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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aby_1638
    작성자 : 기적이있기를
    추천 : 34
    조회수 : 12142
    IP : 117.53.***.53
    댓글 : 214개
    등록시간 : 2014/06/19 22:25:19
    http://todayhumor.com/?baby_1638 모바일
    제 아이가 영아연축이라는 병이 생겼습니다.
    저는 흔하디흔한 대한민국의 30대 중반 직장인입니다.
    2년전 6월 와이프와 1년반이 조금 넘는 연애끝에 결혼을 하였고
    작년 9월에 그토록 원하던 딸이 태어났습니다.

    올해 1월중순 쯤이었습니다. 
    와이프가 갑자기 아기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거 같다고 이야기를 하였는데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겼었습니다.

    그런데 1월말 쯤해서부터 밤에 잠자기 전에 유독 심하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낮잠 잘때는 괜찮은데 말이죠...
    안기도하고 데리고 밖으로 나가기도 하고 별짓을 다해서 겨우겨우 재웠다고 와이프가 하소연을 하는데
    사실 제가 그때는 한창 바쁠때여서 퇴근하면 12시, 잠깐 눈붙이고 6시에 출근하던때라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크게 신경을 안쓰고 "잘 달래줘~" 그냥 이렇게만 말하고 말았습니다.
    원래부터 잠투정이 좀 있었던 아이였던지라 잠투정 심해졌다고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너무 울면 그냥 지쳐서 잘때까지 놔둬" 라고 와이프한테 얘기하기도 했구요

    와이프가 동네 소아과에 검진(?)차 갔다가 우연히 동영상으로 촬영했던 아이의 이상한 행동을 
    의사한테 보여줬더니 병명이라던지 다른 얘기는 없이 바로 큰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고 합니다.
    삼성서울병원을 예약해놓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더니 뇌성마비 뭐 이런글들을 보더니 놀라서 
    저한테 전화를 했는데 전 그 때까지도 와이프의 호들갑으로 별일 아니겠지 했었습니다.

    회사에는 연차를 내고 다음날 삼성서울병원으로 갔습니다.
    의사를 만나러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회사에서 오는 전화를 받으며
    "제가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왔는데 이제 들어가봐야 해서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러고 들어갔는데...

    의사를 만났는데 이상한 행동을 찍었던 동영상을 보더니 영아연축 같다고 하였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동네소아과에서 진료의뢰서에 이상한 영어로 알아보기 힘들게 쓴게 영아연축의 영문병명이었어요...Infantile spasms) 

    생전 처음 들어본 병명인지라 "그게 뭐예요?" 했었는데
    의사의 설명을 듣고나니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기분이 었습니다.

    금요일이었던 그날 당장 오후에 뇌파검사를 하였고 월요일인 오전에 외래를 보기로 하였는데
    경황이 없어서 이렇게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될거 같아
    인터넷을 뒤져보니 세브란스에 소아뇌전증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인 의사가 있다고 해서 예약을 잡으려고 했는데 
    워낙에 유명한 의사여서 2~3달을 기다려야 만날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도저히 그때까지 가만히 기다릴수도 없고 
    사실 아이가 태어나기전부터 뇌에 물혹(지주막하 낭종)이 있어서 서울대병원에서 출산을 했고
    태어난 직후에 MRI도 이미 찍어놓은것도 있어서 서울대병원에 문의를 해보니 월요일 오후에 진료가 가능한 
    교수가 있다고 하여 예약을잡고 월요일 오전에 삼성서울병원에서 영아연축(웨스트 증후군) 확진받고
    오후에 서울대병원으로 갔습니다.

    서울대병원에서 삼성병원에서 뇌파찍은 걸 보더니 전형적인 영아연축이라면서 
    완치는 10%정도고 나머지 90%는 지체장애가 동반하여 특수학교를 보내야 한다고 말해주는데
    눈물을 참을수가 없었습니다.

    입원을 해서 검사를 좀 더 해보게 일단 응급실로 가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때 응급실을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와이프는 제가 대성통곡을 하면서 아이를 안고 응급실로 가서 주변사람들이 다 쳐다봤다고 하더라구요...

