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도착했나
아니 아직 가고 있겠네
반가워 나는 니 남자친구의 얼굴을 뒤집어 쓴 쓰레기야
우리 처음 만났던 때 기억나니
내가 너한테 고백했을 때 진짜 기쁜 듯이 웃었던 니 얼굴이
아직도 내 눈 앞에 선하다.
어디 있다가 이제 왔냐면서 내 볼을 꼬집던 니가
우리가 100일이 되기도 전에 유학을 가버렸네.
나는 그걸 알고 연애를 시작하긴 했지만.
사실 나는 쓰레기였어
나도 곧 무언가를 준비하기 위해 어딜 가야 하는 상황에서
너무나도 외로웠기에 그 한 3개월 동안 연애할 상대를 찾고 있었지.
그러다가 참 첫인상이 좋구나 하는 느낌을 받고
널 그 3개월, 내 외로움을 채워줄 사람으로 생각하고 말았다.
딱 그 3개월만 환상을 지켜주며 연애를 한 후에
니가 유학을 가고 나면 흐지부지 헤어지게 되겠지 이런 생각에 말야.
내 연애 첫 상대도 너는 아니었어.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이미 갈 데까지 간 상황이었고
그때 당시에는 너무 사랑했었으니까. 같이 자기도 했다.
그 아이의 집착에 질려버려서 내가 이별을 통보했었지.
너는 나를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남자로 알고 있었지만
나는 클럽과 술땜에 밤을 새는 녀석이었어.
딱히 원나잇을 노리진 않았지만
그냥 모르는 여자들 사이에서 노는 게 좋았지.
그렇게 한 한 달쯤 연애...를 하고 나니까
나는 내가 이상한 걸 느꼈어
친구놈들이 클럽에 가자고 나를 꼬셨지
근데 내 입에서 나온 소리는
'여자친구가 싫어하니까 안 갈래.'
이 말을 하고 나 엄청 놀랐다?
그렇게 노는 거 좋아하고 너를 엔조이로만 생각했던 내 입에서
니가 싫어하니까 안 하겠다는 말이 나온 거야.
사실 변화는 그 전부터 있었어.
다른 여자들이 눈에 안 들어왔고 오히려 멀리하게 되었고
니가 싫어하는 행동은 안 하려고 노력하는 내가 보이고
사람들이 내 표정을 보고 밝아졌다고, 이제 사람됐냐고 물었어
나는 그냥 글쎄요 이러고 넘어가긴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널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더라.
그리고 우리가 저기 속초로 놀러갔을 때
포켓몬 잡을 생각에 네 얼굴이 상기되어 있을 때였잖아.
그때 내가 버스에 지갑을 두고 내렸고 나는 당황했어
내가 너한테 왜 내가 낼테니까 더치페이 하지 말라고 한 줄 아니?
빚을 지기 싫어서 그랬던 거야
그런데 너는 내가 지갑을 잃어버려 멘탈이 박살 났을 때
나를 안아주며 뭐라고 했었니,
오늘은 나한테 맡기고 지갑은 잊어버리라고 했었지?
속초에서 들었을 데이트비용을 결국은 니가 다 내고 말았어
나는 화장실에 가서 울고 말았어
나는 너를 그냥 엔조이, 3개월간 가지고 놀 사람으로만 생각했는데
너는 나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상대로 보고 있었잖아
너무나도 내가 싫어져서 펑펑 울고 말았어
그리고 너는 내가 이 모든 이야기를 너한테 했을 때
나를 또 안아주고 등을 토닥여주면서 말했어
괜찮다고. 내가 널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뭐가 걱정이냐고
이제 너도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냐고
설령 엔조이였다고 해도 나는 괜찮았을 거라고.
그 날부로 나는 결심했어
니가 유학 갔다 올 때까지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게
정신 차리고 공부해서 대학원까지 다 마치고
반드시 내가 원하는 직업 얻어서 너 기다리고 있을게
일년, 오년, 십년도 상관없어.
니가 거기서 새로운 사람이 생겨서 나를 떠나더라도
나는 괜찮아 너만 행복하면.
그러니까 우리 꼭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