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증상. @dahamstory 부러진화살을 오늘 봤는데 드는 생각이, 억울한 일이 생기면 기자를 부르거나, 인터넷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지 않는 범위에서 상대방 신상을 털어야지, 겁만 주겠다는 목적으로라도 석궁 들고 상대방을 찾아가면 안되겠다
해고무효소송
김명호 사건에 대해 한 마디. 대학에서 김명호 교수를 해임한 '동기'가 수학문제 잘못 출제된 것을 지적한 데에 대한 보복이었을 것이라 충분히 의심할 수 있습니다. 뻔하죠. 하지만 법정에서 관련이 있는 것은 해임의 '근거'가 타당하냐는 겁니다.
대학에서 전임교수 함부로 해임 못합니다. 그렇게 억울하게 잘린 사람들 대부분 다 복귀했죠. 해임의 사유는 사립학교법에 교원임용에 관한 규정에 따랐을 겁니다. 거기에 따르면 교수는 학문만 잘 가르칠 게 아니라, 다른 여러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교수의 인품이나 자질 등은 사안과 무관한 게 아닙니다. 해임 유효판결의 결정적 법적 사유고, 임용 자격의 규정은 사립학교법에서 학교 사정에 맞게 정하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압니다.
판결문은 김명호 교수의 학문적 성취를 인정합니다. 하지만 다른 게 문제가 됐죠. 실제로 그 분이 했다는 발언 들어보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극단적. 법정에서 그 분은 자기에 관한 학생들과 교수의 증언을 반박했어야 하는데, 그걸 안 합니다.
심지어 법정에서 "교수가 공부만 잘 가르치면 되지, 왜 인격 따위가 필요하냐."는 투로 말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패소하죠. 한 마디로, 자신의 학문적 능력에 대한 프라이드가 과도하게 강한 나머지, 교원의 다른 조건을 무시하다가 패소한 겁니다.
김교수의 황당한 요구들
여기서 이미 이 분이 주관적 세계와 객관적 세계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 다음부터는 아예 본격적으로 사이코드라마입니다. 법정에서 자신을 법학자로 소개하면서 법조문 들이대며 판사의 재판진행에 사사건건 시비를 겁니다.
공판기록 읽어보면 허무개그가 난무하죠. 가령 피고인이 사건 전후 피해자 판사의 통화기록을 요구해요. 판사가 그걸로 통화내용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요구하느냐고 묻자, 막무가내로 달래요. 통신사에 통화내용도 저장된다는 겁니다.
통화내용 기록하려면 영장 발부해서 녹음해야 하므로, 과거의 것은 알 수 없다고 했더니, 아니래요. 내용도 기록한대요. 결국 통신사들로 공문 보냅니다. 답변 1. 문의하신 전화번호는 우리 회사 게 아닙니다. 답변 2. 통화내용은 기록하지 않습니다.
그 밖의 것들도 사안의 본질과 별 관계 없는 것들이에요. 가령 혈흔의 DNA검사 결과를 내놨더니, 그 피가 정말 피해판사의 것인지 국과수에 다시 조사를 의뢰하라. 등등. 재판 몇 십 년 할 것도 아니고 그런 걸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나요?
거기서 신경전이 벌어집니다. 나중에 판사가 이런 투로 반문하죠. 그래서 그 피가 피해판사의 것으로 입증되면 그 결과는 받아들일 거냐, 그것도 아니지 않느냐.....차라리 그 요구를 받아들였어야 하는데, 그걸 기각했다가 저 욕을 먹는 거죠.
판사가 얘기합니다. 그렇게 내가 맘에 안 들면,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라고. 그럴 거냐고. 그렇게 물으면 그건 또 아니래요. 이 분, 판사를 '...씨'라고 부르며 툭하면 사법부가 다 섞었다는 둥 법정모독 발언을 늘어놓습니다.
사라진 화살
화살이 없어진 것은 수사기관의 잘못이죠. 법원의 잘못은 아닙니다.
'화살은 범행의 결정적 증거다. 그런데 그게 없어졌다. 고로 무죄다'? 이건 웃기는 논리죠. 화살이 범행의 유일한 결정적 증거는 아니죠. 유죄판결에는 다양한 증거들이 사용됐습니다. 가령 석궁 사다 연습한 거, 회칼까지 챙겨간 거, 여러 차례 사전답사한 거, 나쁜판사 응징하려 했다고 말한 점 등등으로 미루어 볼 때 상해의 의도가 있었다는 판결이죠.