    그날 입원을 해서 24시간 비디오뇌파 검사를 했는데  
    원래 아기 뇌속에 지주막하 낭종이라는 물혹이 있었는데 이건 상관이 없어보이고 
    결국 원인은 모르겠는데 원래 뇌전증의 경우 특별한 원인이 없는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구요...

    약물치료를 하자고 하면서 4일을 보낸 후 퇴원하고 외래로 다니면서 관찰하자고 하였는데
    집에 돌아오니 아이 발작이 점점 심해지는거 같고 토요일 밤에는 애가 30분단위로 깨고

    발작도 계속하고 점점 강도도 심해져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일요일 밤에 응급실로 갔습니다.
    먼저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갔는데 그 유명하다는 의사는 기다리는 환자가 너무 많아서
    응급실로 들어가면 그 의사한테 진료를 못받는다고 하고 한번 담당의사가 정해지면 바꿔주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유명하다는 의사는 연결이 안되고 다른 의사를 만났다가는 나중에 후회할 거 같아서 
    다시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갔는데 응급실에 도착해서도 발작을 계속 하였는데 
    해준거라고는 밤새 포도당 링거 하나 놔주고, 와이프랑 밤을 꼴딱 새면서 기다렸는데
    전공의가 와서는 투약 용량을 증량시키자고 하면서 집에가라고 하더라구요...

    지금이야 이 병이 원래 이런거라 이 방법밖에 없구나 하는걸 이해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너무나 화가나고 답답해서 더이상 이 병원만 믿고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에 전화해서 예약담당자를 붙잡고 예약을 앞당겨 달라고 사정사정했는데 안된다고 하시다가
    천우신조로 비어있는 시간대가 생겨나 3월초에 그 교수님을 뵐 수 있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에 가기 직전에 회사에 3개월 휴직을 신청해서 다행히 허락을 받았고
    사실 아이가 태어났어도 그냥 나는 나였고 딸이 태어난거였는데
    병원에서 제 이름이 아닌 OO아빠로 불리면서 제가 정말 부모가 되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난 다음날부터는 입원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사브릴, 센틸, 소론도라는 약을 썼는데...
    뇌전증은 뇌의 특정부분에서 과한 전기를 발생시켜 발생하는 병인지라 
    항경련제가 뇌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여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는데...

    사브릴은 시야협착이 일어나는데 약을 끊어도 회복되지 않지만 어렸을때부터 먹어서 불편한거없이 살수있다고 하고 
    센틸이라는 약은 가래가 끓기 시작하고 아이가 잠을 안잤습니다.
    하루에 30분에서 길면 2시간 정도로 3~4번 정도를 자는데 멜라토닌을 사서 먹여봐도 효과가 없었고
    아이가 안자니 와이프와 저도 잠을 못자서 정말 피곤했었습니다.
    이 약에 적응해서 밤에 잠을 잘자는데 1달 반이 넘게 걸렸구요...
    소론도는 스테로이드 계열이라 오래쓰는것 자체가 몸에 안좋다고 하구요...

    이렇게 약을 써봤는데도 차도가 없어
    결국 케톤생성 식이요법이란 것을 시작하였습니다.
    당분을 제한하고 지방을 섭취하여 지방을 분해할때 나오는 케톤유도체 물질이 항경련 작용을 한다는건데
    식이요법이 약물치료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치료법이라고 해서 시작하였습니다.

    조금 큰 아이들은 실제로 올리브유와 참기름을 들이마셔야 하는데
    우리 아이는 아직 어려서 케토니아라는 특수분유를 먹였습니다.

    케톤식이요법을 한달 반을 넘게 했는데도
    경끼가 조금 줄었다뿐이지 멈추질 않아 다시 엑세그란, 페노바비탈, 데파코트, 토파맥스라는
    약을 하나하나씩 추가해 가면서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케톤식이요법을 하면서도 경끼가 잡히지 않으니 항경련제 5~6가지를 같이 먹이는데...

