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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1650003
    작성자 : 칼로시아
    추천 : 8
    조회수 : 481
    IP : 27.100.***.67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7/10/23 15:50:42
    http://todayhumor.com/?freeboard_1650003 모바일
    와이프가 울면서 출근을 했습니다.
    며칠전 와이프 사무실 인근에서 아기냥이 우는 소리를 들었답니다.
    보기에는 대략 4~50일정도 된 녀석이었는데 담 너머에서 잘 움직이지도 않고 코는 땅에 처박고 앵앵거렸다 합니다
    어미가 데려가겠지 그러고 뒀는데 그 다음날까지 같은 녀석의 울음 소리가 들리길래 불쌍해서 일단 사무실로 데려왔다 합니다.

    사무실에서 사료도 좀 먹이려고 하니 잘 안먹고, 근처에 펫샵도 없어서 애기분유를 사서 진하게 태워서 먹여보려 해도 안먹어서
    어린고양이가 먹는 참치사료 같은걸 마트에서 사서 먹이니 좀 먹더라는군요.

    우리 집에서는 애완동물을 키우지 못합니다. 집주인이 애완동물은 못 키우게 했거든요. 
    이 때문에 와이프가 처음에 동물구조센터같은데 먼저 연락을 했는데 완전 애기가 아니면 길고양이는 자기들이 맡아주지 않는다고 그러네요.
    새끼냥이 크기를 자로 길이를 잰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더니 이미 많이 컸다고 안받아준다고 그랬답니다.

    그래서 사무실에 일단 박스를 하나 주워서 밑에 수건을 깔고 따뜻한 물통도 수건에 감싸서 집에 넣어주고 퇴근했습니다.
    근데 퇴근하고 집에 왔다가 저녁 9시경에 아무래도 불안한지 사무실 좀 같이 가자고 그래서 또 출근아닌 출근을 저랑 같이 했습니다.
    갔더니 애가 비실비실하길래 아무래도 안될거 같아서 일단 집으로 데려 왔습니다.

    지금 제주에 사는데 주말에 사실 육지로 나가려고 비행기 표까지 예매를 다 해놓은 상태에 이 녀석이 덜컥 들어오니 주말에 그냥 놔두고 다녀올 수가 없어서 비행기까지 취소하고 주말에 돌봐주기로 했습니다.

    집에서는 전기방석 위에 박스를 올려두고 수건 하나 깔아주고 돌봐줬습니다.
    그랬더니 이녀석이 비실비실거리면서도 손만 대면 고로롱고로롱거릴 정도로 마음이 안정되었습니다.
    박스옆에 제가 누워 있으면 가슴위로 슬금슬금 기어 올라와서 얼굴이랑 입술도 깨물거리고 할짝거리는 애교덩어리였네요.
    잠도 잘 자고 배변도 잘 하는거 같은데 영 잘 안먹는거만 빼구요. 
    펫샵에 일부러 이녀석을 데리고 가서 상태를 살짝 보여주고 뭘 먹여야할지 물어봤는데 어린강아지나 고양이가 공용으로 먹는 우유같은게 있는데 먹여보라고 주더군요.
    잘 안먹을까봐 애기동물 젖병도 사가지고 들어 왔는데. 그냥 주니 역시 조금 할짝거리다 말길래 젖병에 넣어서 강제급유를 했습니다.
    가끔 토하기도 하고, 설사를 좀 하는거 같기도 하고.. 어떤때는 정상변을 보는거 같기도 했는데..
    일요일 오후부터 고로롱거리지도 않고 좀 더 비실거리는거 같아서 좀 걱정이 되었습니다. 박스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 기운도 없이 잠만 자는거 같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저녁에라도 하는 병원을 찾아서 전화를 해보니 24시간 병원은 있는데 일요일은 대부분이 놀더군요.
    할수 없이 내일(그러니 지금은 오늘) 병원에라도 내가 데려가겠다 했습니다.

    근데.. 자고 일어나니 와이프가 울고 있더군요. 
    새끼냥이가 죽었더군요. 
    새벽 4시쯤에 야옹거리길래 배가 고파서 그런가 싶어서 와이프가 깨어나 설탕물을(이때쯤은 다른 먹이를 거의 입에도 안대던차라) 젖병에 담아서 입에 흘려넣어줬는데.. 입을 몇번 찹찹거리다가 기운 없이 눕더랍니다. 그러고는 다시 못 일어났다고 그러네요..

    사실 저는 예전에도 집에서 개나 고양이를 키워봤었고, 애완동물의 죽음을 몇번 경험했던지라 그래도 좀 침착할 수 있었는데 와이프는 이런 죽음을 맞이하는게 처음이었던지 무척이나 슬퍼하더군요.
    귀를 대보고 심장박동과 숨이 멎은걸 확인하고 신문지로 고이 싸서 이른 아침부터 집 인근 언덕에 묻어주었습니다.

    그러고 집에 왔다가 와이프를 차에 태워 출근을 시켜줬는데.. 눈에서 계속 눈물이 흐르더군요.
    사실 저도 그때는 애써 침착했는데.. 오후되니 자꾸 생각이 나서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샵 가서 먹을거 사지말고 바로 병원으로 데려갔어야 했나 싶은 후회도 들고.. 마음이 착잡합니다.

    오유에 글 잘 안쓰는데 오늘은 괜히 위로 좀 받고 싶었나 봅니다.

    저녁에 와이프 뭐 맛있는거라도 좀 사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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