가령 누군가 흉기로 사람을 찌른 것이 분명한데 그 자가 그 흉기를 한강에 갖다 버리고, "결정적 증거가 없다. 고로 무죄다, 피해자의 자해극이다."라고 주장하면 인정할 겁니까?
와이셔츠 혈흔
혈흔에 대해서? 와이셔츠에만 왜 안 묻었냐구요. 그건 김명호 교수한테 물어보세요. 피해판사가 자해를 했다는데 어떻게 그렇게 마술적 방식으로 피를 묻힐 수 있었는지.
판결문에 보면 다른 옷에도 구멍 주위에는 혈흔이 없고 좀 떨어진 곳에 혈흔이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게다가 김명호 교수 자신이 와이셔츠에 혈흔이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바 있구요.
DNA 감정요구
"법원이 혈흔감정을 기각했다." 굉장히 선동적인 어법이죠. 그럼 이렇게 묻습니다. 혈흔감정으로 도대체 무엇을 증명하려고 하느냐?
피 묻은 옷, 현장에서 수거된 겁니다. 당시 목격자들도 있고, 혈흔감정했죠. 모두 동일인의 피로 나왔죠. 그거, 누구 피겠습니까? 근데 김명호 교수는 우깁니다. 피해자의 것과 DNA가 일치하는지, 피해자의 피를 뽑아서 다시 조사해달라고.
피해자의 피를 뽑아서 비교해 봐야 한다는 김명호 교수의 주장. 그것도 웃긴 게... 자기는 피해판사가 자해했다고 주장하고 있잖아요. 그럼 어느 미친 놈이 자해를 한 다음에 남의 피 얻어다가 제 옷에 묻혀놓겠습니까? 코미디죠, 코미디...
옷에 묻은 피가 동인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게 과연 합리적 의심일까요? O.K. 조사해서 타인의 것으로 나왔다 합시다. 그럼 우린 이런 결론을 얻어요. '판사가 제 몸에 자해를 하고 남의 피를 구해다 옷에 묻혔다.'
이 말도 안 되는 요구 기각한 것이 이른바 '법정 혈흔감정 거부' 사태의 실체입니다. 녹취록 보세요.
이 분은 자기에게 불리한 모든 증거나 사실은 일단 부인하고 봅니다. 그리고 자신이 법학자라며, 판사의 재판진행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요. 판사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판사 모독하고 법정 모독하고, 아예 법정에 나오지를 않습니다.
재판을 30년씩 할 겁니까? 판사가 그 재판만 합니까? 그런 식으로 김 교수의 말도 안 되는 요구 다 들어주면 재판 못 합니다. 심지어 이 석궁이 내가 들고갔던 그 석궁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따지는 사람인데...
동키호테
김명호 교수는 현실감을 상실했어요. 저 같으면 그 공판기록 공개 안 했을 것 같아요. 읽어보면 모든 사안이 너무나 분명하거든요. 근데 이 분이 세상을 주관적으로 구성하시는 분이에요. 그의 세계에서는 대한민국의 모든 판사가 다 썩었죠.
그리고 석궁 들고 판사 찾아가는 국민저항권의 행사가 됩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죠. 그거, 테러입니다. 테러....
형량에 관하여
사법부가 사건을 예단했다? 판사가 테러를 당하는 중대한 사태가 발생했으면 당연히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혀야 하고, 그 입장은 단호히 엄벌하겠다는 것이겠지요. 설마 앞으로 그래도 된다고 하겠습니까?
미국에서는 결정적 증거(가령 부러진 활)가 없으면 무죄 받는다구요? 참고로, 미국에서는 판사를 협박하는 것만으로 50년형을 받는대요. 검찰이 법정에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공판녹취록에 다 나와 있습니다.
사법정의를 회복?
사법부의 그릇된 판결로 억울한 일 당한 사람들 있겠죠. 근데 이 건은 분명히 아닙니다. 비판하려거든 제대로 된 케이스를 들고 하세요. 그리고 서민들, 대부분은 판결의 희생자가 아니라 법률의 희생자입니다. 그러니 그 법 만든 놈들을 조지세요. 그 법들, 한나라당하고 민주당 의원 넘들이 만든 겁니다.
사법부를 비판하려면 제대로 된 케이스를 들고 와서 제대로 비판하세요. 대한민국의 판사가 도대체 몇 명인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케이스 들고 와서 사법부 전체를 공격합니까?