    식이요법을 하면 탈수가 쉽게 온다고 해서 수액을 계속 맞고 있으면서도 탈수 예방제를 먹이고
    특수분유가 몸에 맞지않아 몸에 두드러기처럼 발진이 생기니 항히스타민제를 먹이고
    기름만 먹다보니 중성지방이 높아져서 중성지방을 줄여주는 약을 먹이고
    센틸이라는 약때문에 가래가 생기니 거담제를 먹이고, 
    엑세그란이라는 약은 땀이 안나게 해서 아이 체온이 올라가다보니 패혈증이 올 수 있다고 항생제를 먹이는데 
    항생제를 먹으니 장의 좋은 균까지 죽어서 설사를 죽죽 해대고 설사를 하니 지사제를 먹이고
    데파코트라는 약은 혈소판 수치가 감소한다고 하는데 너무 낮게 떨어져서 수혈 직전까지 가고
    토파맥스라는 약은 식욕을 감퇴시켜 아이가 아무것도 먹지 않으려고 해서 영양제도 맞고...

    이런 약을 먹이면서 약물농도나 다른 검사를 위해 매일같이 혈액을 채취하는데
    이제는 간호사분이 더이상 찌를 혈관이 없다고 할 정도고
    근육은 당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당 공급이 안되니 식이요법 3달도 안되는 시간만에
    아이 팔다리에 근육이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몸이 연체동물이 된것같이 힘이 하나도 없어요...

    식이요법과 약을 병행해서 썼는데도 발작이 멈추지를 않아서 
    주치의가 아무래도 수술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한다고 하는데
    부모입장에서 수술은 하고싶지 않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봐달라고 얘기를 했었는데
    결국 수술밖에 답이 없다, 더이상 약을 써보는건 무의미하다고 하네요...

    휴직기간이 끝나서 다시 회사에 출근은 하고 있지만 머리속은 온통 헝클어져 있고 
    갑작스레 휴직을 한게 주변분들에게 너무나 미안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손에 일이 잡히지도 않고 정말 마음만 답답하네요...

    아이의 뇌에 지주막하 낭종과 Neuronal heterotopia라는 구조적인 이상이 있는데
    정확한건 정밀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병소로 의심되는 곳이 운동중추가 있는 부분이라 수술을 하게되면 많은것들을 포기해야할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제 9개월된 아이의 뇌를 잘라낼지 말지 선택을 해야하는데
    정상적으로 완치될거라는 희망을 내손으로 날려버리는것 같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속으로 완치에 대한 희망은 내려놓자 내려놓자 수없이 얘기해왔지만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니 
    내 손으로 희망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않습니다.

    100을 해야 정상인데 30을 하는 아이를 보고 기뻐해야할 제 모습을 상상하면 너무나 끔찍하고 비참합니다.
    도대체 어떤것이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 모르겠습니다.

    경끼가 완전히 잡히지 않는다고 해도 뇌파에서 영아연축파만 사라지면
    그냥 일반 뇌전증 환자처럼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지만 
    의사는 잔인하게 그건 아빠의 바램일 뿐이라고 하네요...

    머뭇거리다가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으로 발전하면 지금보다도 훨씬 더 나빠진다고 하는데
    하루라도 어렸을때 수술을 하는 것이 예후가 좋으니 빨리 선택을 하라고 합니다.

    부모로서 결정을 내려야하는 이순간이 너무나 겁이나고 두렵습니다.

    같은 병실에서 수술을 했던 아이를 봤을때 느꼈던
    그냥 딱 봐도 아픈 아이인게 티가나는 모습을 내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 현실이 너무나도 잔인합니다.

    예전에는 아픈아이를 보면 불쌍하고 딱해보이는 시선을 주었는데
    이제는 내 아이가 그런 시선을 받을수도 있다는 것을 제가 참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수 많은 약이 있는데 왜 우리아이에겐 듣지 않는지
    정말 우리 아이에겐 답이 없는건지
    벼랑끝에 도달하기 전에 식이요법과 약으로 해결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왜 하필 저에게 이런일이 생겼는지 너무나도 답답하네요
    수술을 하던 안하던 너무나도 힘든 결정이 될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을 쓰게되면서부터 우연히 알게된 오유를 보면서 
    웃음도 얻고, 가슴따뜻함도 얻었습니다.
    따뜻한 가슴을 지닌 오유인 여러분들께 우리 아이를 위해서 한번씩만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 예쁜 아기가 빨리 나을수 있도록...
    제 와이프가 강하게 버텨낼 수 있도록... 
    기도 한번씩만 해주시기를 부탁드릴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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