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요.
생각보다 암울한 이야기가 될 거 같은데, 어디 말할 곳도 없고..ㅠ
익명으로 털어놓고 이야기 들어보고 싶어서 글을 써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굉장히 친한 친구가 있는데, 저는 더이상 이 관계를 지속하고 싶지가 않아서 맘이 무거워요.
제 친구는 귀여운 구석이 많고, 제 성격과는 반대로 나긋나긋하고 조용조용하고 남자한테 잘 맞춰주고,
싫은 소리 안 하고, 카톡 하는 거 봐도 거의 현모양처 수준으로 해요.
애교도 굉장히 많고요.
전 다혈질이고 즉흥적인 면이 많아 더 잘 어울리게 되었던 거 같아요.
친구는 본인 스스로 굉장히 못났다고 생각을 해요.
저희가 20살 때 같이 자취를 하면서 살이 엄청 많이 쪘고,
저는 다 뺐고 친구는 아직 다이어트를 못했어요. 그 동안 일이 많아서 살 뺄 시간이 없었거든요.
저에게 항상 '부럽다' '너니까 되지, 난 안돼' '의지가 없어서...' 이런 말을 달고 살면서 시무룩해 해요.
어떻게 다이어트 하는지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도와준다고 하고, 같이 운동다니자고 해도
'난 안돼'라는 생각이 깔려서 절대 뭘 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런 소리를 매일 들으려니 짜증스럽기도 하더라고요.
30살이 넘었는데, 제 친구는 한번도 직장을 가진적이 없습니다.
어머니가 용돈을 주시고, 생활이 풍족한 편도 아닙니다.
처음엔 아르바이트라도 하라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무엇이든 '어려울 거 같아' '무서워서...' 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고, 그 이후로는 일 하라는 이야기도 못하고 있고요.
각설하고 제가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게 된 계기는 남자문제때문입니다.
랜덤채팅으로 남자를 만나요.
정말 수도 없이 만났고, 이상한 남자들 밖에 없었대요.
말은 안 하지만 여러번 관계도 한 거 같고요.
친구의 생각은
'내가 외모가 못나서 제대로 된 연애를 못해봤고, 남자 만날 곳이 없으니 랜덤채팅을 하는 거다'
'여러번 만나다 보면 건실한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나는 하룻밤을 원해서 하는 게 아니고 랜덤채팅으로 좋은 사람을 찾아서 연애를 하고 싶다'
제 생각은
'외모적으로 자신이 없으면 가꾸고, 그게 잘 안되면 온라인 동호회라든가, 취미생활 학원이라든가 다니면서 행동반경을 넓혀라'
'랜덤채팅은 누군가와 하룻밤을 보내려고 하는 남자들이 부지기수다. 그 중에서 건실한 사람을 찾는 것보다 다른 곳에서 찾는 게 빠르다'
'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거고, 그랬으면 좋겠지만 랜덤채팅은 안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제 친구는 막무가내입니다.
고집이 엄청 쎄요.
결국 반년 쯤 전에 누군가를 채팅으로 만났고, 그 날 관계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고 해요.
왜 좋냐는 저의 물음에 '나쁜 남자 같아서..멋있어' 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환장을 할 것 같고요.
그 사람에 대해 물어 봤어요. 정말 제 친구를 좋아할 수도 있는거니까요. 어떻게 만났든지 그런인연은 있을 거라고 믿으니까요 ㅠ
제 친구가 좋아한다고 하니 40kg을 빼면 생각해 본다고 하더랍니다.
게다가 항상 모텔 대실을 하고, 일이 끝난 후 먼저 간다고 하고요.
연락처도 모르고요.
먼저 톡하면 안되고요.
지가 하고 싶을 때만 톡을 하고요.
친구가 데이트를 하자든가 하면 만나면 참을 수가 없다는 핑계로 대실만 한답니다.
밥 한번 먹은 적 없고요.
데이트하자 그래서 만났는데 차에서 만나 바로 모텔로 가고, 남자는 친구를 남겨두고 먼저 가버리고
친구는 주섬주섬 챙겨입고 혼자 집에 가는거죠.
같이 나가지도, 데려다 주지도 않는 답니다.
완전 천하의 나쁜놈이잖아요.
진짜 답답해서 그 남자는 너와 관계만 원하는 거라고 이야기 해도
'그런 거 같아...' 하고 말고요.
그 남자가 얼마전에 만나자고 했는데, 친구가 오늘은 만나기만 하고 싶다니까
그 남자가 '나랑 더이상 하고 싶지 않은 거지?' 'ㅜㅜ 그런거지?' '다시는 안할거지?' 이러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친구가 지 좋아하는 거 아니까 저런식으로 이야기하면서 꼬시고..
구구절절 이야기해서 뭐하겠어요.
그냥 그 남잔 호구하나 잡았고, 제 친구는 그 장단에 다 맞춰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존감 없고, 지 고집대로만 하는 친구가 이제 너무 지긋지긋해요.
말리는 것도 짜증나고, 전 나름대로 열심히 열심히 사는 거고 열심히 꾸미는 건데
친구가 절 볼 때마다 부러워하는 눈빛, 난 안될거야 라고 자책하는 행동은 절 너무 지치게 합니다.
내 친구는 나한테 소중한데 버러지만도 못한 애한테 놀아나는 것도 너무 짜증이 나고요.
말을 해도 안듣고 지 하고싶은대로 다 하는 애도 짜증이 나요.
이제 다신 안보고 살고 싶은데,
정확한 건 모르지만 25살 즈음 정신분열로 치료를 받았었어요.
우울증도 있는 거 같고, 현재 약을 먹고 있는데 과대망상, 강박이 심했었어요.
정신적으로 약해져 있는 애이고, 유일한 친구가 저인데 제가 없으면 어떻게 돌변할지, 얼마나 망가질지 감도 안와요...
그게 너무 무섭고 절 물러서게 해요.
동정인거죠.
저 못되고 이기적인 거 아는데...
이제 정말 지쳐요. 보기도 싫고 듣기도 싫고 제 영혼을 갉아먹히는 기분이에요.
심리학 서적을 읽고 또 읽어서 도와주고 싶어도 안되고,
자존감 높이는 책을 사줘도 책은 안읽는다며 내팽겨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다 무시하고 제 인생 살고 싶은데 오랜 친구고 저 때문에 힘들어할까봐 매몰차게 끊을 수가 없어요.
저만 생각하면 인연을 끊는게 나을 거 같은데, 나만 생각하는 게 힘이드네요.
저는 어떻게 해야하나요..친구는 어떻게 나아질 수 없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