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30 넘기면서 그동안 여러 애완동물을 키우다보니...
이제는 개나 고양이들도 사람만큼 애정이 가게되더군오..
이제는 외할머니댁에 키우는 동물도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릴때부터 항상 묶여만 있고 매년마다 집지키는 개들이 바뀌는 걸 봐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순간 왜 개들이 바뀌나 깨닫는 순간 소름이 돋더군요.
외할머니께서는 매년 복날마다 개장수에게 팔아 넘기시고
다시 이웃집에 새로운 개를 낳으면 얻어 키우는 식이였죠.
외할머니는 연세가 80이 넘으셔서 인지... 옛날 사고방식 즉, 동물 = 식용 개념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래서 개장수가 와서 싼 가격에 넘기라고 요청하면 덥썩 넘기시죠..
2년전 부터 이런 시스템(?)을 늦게나마 깨닫고 한마리의 누렁이를 키우시길래...
용돈도 드리겠으니 이 손자 봐서라도 절대 팔지 말아달라 신신 당부를 하고
주말마다 찾아가 (할머니 시골댁까지 승용차로 30분거리) 목줄을 풀어
개를 산책 시켜줬습니다.. 1~2주에 한번씩이였지만
그 누렁이를 풀어줄때마다 웃는 표정으로 팔짝팔짝 뛰는게 ...
보기만 해도 제 기분이 좋더군요...
그러다 여차저차 지구반대편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외에 가서 1년이상 머물게 되었고..
더이상 개를 돌볼 수 없게 되었죠. 추운 겨울 잘 보내라고 새 집도 사주고
출국을 했는데... 그렇게 딱 1년후 그 누렁이가 전염병에 걸려 죽어버렸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3달후면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안타깝더라구요...
외할머니께 왜 병원 안보냈냐.. 화낼 수도 없고
그저 개장수에 팔지 않고 2년 여생을 평범하게 보내게 한것으로도 감사했죠.
그렇게 한국으로 입국하고 다시 외할머니집에 방문하니...
떡하니 새로운 개 3마리가 있더군요.. 먹는사료 ... x 싸는 양을 보니... 어마어마한데
왜 3마리를 또 받았냐 외할머니께 여쭤보니...
이웃집에서 대형견이 새끼를 낳았는데
그걸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개가 죽고 없는 할머니께 떠넘겨 버리더랍니다.
외할머니께서는 역시나 팔걸 염두 하고 받으신것이구요..
예감은 좋지 않았지만...
일단 매주말마다 찾아가서 x 치우고 산책시키고... 사료 사가고...
그렇게 몇달 지내다보니 결국 여름이 되었죠..
아니나 다를까...그 불안했던 예감은 딱 맞았습니다.
저번주부터 외할머니 표정이 거의 울상이 되시며 말씀하시더군요..
"개가 너무 많아서 밥주기도 힘들고 x치우는것도 너무 힘이들다 하나만 팔자 "
저번 누렁이 때문에 괜한 죄책감이 생겼는데...
이번에 또 시련을 주시니 ... 막막하더군요..
제가 하루종일 키우는게 아니라서 뭐라할 처지는 아니고...
요즘 몸도 안좋아서 병원 다니시는 외할머니말을 반대하기가 힘들더군요.
사는집이 아파트이고 고양이 두마리를 키우는 중인지라 답이없고...
일단 어머니, 저, 와이프 3명이서 집에 돌아 오기전에 외할머니께 사정사정하고 오긴했는데...
이제는 이번주말에 외할머니를 찾아뵙기가 상당이 겁이 나는 상황이 되버렸습니다.
혹시나 한마리 몰래 파신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죠...
와이프는 만약 팔았으면 절대 누굴 팔았는지 말하지말고 당분간 외할머니댁은 안간다 난리구요...
여러모로 답답한 상황입니다.
저번달에 어미 잃은 새끼고양이를 데려다 기부금도 내면서 동물보호소에 맡겼더니..
2주후에 찾아가보니 병에 걸려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그 새끼 고양이를 보살폈던 주변을 확인 보니 정말 열악해서...
왠만하면 그쪽이 맡기기도 걱정 되구요...
개밥 자동으로 주고 x치워주는 그런거 어디 없을까요...
똥개지만 저희 갈때마다 반겨주는 녀석들이 눈에 아른거려...
요즘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고...정말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