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만나 조금 위로받고 싶고, 대화하면서 다른 생각하고 싶은데...
약속이나 한 듯 모든 약속이 취소됐어요...
넋두리 좀 할게요...
처음 만날 때, 저는 24이었고 그녀는 18이었어요.
개인적인 일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라 어린 그녀가 더 새로웠죠.
호기심으로 시작된 만남은 이성의 감정으로 발전했고, 서로 진심이라 확신한 순간 진지하게 만나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전쟁에 나가는 장수처럼 비장하게 그녀의 부모님을 만나뵙고 허락을 구했죠.
어머님께서는 잠시 당황하시더니 웃으면서 우리 사이를 허락해 주셨어요.
그렇게 우리 연애가 시작했어요.
무뚝뚝한 그녀와 말 많은 저, 6살이라는 나이 차이보다 미성년자여서 더 이상하게 보이는 우리는
남들 시선 다 신경 안쓰고 정말 행복하게, 즐겁게 연애했어요.
고등학교에 찾아가서 놀래켜주고, 교복입고 저 찾아오고, 우리 사이가 독특해서 할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 참 많았어요.
롤을 좋아하던 그녀와 같이 결승전도 보러갔어요. 둘다 실력은 형편 없지만 너무 즐거웠어요.
대학생이 되었을 땐 기숙사로 짐도 날라주었고, 여행도 정말 자주 다녔어요.
서로의 집에 자주 찾아가서 가족들도, 친척까지도 다 알고 지냈네요.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신기하게도 싸운적이 한번도 없었네요. 표현을 잘 안하는 그녀는 묵묵히 참고 견뎠나봐요.
시간은 흘러 그녀는 24살이 되었고, 저는 30이 되었어요.
당연하게도 우린 서로 결혼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지방에서 공무원이 되었고, 그녀는 서울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여기서부터 조금씩 틀어지게 된 것 같아요...
일이 끝나면 그녀를 만나 장을 보고 같이 요리하면서 대화하구, 가끔씩은 근처 맛집에가서 밥을 먹고 영화도 보는
그런 소소한 결혼생활이 꿈이었어요. 그렇지만 우린 장거리가 되어버렸죠...
이 문제를 언젠간 진지하게 얘기할 날이 올거라 생각은 했어요.
늘 생각했어요. 주말 부부가 되겠지만 괜찮았어요.
그녀는 같이 있고 싶은 사람보다, 곁에 없으면 안될 것 같은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녀는 아니었나봐요...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나봐요.
취업 준비에, 우린 자주 못보는 상황이라 많이 힘들었겠죠.
오랜 연애에 지치기도 했었나봐요. 이제 저에 대한 마음이 없더라구요.
처음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을 때 덤덤했어요.
조금은 예상했던 일이었거든요.
그리고 나서 일주일 후에 만났어요. 6년 간의 긴 여행을 마무리하는 순간이었어요.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울더라구요. 미안하다며..그냥 계속 울었어요.
우리 상황이 문제라면 극복가능하다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나에 대한 마음이 떠났더라구요...
눈물 흘리는 그녀를 보며, 저도 아무말도 할 수 없었어요. 그저...
고생했다고 다독이다 왔어요...
그렇게 우린 헤어졌어요.
우린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연인이라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과의 인연도 지금 그녀를 만나기 위해 겪었던 과정이라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다 똑같네요. 우리도 흔한 연인이었고, 슬프고 힘든 일을 겪는 보통의 사람들이었어요.
함께한 흔적이 너무 많아 정리가 안되네요.
내 세상은 무너졌는데 모두들 너무 똑같은 일상에 행복해 보여요.
술을 마셔도 해소되지 않아요. 그리움만 더 쌓이네요.
많이 힘드네요.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겠지만, 그 시간이 언제까지일지 두려워요..
그래도 다행인건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진 않았어요.
그녀는 저에게 정말 소중했고, 많이 표현해주고 아꼈어요.
후회없이 사랑했지만, 그만큼 많이 힘드네요.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에요. 오늘로써 헤어진 지 2주가 됐네요...
외롭고 쓸쓸해요..
귀한시간 내주셔서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다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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