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age kit : FTA로 농민경제 파탄난다는건 말도 안된다. [431]
109204 | 200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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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가 드디어 체결되었다. 언론에서는 농민들의 2조에 달하는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일각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산 값싼 농산물때문에 농업은 황폐화되고 식량식민주의가 염려된다고 한다. 나는 이 주장이 이제 지겹다고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 주장은 우루과이라운드와 WTO가입 때부터 줄기차게 나왔던 주장이기 때문이다. 결과만 보자면 이들의 주장은 딱 들어맞았다. 더 이상 한국에서 농업은 경쟁력있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농촌인구의 대부분이 노년층인 것을 고려하면 여지없지 들어맞지 않았는가? 하지만 정보산업이 발달하고, 수많은 젊은 인력들이 부가가치 높은 일에 매달릴 수 있는 것이 잘된 일인가 잘못된 일인가? 농촌이 황폐해져 농민들이 도시로 흘러들어와 빈민층을 형성할 것이라는 주장에선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도시에서 빈민을 만들 인구조차 이제는 농촌에 없다. 그들은 분명히 국가에서 보호해할 노인계층이지 값싼 임금에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빈민이 아니다.
나는 한미FTA로 농촌이 몰락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미국과 한국은 식습관자체가 틀리기 때문이다. 주요농축산물을 하나하나 따져보자.
우리나라 주요 농산물은 쌀이다. 미국 쌀의 경쟁력은 가격이다. 일각의 주장에 따르면 비교할 수 없이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하여 우리나라 쌀은 끝장난다고 한다. 나는 그럴 일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미국쌀이 싼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한국 소비자는 미국쌀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일부 대형요식업체나 급식업체에서는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는 음식의 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제성이 중요하니깐. 하지만 분명 가장 큰 시장인 개인소비층은 한국 쌀을 선택할 것이다.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예가 미국교민사회이다. 그들은 현지 미국쌀이 있음에도 한국에서 쌀을 수입해서 먹는다. 물론 한국에 비하면 가격도 훨씬 비싸고, 질은 엄청 떨어진다. 그래도 굳이 한국쌀을 먹는다. 이것은 애국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미국쌀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기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햅쌀이라하여 추수 직후에 나온 첫쌀을 가장 비싸게 친다. 한국 쌀시장에서는 추수기간 며칠동안 엄청난 전쟁이 벌어진다. 며칠동안에도 돈을 더 주고 좋은 쌀을 구하려고 하는 한국인이 빨라도 한달이나 바닷길을 건너온 미국쌀이 인기있을리 없다. 단순히 가격이 싸다고 소비자들이 선택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버려라. 소비자들은 자신이 쓸 수 있는 돈의 한도내에서 가장 좋은 물건을 쓰고 싶어한다. 그리고 물건 목록에서 확실한 차이가 없을 때만 가격을 따진다. 가격이 싸다고 소비자들이 선택한다면 미국에서 기아, 현대는 벌써 업계 1위를 달성하고도 남았다. (미국광고보면 36개월 무이자할부는 보통이고 특별할인기간이라며 최고 400만원까지 깍아준단다. 그 특별할인기간이 벌써 세 달째다.)
과일도 가격경쟁력에서는 미국을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 먹는 과일은 정말 맛없다. 사과는 무슨 무먹는 듯한 느낌이다. 한국의 사과는 당도가 높아서 달지만, 미국사과는 왁스를 발라놔서 겉만 번지르하지 먹는 순간 짜증이 몰려온다. 귤은 또 어떠한가? 우리가 제주감귤을 먹을 수 있는걸 감사해야한다. 미국귤은 알맹이가 제대로 된 놈을 찾아보기 힘들다. 귤을 깠는데 알맹이가 말라비틀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 기분을 아는가? 이런걸 어떻게 팔 수 있는지도 의문스럽지만 정작 미국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는듯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돌배라 부르며 딱딱하고 맛없는 배는 팔지않는다. 미국배는 다 그렇다. 과일은 아니지만 참외는 씨가 너무 커서 씨를 따로 발라내서 먹어야한다. 수박은 맛있는거 고를 확률이 반반이다. 미국에 있으면서 결국 무슨 과일을 먹냐면,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지않던 과일만 먹는다. 멜론, 바나나, 켄탈록, 체리, 망고 같은 과일들만 죽어라고 먹는다. 여기서 한국처럼 달달한 과일 먹기는 힘들다. 한국에서 큰 시장인 사과, 배, 귤 같은 과일을 신선한 상태에서 먹어도 한국산보다 맛없는데 아무일 반값에 판다고 해도 사먹을 이는 없다.
