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너네 삼촌이랑 이모랑 저녁 먹으러 간다. 니가 언제 퇴근할지 몰라서... 떼놓고 가서 미안해 :(
미트로프에게 돈을 좀 맡겨놨으니 피자랑 맥주 사먹으렴. 둘이 재밌게 놀아! 아빠가.
▲ 미트로프
돈 찾으러 왔냥
역사(役事)를 하노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 끄집어내어놓고 보니 도무지 어디서인가 본 듯한 생각이 들게 모양이 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 메고 나가더니 어디다 갖다버리고 온 모양이길래 쫓아나가 보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큰길가더라.
그날 밤에 한소나기 하였으니 필시 그 돌이 깨끗이 씻겼을 터인데 그 이튿날 가보니까 변괴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 돌이 와서 그 돌을 업어갔을까 나는 참 이런 처량한 생각에서 아래와 같은 작문을 지었도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어떤 돌이 내 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 것만 같아서 이런 시는 그만 찢어버리고 싶더라.
- 이상, <이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