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개발자 나부랭이입니다.
다니던 회사를 아무런 대책없이 그만두고 이직을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정말 성공적인 이직을 했습니다. 이 회사에서 계속 다녀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요.
저는 결혼도 했고 아기도 있습니다.
출근하는 아침이 너무 싫었습니다. 저녁도 싫었습니다. 퇴근도 싫었습니다. 다음날 회사에 가야하기 때문에요.
회사에 가면 저를 너무나 괴롭게 하는 요소들이 이곳 저곳에 박혀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회사에 다닌지는 1년 6개월이 조금 넘어갔는데, 처음 입사하고 3개월은 조용하더니, 그 후로는 정말 분위기가 이상하다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기분에따라 팀 분위기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A(팀장)때문입니다.
물론 참지 않았죠.한번은 회의중에 저를 지목하며 당신은 언제까지 야근안하고 집에 갈꺼냐? 이런식으로 말하는 A. 그 당시 저는 아이가 3개월이었고, 와이프는 출산후유증으로 디스크가 재발한 상태였습니다. 낮시간동안은 장모님이 아이와 아내를 돌봐주시고 저는 퇴근즉시 집에가서 아이를 보고 아내 저녁도 차려주고 집안일을 해야해서 약 한달가량을 일찍 퇴근을 하던 상태였습니다. 그 전에 야근. 직업 특성상 많이 했죠. 일찍 집에갔다고 맡은일을 빵꾸를 냈다거나 이런건 결단코 한번도 없습니다. 안그래도 스트레스 받던차에 에라 모르겠다 시발 "그만두겠습니다. 아직 1년이 안되서 퇴직금을 못받으니 한달정도 있으면 1년이 되니 그때 그만둘테니 그렇게 하지 말라." 라고 말했죠.
가진건 쥐뿔도 없으면서 그런 강압적인 말이나 행동에는 도저히 참을수가 없더군요. 아 A는 그런말도 했습니다. "당신같이 유난인 사람은 처음본다." 정말 얼굴이 빨게지고 손발이 떨릴정도로 화가 나더군요... 뭐. 이 일이 있은 후 A에게는 미안하다는 말도 들었고, 밥을 먹으면서 유야무야 하고 지나갔습니다.
근데 제 마음은 그게 아니더군요.
그 강압적인 태도와 A의 행동들이 업무를 방해할 뿐더러 일을 하기 싫을 정도로. 회사를 간다는 생각 자체만으로 스트레스가 올라올정도로 제 내면의 출근에대한 스트레스라는 작은 씨앗은 어느덧 바오밥나무가 되었더군요.
아.
한달전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나 안되겠다. A를 생각하는것만으로 스트레스가 올라와서 병나겠어. 조금 쉬고싶은데 그래도 될까?"
아내는 당장 그만두라고 하더군요.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가장인데 괜찮겠냐..라고 말했더니 당신은 일자리 잘구하니깐 괜찮아 라고 해줬습니다. 이 말이 맞긴합니다.
양질의 일자리는 아니더라도 일자리는 잘 구했거든요.
다음날 출근해서 말했습니다."저 그만두겠습니다.", "왜", "스트레스받고 힘들어서 쉬려구요", "애기가 있는데 그렇게 해도 괜찮아?", "(그건 내사정이고 라고 말하려다가) 아니요 조금 쉬어도 괜찮습니다. 힘들어서요"
그렇게 말하고 약 3주간 인수인계를 마무리하고 나왔습니다. 근데 A는 끝까지.. 퇴사하는날 밥을 사라더군요.
내가 왜 밥을 사야하는가? 팀원들도 마찬가지. 아니 나가는 사람이 밥을 왜사냐? 환송회 이런건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제가 사회부적응자 같은데 A는 환송회 자체를 안할생각으로 보였습니다." 끝까지 점심을 사고 나가랍니다. 정말 듣도보도 못한 이런 경우엔 어째야 하나 하다가. 나머지 팀원들하고는 친분이 있었으니 그냥 밥한번 산다 생각으로 점심을 사고 나왔습니다.
속이 너무 후련했습니다. 아직도 A를 생각하면 손발이 떨리긴 하지만 이제는 점차 없어지고있습니다.
3주가량 아기와 아내와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알차게 보냈습니다.
일정을 시간단위로 쪼개서 돈 걱정 안하고 정말 알차게 보냈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잡포털에 올려놓은 제 이력서를 보고 연락을 주셔서 면접을 보고 (PPT면접을 1시간 30분 가량을 ...) 아 여긴 텄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출근하기 전까지도 괜찮을까 라는 의구심이 많이 들었는데,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대만족하며 다니고있습니다.
첫월급도 받았구요. 이직하면서 연봉도..400가량 올렸습니다.기존에도 그래도 이정도면 평균은 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일부러 세게 부른 연봉을 맞춰주다니.. 그래서 전 받은만큼 일하기로 결심하고 정말 열심히 일하는 중입니다. 원래 하던 분야와는 (개발분야 중에서 ) 많이 떨어져있는 업무를 하고있지만 공부해가면서 일하면서 하니깐 초심으로 돌아온거 같고 일 능률도 오르더군요.
또 회사 냉장고에는 항상 음료수가 가득가득. 간식창고에는 간식이 가득가득. 네스프레스 커피머신에서는 커피향이 솔솔. 회사 건물에 있는 식당은 4500원의 퀄리티라고는 생각할수없는 그런 맛. 무엇보다 좋은사람들.
퇴근길도 가볍고 출근길도 가볍습니다. 출근길 퇴근길에 노래를 틀어놓고 따라부를 정도로 여유도 생겼구요.
행복해졌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로 인해서 빠졌던 살들이 다시 돌아오네요.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떠들어보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