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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림을 좋아합니다. 중학교 때도 그림만 주구장창 그렸고.. 부모님께서도 별 말씀 안하셨죠 왜냐하면 벼락치기 덕분에 상위권을 유지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었어요. 부모님의 반대로 그만뒀지만요. 사실 저도 돈 때문에 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쉽게 포기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과학 쪽으로 나가기로 결정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그림 그릴 시간이 별로 없더라고요. 집에 돌아와서도.. 최대 30분 정도? 그것도 숙제 없는 날이어야지 숙제가 있으면 2시 훌쩍 넘겨서 잠드니까.. 그리지도 못하고요. 뭐 그리려면 그릴 수야 있겠지만 어우 저는 최소 5시간은 자야겠더라구요. 지금 이런 글 쓰고 있는 시점에서 물건너갔긴 한데... 다 쓰면 딱 4시간 자겠네요 ㅡㅡ;;
아무튼 그림 그릴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너무 그림에 대한 욕구가 강렬해지는 거예요. 집중 안 될때마다 내 손을 그리고 있고.. 책상 필통 그리고 있고... 게임 캐릭터 그리고 있고.. 연필로 묘사.. 아이 얼굴 할아버지 얼굴... 뭐 그래도 어찌어찌 참으면서 견디고 있었는데...
중간고사를 치고 나서 맥이 탁 풀리더라구요. 90점 밑으로 내려가본적 없었던 수학.. 그런데 고등학교 들어와서 친 첫 중간고사.. 58점이 말이 됩니까? 4등급을 맞아버렸어요. 이대로 가면 과학 쪽으로 못 갈 게 분명했죠. 그림도 포기했는데 과학까지 포기하면 정말 남은 게 없어요. 제가 흥미있어하는 분야가 그림>>>>>>>>>>>>>>>>>>과학>>>역사>대다수의 과목아러... 그래서 정말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는데... 어느 순간 저는 게임을 하고 있더라구요 17년 인생 처음으로 벽에 부딪혀 상심이 컸나봅니다.. 인생 최악의 점수... ㅎㅎ 그래도 어떻게 해서 이번 기말고사에 수학 점수를 68점까지 끌어올리긴 했지만... 너무 성에 안 차더라구요 80점 맞을 줄 알았는데.. 문제집 5번이나 풀었는데... 뭐 변명이죠 변명 ㅋㅋ 게임을 한 순간부터 열심히 한 게 아니니까요 아무튼 그냥저냥 지내다가... 오늘 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한 말은 그냥 배경 설명이고.. 지금부터 제 고민을 적겠습니다.
그림을 핑계로 공부를 회피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진로를 그림 쪽으로 정하고 싶은 건지 헷갈립니다.
저는 중간고사 이후로 하루 세 끼 꼬박꼬박 먹으려면 일단 공부를 해야 되겠다 느끼고 공부만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림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죠. 대학 들어가서 취미로 그리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공부를 계속 하다 보면 지겹잖아요. 쉬지도 않고 계속 복습과 복습을 반복하고. 그래서 정 안되겠다 싶을 때.. 그런 날에는 쉬는시간에 쉬었어요. 그림 그리면서요. 그런데 너무 좋은 거예요. 너무 행복하고 재밌어서... 하늘을 날아갈 것 같더라구요 꿈에 부풀어서... 초여름 즈음 남색 하늘이랑.. 거대한 하얀 구름... 그 밑 하얀 옷 입은 아가씨를 태양이 비추는데.. 옷에 생기는 그 청회색 그림자 색칠할 생각에... 그리고 노을 그릴 생각에.. 분홍 주황으로 물든 얼굴 칠하고.. 검은 그림자 쫙 늘일 생각에.. 또 주황색 바다.. 노란빛 반사하는 그 반짝거리는 바다.. 너무 좋고... 눈 위로 연보라 발자국 찍힌 것도.. 밤에 비 오는 날 물 흐르는 벽돌.. 벽돌이 가로등 빛에 젖어서... 흐릿하게 반사하는... 그래서 그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오늘 배운 내용 대충 복습만 하며 풀라는 수학 문제집은 안 풀고 계속 그림만 그리고... 그러면서 딴생각이 드는 거예요. '아, 내가 진정으로 원한 건 그림 그리는 게 아닐까? 내가 밥을 못 먹더라도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 공부가 지겨워서 그림 그리는 게 재밌는 거지, 그림으로 다시 진로를 바꾸고 계속 미술학원에서 입시미술 하다 보면 또 지겨워질 거고, 그럼 또 나는 공부를 원하는 거였어!! 이러면서 갈팡질팡하게 될 게 뻔해. 그러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거잖아!'
아니 무슨... 어릴 때 자주 보던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 마음 속에 있던 천사와 악마가 나와서 '이건 뭐야!' '아냐 이건 뭐야!' 하고 싸우는 것도 아니고.. ㅡ,ㅡ 여기서 천사와 악마를 가를 수 있겠느냐만은..
그래서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공부를 계속해서 수학 성적을 끌어올린 뒤 과학 쪽으로 진로를 계속 이어나가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한 번 고민해보는 게 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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