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유일한 사회고발성 시사 프로그램인 (현장21) 폐지를 추진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복수의 SBS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웅모 SBS 보도본부장은 23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보도국의 조직개편과 함께 시사 프로그램 (현장21) 폐지안을 보고했다. 메인 뉴스인 (8뉴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장21)에 투입된 인력을 수혈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을 생략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 매주 화요일 밤 8시 55분에 방영 중인 SBS의 시사 프로그램 '현장21'이 폐지 위기를 맞았다. ('현장21' 홈페이지 캡처)
SBS 보도제작부 기자들이 만드는 (현장21)은 2011년부터 방영됐다. 1997년 시작해 700회를 돌파하며 SBS 대표 시사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던 (뉴스추적)은 (현장21)의 전신이다.
(현장21)은 지난해 ‘응급실은 응급상태’, ‘의문투성이 우면산 복구’, ‘충격! 스마트폰 도청 실태’ 등을 방영해 화제를 모았고, 최근에는 ‘가짜 베스트셀러’ 편을 방영, 출판사의 사재기 형태를 고발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역사 왜곡, 특정 지역 비하 등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는 ‘일간베스트’ 문제를 지상파에서는 처음으로 집중적으로 다뤄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장21>)기자들은 23일 성명을 내어 “보도제작부 (현장21) 기자들은 지상파 방송에서 보도제작 프로그램을 없애겠다는 본부장의 독단적 판단에 참담함을 넘어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들은 “수시로 시간대를 변경하고 프로그램 이름을 바꾸는 등 보도국 외부에서의 온갖 탄압에서도 버텨왔던 이유는, 탐사보도와 보도제작이 기자로서 지켜야 하는 보도의 중요한 축이라 생각하는 신념 때문이었다”며 “이 축을 없애려는 이웅모 보도본부장의 행태는 기자들의 의지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장21)은 지상파 방송 본연의 책무인 ‘보도’ 프로그램인 만큼, 프로그램의 존폐 및 발전 방안에 대해 보도국 구성원들의 의사를 폭넓게 수렴하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거쳐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이웅모 보도본부장은 보도제작부 구성원 단 한 명에게도 전혀 의견을 묻지 않았다”며 “기자로서 엄청난 모욕과 수치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21) 취재기자 일동은 본부장의 프로그램 폐지 기도가 SBS 기자들의 가치와 역사적 전통을 무시한 본부장의 독단적 오판이라고 규정,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기자협회·SBS 노조 ‘폐지 반대’ 의사 강력 표명
SBS 기자협회 역시 22일 성명을 내어 (현장21) 폐지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SBS 기자협회는 “(현장21)은 창사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 온 SBS 보도제작의 명맥을 잇는 프로그램”이라며 “(8뉴스) 경쟁력을 이유로 프로그램 폐지 논의가 불거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21) 폐지안 검토 및 보고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실제로 폐지가 진행될 경우 모든 방법을 통해 이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종 SBS 기자협회장은 24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보도국 수뇌부 쪽은 '8시대에 MBC와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당장 신규 인력 채용이 어려우니, 내부적으로 인력을 재배치해야 하지 않느냐. 기획취재팀, 탐사보도팀을 줄여 뉴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프로그램 폐지가 의견 수렴 없이 이루어진 것은 드문 일”이라고 밝혔다.
하현종 기자협회장은 “([현장21] 전신인) (뉴스추적)도 갑자기 보도국 수뇌부들과 회사 차원에서 프로그램 폐지를 주장해 기자들이 강력 반대한 끝에, (뉴스추적)은 폐지하되 매거진 형식의 (현장21)로 바꾸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았다”면서 “이번에는 대체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폐지 이야기가 나와 굉장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하현종 기자협회장은 “메인 뉴스가 담당하는 축이 있듯, 탐사보도 프로그램 역시 ‘아젠다 세팅’, ‘심층보도 기능’ 등이 있다”며 “요즘 탐사보도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8뉴스)에서의 심층성, 탐사성 강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작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SBS 기자협회는 27일 긴급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현장21)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30일에는 기자협회 전체 총회를 열 계획(잠정)이다. 사내에 (현장21) 폐지안이 보고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기자들은 사내게시판의 자신의 이름을 걸고 (현장21) 폐지 반대글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남상석, 이하 SBS본부)도 (현장21) 폐지 사안을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24일 사측에 방송편성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신승이 SBS 노조 공정방송위원장은 같은 날 통화에서 “(현장21)을 흔들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있었으나 폐지를 이야기한 것은 처음”이라며 “SBS 이미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기자들이 방송 기능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 시사 프로그램의 폐지를 이렇게 쉽게 얘기한다는 것에 기자들뿐 아니라 회사 차원의 조합원들도 충격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승위 공방위원장은 “(8뉴스)의 심층성 강화 필요성과 인력 부족 문제에 동감하지만 그 해법이 왜 시사 프로그램 폐지여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라며 “오늘(24일) 사측에 방송편성위원회를 요청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스는 (현장21) 폐지 추진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이웅모 보도본부장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이하 생략..
원문링크
http://kimjonghee.blogspot.kr/2013/05/sbs-21.html
사측에서 폐지할려는 와중에 현장21측에서 연예병사 사건 터트린 듯..
그러든가 말든가 현장21측 주력 기자들 타부서로 보내 버리고 폐지수준 밟는 거 같음 ㅎㅎ
'현장21'서 연예병사 취재로 이름을 높인 김정윤 기자가 갑작스레 타부서 발령을 받아 논란이 예상된다.
2일 한 관계자는 "김정윤 기자가 어제(1일)자로 갑작스레 인사발령을 받아 오늘(2일) 타부서로 옮기게 됐다. 특별한 이유 없는 전출에 주변 사람들도 의아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기자는 보도제작부 소속에서 정책사회부로 옮겼다. 김 기자 외에도 4명의 중견급 기자들이 갑자기 모두 타부서로 전출됐다.
-갑자기 타 부서로 발령났다고 들었다.
"오늘(2일)자로 기존 보도제작부에서 정책사회부 소속으로 바껴 보건복지부 취재를 담당하게 됐다. '현장21'에서는 1년 11개월 정도 일했다. 이번 인사는 구성원들이 원한 바는 아니다. 미리 공지도 없었다."
-지금 심경이 어떤가.
"개인적인 감정이나 미련은 없다. 다만 저 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현장21'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현장21'이 최근까지 폐지논란에 휘말려 있었기에, 어떻게든 프로그램을 지켜내고 싶었다. 최근 '연예병사' 관련 보도를 통해 프로그램 이름도 많이 알렸고, 동료들끼리 서로 격려도 많이 했다. '연예병사' 뿐 아니라 굵직한 현안들에 대해 '한 번 잘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아쉬울 뿐이다."
-방송 나가고 내부 반응은 어땠나.
"아주 좋았다. 이 아이템은 '한밤의TV연예'에서도 내보내려다가 무산된 적이 있었다. 기자들은 모두 '좋은 아이템이었다'고 말해줬다. 다만 일각에선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들었다. 외부에서도 각종 격려와 취재요청 메일이 쏟아졌다."
-현재 '현장21' 상황은 어떻나.
"팀원이 13명에서 9명으로 줄어들었다. 주로 10~15년차의 실무 인력들이 빠져나가게 됐다. 원해 1시간 3꼭지를 인력 감소를 고려해 1시간 2꼭지로 바꾼다고 하더라. 선후가 바뀐 것이 아닌가 싶다. 사전 논의도 없이 이렇게 바꾸는 게 말이 안 된다. 결국 프로그램을 고사시켜려는 수순이 아닌가 하는 시선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