우리 가족이 평안하길.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