채소는 말할 것도 없다. 채소는 아무리 늦어도 배송이 일주일이다. 이를 넘어가면 채소는 상품가치가 없다. 게다가 미국에서 먹는 채소와 한국에서 먹는 채소가 틀리다. 미국에서는 잡초라며 거들떠보지도 않는 풀들이 한국에서는 채소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와 비슷한 예로, 해초같은 것이다. 서양인은 애초에 해초를 먹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역, 다시마, 파래, 김 등 다 먹지않는가? 미국에서는 우유의 유통기한이 2주가까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큰 일날 소리아닌가? 이렇게 식습관의 차이가 작은 것 같아도 엄청 크다.
소고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도축사가 있어 세세하게 고기를 나누고 뼈를 발라낸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그냥 기계로 썩둑썩둑 자르는 것이다. 우리는 안심, 등심, 무슨살, 무슨살 하며 구분구분내어 팔지만, 미국에서는 대량도축시스템만 있을 뿐, 고기를 구분하는 체계가 한국처럼 세밀하지 못하다. 이러다보니 우리나라에서만 해먹는 장조림같은 특수한 요리에는 미국소고기를 쓰기가 힘들다. 따로 장조림을 위한 고기를 분리해놓지 않기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소고기의 이미지가 광우병과 한국에서의 보도로 인하여 떨어질만큼 떨어졌는데 누가 사서 먹겠는가? (사족으로 얘기하자면, 미국에서 돼지고기가 그렇게 싸더라도 삼겹살을 먹으려면 일인분에 만원씩 줘야한다. 그 이유는 삼겹살부분을 따로 분리해내는 곳이 한국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비추어보면 오히려 농산물에서 위험한 존재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식습관이 비슷할 뿐 아니라 가격경쟁력에서도 확실한 차이가 나기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은 중국산이 싸다고 해도 한국산을 구입한다. 심지어 상인들은 중국산을 한국산으로 둔갑해서 판다. 왜인가? 한국산이 아니면 안팔리기 때문이다. 한미FTA로 농민들이 망한다는건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문제는 다른 나라 농산물을 한국산으로 둔갑시켜 부당이득을 취하는 업체와 상인들이다. 이건 우리나라 상도덕과 체계의 문제이지 왜 한미 FTA가 문제인가?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자신이 사는 농산물이 중국산인지 한국산인지 의심이 된다면서도 한국산을 선택한다. 우리나라 농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유통시스템을 투명하게 만들고, 중간상인의 농간을 없애야한다. 외국산과 한국산 농산물을 정확하게 구분하기만해도 우리나라 농산물이 안팔릴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집단이다. 최고의 제품을 구입하면서도 서비스와 에누리를 따지는 나라가 어디있는가? 인터넷서비스 신청하면 하루면 설치해주는 나라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렇게해도 우리나라에서 성공하기 힘들다. 세계에서 제일 큰 대형마트인 월마트가 한국에서 얼마전에 철수했다. 월마트는 미국에서 하던 그대로 장사했지만 한국에서는 여지없이 실패했다. 그들이 자본이 부족해서 그랬는가? 아니면 물건값이 비싸서 그랬는가? 그들이 실패한 이유는 한국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월마트도 선진시스템을 가지고도 두손 두발들고 나가 떨어졌다.
우리나라에 미국자동차회사가 들어와도 사실 국내기업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위협이 된다면 일본 자동차회사가 될 것이다. 미국자동차회사는 미국내에서도 기반을 위협받을정도로 상황이 좋지않다. 하물며 자동차가 수출하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사후서비스인데, 도저히 미국기업들은 단시간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서 한국에 서비스망을 구축할 수 없다. 현재 수입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도 이것이다. 수리를 맞기면 수리기간이 한 달이 넘는 경우가 생긴다. 한국이라면 길어도 2~3일이면 해결보고 다시 고장생겨도 또 맡겨버리는 귀찮음만 수반되지만, 수입차는 맡기면 한 달동안 공백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니 수입차는 애초에 비싸게 팔아서 수리할 일 생기면 다른 차를 수리기간동안 빌려주는 서비스까지 만든다. 하지만 미국차가 싸게 들어오는 이상 서비스망구축해야하는데 어느 세월에 한국자동차회사만큼 서비스망을 구축하겠는가? 이런 서비스망의 실패케이스가 노트북업체들이다. 도시바와 소니 노트북이 한국에서 유독 인기가 없는 이유는 그 서비스망이 최악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네티즌들이 '또씨발', '또니?'라고 비아냥대겠는가? 한국이 미국처럼 차량개조가 합법화되고 중소차량정비업체가 활성화되면서, 차량개조에 대해 호의적이었다면 현재처럼 극단적인 전국24시간 서비스를 만들 필요가 없었겠지만, 한국은 한국이다. 미국자동차회사가 가격경쟁력이 생겼다고 어불성설 들어왔다가 욕만 들어먹고 월마트처럼 철수하는건 시간문제다.