픽션을 사실이라 우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속지 마세요. 그건 정치적, 경제적 마케팅 전략일 뿐입니다. 영화라면 영화적으로 사람을 끌어야지, 엉뚱한 데에 의존하는 것은 별로 도덕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혹자는 재미로 그러는지 몰라도, 그런 여론몰이에는 당연히 억울한 희생자가 생깁니다. 누구는 그걸로 이득을 볼지 모르지만, 그 이득의 대가는 애먼 사람들이 치르게 되죠. 이건 정의롭지 못합니다. 기사 참고하세요.
http://goo.gl/WNac6 그리고 황당한 것은.... 이 나라의 기자 분들은 도대체 뭐 합니까? 제발 남의 트위터 들여다볼 시간에 공판녹취록이나 좀 읽어보세요. 내가 쓴 트위터 멘션 인용이나 하지 말고...
정지영 감독과 '부러진 화살'에 관해서는 한국에 들어가서 본 다음에 쓰기로 하고. 일단 영화를 못 봤으니, 그 사건에 대해서 써서 씨네21에 기고하기로 하죠. 전 김명호 교수의 독특한 캐릭터야말로 영화적으로 매력적이라 봅니다.
박훈 변호사의 방어논리
공판조서 보니까 박훈 변호사의 논지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누구의 피인가 : 이건 방금 위에서 반박했습니다.
2. 부러진 화살의 행방 : 마찬가지로 위에서 반박했습니다.
3. 피 묻은 옷이 정말 피해자의 옷인가 : 이쯤 되면 피고인과 변호인이 구사하는 논리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OK. 그 옷이 다른 사람 거라 합시다. 중요한 것은 신체에 난 상처입니다. 그것도 남의 상처인가요?
나머지는 절차에 관한 지적입니다.
4. 석궁, 화살 3발은 현행범체포 후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게 되어 있다. 화살 6발, 다다미, 회칼은 영장 없이 수거해 간 것이다. 불법하게 수집한 증거이므로 배제되어야 한다.
판결문 보니까, 그거 수거할 당시엔 아직 그런 규정이 없었답니다. 즉 적법하게 수집한 정보라는 거죠.
왜 이렇게 됐나?
문제는, 당시에 세간에 김명호 교수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알려져 있었다는 겁니다. 박찬종 변호사가 변호를 자처하고 나선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지요. 저도 이제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70%가까이 그가 억울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하더군요. 조공판녹취록 보면,실제로 일종의 사회적 구명운동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죠. 방청객들이 퇴장 당하는 장면이 종종 나옵니다. 어떤 이는 감치 명령 받고 끌려나가다가 정리에게 침을 뱉기도 하죠.
바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명호 교수는 자신이 마치 사법부에 저항하는 정의의 투사인 것처럼 행동합니다. 사법적 논리로 재판을 받는 게 아니라 모종의 정치적 퍼포먼스를 합니다. 거기에 다들 홀라당 낚인 거죠. 어처구니 없는 사건입니다.
제 경우에는 외려 박훈 변호사가 자기 블로그에 올린 공판자료 하나 읽고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었고 또 항간에 얘기되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거든요. 그래서 나머지 공판 자료들을 다 찾아 읽었습니다. 변호인이 자기가 변호하는 사람 옹호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죠. 그래서 웬만 하면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허재현씨가 영화를 사실로 보라는 글을 올리고, 정지영씨가 모씨 구출을 위해 1인 시위를 한다고 하길래, 분위기 또 황당하게 흐르겠다 싶어 한 마디 남긴 겁니다.
한 마디 더
영화 '매트릭스'는 그냥 공상과학 영화가 아닙니다. 영상 미디어에 의해 세계가 어떻게 프로그래밍되지는지, 남이 짠 그 프로그래밍을 대중들이 어떻게 자신의 세계로 받아들이는지에 관홰 꽤 수준 높은 철학적 물음을 담은 영화죠. 매트릭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셨죠?
100% 실화에 바탕했다구요? 간단합니다. 저한테 한국 축구팀이 네덜란드한테 5:0으로 깨지던경기 테이프를 갖다 주세요. 그걸 5분 분량으로 요약해서 한국팀이 경기를 주도한 것처럼 편집해 드리지요. 스코어가 5:1이라면 아예 승리한 걸로 만들어 드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제가 편집한 5분짜리 영상은 100% 실화입니다.
=====
출처
http://blog.daum.net/miraculix/18263872 흥미로운 글이라 시사게시판에 가져와봅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