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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16453
    작성자 : SowHat
    추천 : 13
    조회수 : 3533
    IP : 121.149.***.18
    댓글 : 16개
    등록시간 : 2014/06/19 15:53:36
    http://todayhumor.com/?history_16453 모바일
    청나라에서 돌아온 조선의 여인들, 환향녀.
    1637년 1월 30일, 인조는 남한산성을 나와 오랑캐라고 불렸던 여진에게 항복을 한다.

    "우리 임금이시여, 우리 임금이시여. 우리를 버리고 가십니까.” - 인조 15년(1637년) 1월 30일

    궁궐로 돌아가려는 인조를 향해 만여 명의 사람들이 울며 부르짖었다. 또한 여진에게 사로잡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병1.jpg


    “적에게 사로잡혀 욕을 보지 않고 죽은 자와 바위나 숲에 숨었다가 적에게 핍박을 당해 물에 떨어져 죽은 자들이 얼마나 되는 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은 ‘(빠져죽은 여인들의) 머리수건이 마치 연못물에 떠 있는 낙엽이 바람을 따라 떠다니는 것 같았다’고 했다.” - 연려실기술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수많은 여인들이 죽었다. 사대부뿐만 아니라 천민의 아내와 첩까지 모두 자결을 하였다. 심지어 어머니와 할머니의 자살까지 강요한, 강화도 함락의 장본인의 아들인 김진표는 가족을 버리고 혼자 살아남았다.


    "경성에 사는 백성이 가장 혹독하게 화를 당해 남아 있는 자라고는 단지 10세 미만의 어린이와 나이 70이 넘은 사람들뿐인데, 대부분 굶주리고 얼어서 거의 죽게 되었습니다." - 인조 15년(1637년) 2월 3일

    돌아온 임금과 문무백관들이 목격한 것은 참혹함 그 자체였다.
    백성의 거처들은 모두 불에 타 전소되었고 길거리에 시체들이 즐비했다. 이 상황에서 어느 신하가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는가?
    하루가 지나기 전에, 임금을 따르던 자들이 가족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나 조선의 임금은 아무도 처벌하지 않았다. 그는 만백성의 어버이였기에 부모로서 책무와 개인의 양심에 비추어 이 사단을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했다. 그래서였을까. 그 옛날, 왜란으로 먹을 것이 떨어진 백성들이 인육을 먹었던 혈루와 같은 사태에 직면한 경험이 있는 조선의 조정은 재빨리 시체 수습에 매진한다. 그리하여 썩어가는 시체를 묻어주기 위해 장정들을 동원하였다.


    “우리나라 사람으로 오랑캐의 포로가 된 자가 반이 넘고 각 진영 안에는 여자들이 무수했다. 이들이 발버둥치며 울부짖으니 청나라군이 채찍으로 휘두르며 몰아갔다.” - 연려실기술

    60만명이 여진의 청으로 끌려갔다. 소현세자는 조선을 떠나는 날에 마중 나온 신하들을 뒤로 한 채, 말에게 길을 재촉하지 않고 우두커니 있었다. 그러자 여진의 장수가 세자의 말을 사납게 끌고 갔다. 세자와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손에 이끌려 딸려 갔다.
    그들 중엔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아내이면서 관직 유무에 상관없이 여느 사람의 귀한 딸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사대부의 여인들이 정묘호란 때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다수가 전리품으로 취해졌다. 청은 전리품을 조선의 사대부들에게 되팔아 돈을 벌 생각으로 인질과 포로를 데리고 갔다.


    "신(최명길)이 전에 심양에 갔을 때 속환하기 위해 따라간 사람들이 매우 많았는데, 남편과 아내가 서로 만나자 부둥켜 안고 통곡하기를 마치 저승에 있는 사람을 만난듯이 하여, 길 가다 보는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또 신이 심양의 관사에 있을 때, 한 처녀를 값을 정하고 속(贖)하려고 하였는데, 청나라 사람이 뒤에 약속을 위배하고 값을 더 요구하자 그 처녀가 돌아갈 수 없음을 알고 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죽고 말았습니다. 이에 끝내는 그녀의 시체를 사가지고 돌아왔습니다. " - 인조 16년(1638년) 3월 11일

    조선은 여진의 칸(왕)에게 간곡히 부탁하여 1천 6백여 명을 다시 고국으로 쇄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공짜는 없었다. 여진의 청은 조선에게 점점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천정부지로 몸값이 상승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국가가 나서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돈이 있는 자들은 뒷돈을 더 줘서라도 자신의 가족들을 어서 빨리 데려 오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돈 없고 힘이 없는 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었다. 평범한 백성들은 돈이 없어 가족을 먼 이국 땅에 버려두고 와야만 했다.
    하지만 도망쳐 나온 자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도망도 그때 뿐. 배고픔과 추위에 얼어 죽은 사람이 많았다. 설령 목숨을 부지하여도, 사나운 자에게 사로잡혀 인신매매의 대상이 되었다. 사로잡힌 이들의 대다수는 부녀자였다.

