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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654063
    작성자 : 오리롱
    추천 : 14
    조회수 : 1273
    IP : 222.109.***.39
    댓글 : 65개
    등록시간 : 2016/08/22 03:05:12
    http://todayhumor.com/?gomin_1654063 모바일
    흙수저가 살아남기 힘든 세상
    남들 다 쉽게 가는 해외 여행,
    나는 기회가 없어서 다른 나라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흙수저의 삶이란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 모를 퍽퍽함과 절망으로 뭉쳐 있다
    이건 단순한 고난요소1이 아니라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단점이자 덫이다
    흙수저를 극복하든 극복하지 못하든 간에 상관없이



    나는 그나마 부모님께 꽤나 좋은 머리와 근성을 물려받았다 
    천재는 아니지만 수재 소리는 들으며 자랐던 것 같다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 따위를 얘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이것마저 없었다면 이 늪을 벗어날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을 말하는거다



    고등학교 시절엔 성적 높은 학생들을 모아놓은 반에 속해있었다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그곳의 다른 친구들은 꽤나 잘사는 집 아이들이었고
    당연하게 필요한 사교육과 넉넉한 용돈이 주어졌다
    그 와중에 나는 교과서만 보고 공부해 성공했다는 개같은 미담 따위를 떠올리며
    난 똑똑하니까 과외 같은건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합리화했던 것 같다
    그 친구들보다 앞설때는 왠지 모를 승리감을 맛보기도 했다



    대학교를 합격하고 고등학교에 플랜카드가 걸렸을때 학년 주임은 나를 보고는 "개천에서 용이 났다"고 했다
    "전 개천에 산적이 없어요"라고 당당히 받아칠 힘이 있었던 그 당시 나는 몰랐다
    주변 사람들이 나의 위치를 바라보는 시선을.



    좋은 대학교를 가니 더 좋은 환경을 가진 사람들이 넘쳐났다
    학비 걱정이 없어 장학금을 신청하지 않는 친구,
    다양한 경험을 쌓아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친구,
    부모님이 누구나 들어도 알법한 사람인 친구들.
    나는 용돈을 받을 수 없어 서너개의 과외를 돌리며 학교를 다니면서도
    난 과외 선생님으로 꽤나 능력있다고 생각하며 뿌듯해했다
    더 잘난 능력, 더 잘난 환경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예전보다는 더 큰 노력이 필요했고
    나는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다



    그리고 내가 원하던 직업을 가지고 꿈을 이뤄가는 지금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못사는 애들은 여유가 없어서 정이 안 간다는 악의없는 말을 들으며 일상생활을 한다
    이곳 사람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내가 접해보지조차 못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나는 지쳤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산을 넘어야 하는 걸까
    산을 넘었는데 왜 또 산이 나오는걸까
    고생 끝에 낙이 오는 줄 알았는데 고생 다음에는 다음 고생이 기다리고 있다
    흙수저는 분수를 알고 계단 오르기를 중단해야 하는걸까
    지금 내게 성취는 쓴맛이다 다음 단계는 또 얼마나 내게 쓴 맛일까



    최근 앓게된 일상적인 우울감에 상대적 박탈감이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난 실제로 점점 초조해지고 성격에 여유가 없어지고 있다
    물론 난 살아남기 위해 또 노력할 것이다
    절망만 하고 있다가는 이 늪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으니..



    예전에는 꼭 원하는 인생을 이뤄내서 남들에게 롤모델로서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누군가 성공하기 위해 뭐가 필요하냐 따위를 물어보면
    당연히 수저죠 라고 대답할 것만 같다
    내가 해온 노력과 고생을 남들에게 소개조차 하고 싶지 않다



    내일을 준비하며 내가 속한 그룹의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생각들을 여기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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