섬유는 또 어떠한가? 가장 표안나는 FTA부분이 섬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것이 타결되어도 섬유업계는 타격도 없고, 당장 이익도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이미 섬유부분에서는 우리나라가 많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관세가 철폐된다고한들 당장 돈 몇푼은 늘어날지언정 몇년에서 양말, 메리야스같은 저가수출품목들의 수출이 증가하겠는가? 우리나라에서도 저가수출품목의 공장이 문을 닫는 판국에 가장 큰 이익은 없다. 하지만 역시 타격도 없을 것이다. 알 사람은 다 알지만 미국에서 섬유산업은 특수원자재에 국한되어 있다. 흔히 얘기하는 고급의류도 아니다. 대부분의 섬유는 중국, 멕시코, 동남아에서 수입을 해온다. 미국내 섬유산업은 첨단공학을 바탕으로한 특수원자재에 국한되어 있으며 이것은 FTA와 관계없이 우리나라가 수입할 수 밖에 없는 품목이다. 그러니 마땅히 FTA가 통과되어도 국내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있는 섬유산업은 담담할 수 밖에 없다.
또 하나의 분쟁 중 하나가 방송, 영화이다. 누구는 문화를 팔아먹는 매국노라고까지 지칭하는데, 우리나라의 문화가 그렇게 허약하지 않다. 우리가 언제부터 미국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를 보지않았고, 미국 드라마와 방송을 보지않았는가? 케이블만 틀면 나오는게 CSI요 프렌즈요 섹스앤더시티이다. 영화 상영목록만 봐도 꼭 헐리우드 B급 액션영화가 끼어있다. 걸어다니면서 맥도날드보는게 어려운가? 버거킹, 파파이스가 길에 이미 널리고 널렸다. 미국문화는 이미 한국 전반에 깔리고 깔린 것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문화를 팔아먹는다는 소리를 하는가? 우리나라 문화는 그런 것들의 주위에 있어도 당당히 그 입지를 지키고 있고, 몇 년전만 해도 1000만 관객이 꿈이라고 했지만 벌써 몇 개의 영화가 1000만관객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세계에 한류바람을 일으키며 수출되고 있다. 음악에서는 할 말이 없다만. 우리나라 황금방영시간대인 저녁8시~9시에 미국드라마 틀어주겠는가? 주시청자들인 어머니들이 잘도 좋아하시겠다. 미국드라마는 어디까지나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고 있지, 중장년층에게는 매력있는 부분이 아니다. 더 웃긴건 무엇인지 아는가? 미국드라마를 처음 접하고 어색하지 않게 여기던 지금의 30대들도 나이를 먹어감에 한국드라마를 더 보게되는 것이다. 지금의 10대, 20대가 영원히 미국드라마에 심취할 것 같은가? 그정도로 사람이 우매하지는 않다. 나는 우리나라 방송, 영화계가 당당히 그 파워를 가지고 있으며, 오히려 그 파워가 과분하여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조정이 필요한 조직 중 하나가 바로 언론이 아닌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한미FTA로 농민경제가 파탄난다는 말은 하지도 마라. 농민경제가 파탄난다면 그건 중간상인의 농간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 한미FTA는 곧 양국간 관세철폐를 의미한다. 시기적으로는 당장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관세철폐를 이룰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규모의 소비시장인 미국을 공략하기 더욱 용이하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수출로 나라경제를 유지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세계최대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미국은 수출이 없어도 내수시장이 워낙에 크고, 가진 자원이 워낙에 많아서 국가경제가 유지될 정도이다. 세계 최대의 에너지생산국인 동시에 소비국인 이유는 딴게 아니다. 미국에서 봤을 때는 한국시장이 그렇게 만만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한국보다 일본이 더 매력적이지 않나? 그래도 미국이 굳이 한국과 FTA를 맺으려는 것을 보면 의아하기도 하다. 아니면 미국의 정치인들이 한국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그러는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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