    그렇지만 2만 오쳔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돌아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과 생환의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그때 뿐이었다. 요컨대 여인에게 있어서 기쁨은 몽상가의 헛소리에 불과했다.
    환향녀를 기다리는 것은 가족이 아닌 순결과 정절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힐난이었다.


    "장유(張維)가 예조에 단자를 올리기를 “외아들 장선징(張善澂)이 있는데 강도(江都)의 변에 그의 처가 잡혀 갔다가 속환(贖還)되어 와 지금은 친정 부모집에 가 있다. 그대로 배필로 삼아 함께 선조의 제사를 받들 수 없으니, 이혼하고 새로 장가들도록 허락해 달라.”고 하였다.
    전 승지 한이겸(韓履謙)은, 자기 딸이 사로잡혀 갔다가 속환되었는데 사위가 다시 장가를 들려고 한다는 이유로 그의 노복으로 하여금 격쟁하여 원통함을 호소하게 하였다." - 인조 16년(1638년) 3월 11일

    상반된 상소가 조선의 조정에 올라왔다. 누구는 자신의 아들이 이혼하는 것을 허락해달라는 것이고, 다른 이는 사위가 이혼하려는 것을 막아달라는 것이다. 모두 청나라에 끌려갔다가 돌아온 여인들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조선의 조정은 끝장토론을 하였다. 새로 장가를 들거나, 새 며느리를 맞으려는 자들에게 임금의 재가가 꼭 필요한 상황에서 이 논의는 짚고 넘어가야할 필수불가결한 의제였기 때문이다.
    이 싸움에서 인조는 선조의 선례와 최명길의 간곡한 청을 받아들여 이혼을 금지하였다. 그런데 조선의 사대부들은 이를 듣지 않고, 아니 명을 어기고 너도 나도 이혼을 했다.
    장유의 이혼 상소도 2년 뒤에 장유의 아내가 올린 호소문으로 인해 결국 이혼을 허락 받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1640년에 있었던 이 호소문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이젠 사대부의 며느리까지 내치고 아들들이 새로 장가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시류가 이렇게 흐르자, 많은 부녀자들이 나무에 목을 매거나 강에 몸을 던져 죽었다.

    예상치 못한 것인지, 알고도 그리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조선의 조정은 사태의 급박함을 인지하고 '정절을 되돌려주는 강'이라고 불리는 강들을 각 고을마다 정해서, "그 강물에서 몸을 씻으면 정절이 다시 되돌아오니 절개를 잃었다고 질책하지 말라"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인 궁여지책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현재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홍제천이다.

    세정의식.png

    그러나 구색만 갖춘 이 임시변통을 어느 백성이, 사대부들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그들은 정절을 잃은 여인이라고 다시 낙인이 찍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언저리에서 죽은 자들이 많았다. 도성에 거주했던 환향녀는 다시는 도성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변두리에서만 머물며 매우 궁핍하게 살다가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결국엔 어느 환향녀도 존중받지 못했다. 


    "나(임금) 한 사람의 죄 때문에 모든 백성에게 화를 끼쳤다. 그리하여 죄 없는 백성을 모두 다른 나라의 포로가 되게 하여, 아비는 자식을 보호하지 못하고 지아비는 지어미를 보호하지 못하게 하여 어디를 보든지 간에 가슴을 치고 하늘에 호소하게 하였다. 백성의 부모가 되어 책임을 장차 누구에게 전가할 것인가." - 인조 15년(1637년) 2월 19일

    "슬프다.일제히 찾아 내어 결박하여 보내기를 도적들을 대하듯 하여, 자식은 부모를, 남편은 아내를 이별하고 있다. 서로가 헤어질 때에 정리가 극도에 달하여 스스로 목매어 죽기도 하고, 혹은 일부러 굶어 죽기도 하며, 심지어는 수족을 잘라 이별을 보류하려는 자도 있다. 그리고 추위와 굶주림에 괴로움을 당하여, 가는 도중이나 옥중에서 죽는 자도 많이 있다. 아, 이번 일을 당한 백성들이 아무리 나를 꾸짖고 원망한다 해도 이는 나의 죄이니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 인조 19년(1641년) 1월 2일

    역사의 패턴은 반복된다. 하지만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는다.
    역사적 위기를 겪은 뒤에, 살아남은 자의 의무는 과거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
    과연 조선의 임금과 사대부들은 위기지학에 힘써야 한다는 퇴계 이황같은 사람이 아니였던 것일까.
    진정성 있는 사과문은 진정성 있는 언행에서 나온다.
    설령 임금이 사과는 했을지언정 당사자들은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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