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서로 배낭여행을 하다 그 이역만리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학생, 백수, 사회초년생의 시기를 비슷하게 겪어오면서 서로 참 의지 했었지.
아니 내가 정신적으로 더 많이 의지를 했어.
우리 만남의 이야기를 난 언제나 술자리에서 안주 삼아서 그리고 자랑스럽게 사람들에게 얘기하곤 했는데, 이제 혼자 가슴속에 품어야겠다.
아마 할아버지가 되어도 우리의 찬란했던 그 날들을 잊지 못 할 거야. 너랑 여행했던 곳들 언젠가 같이 가보자고 했었는데, 결국 못 갔네.
다시 가고 싶었는데.. 앞으로 영원히 못 갈 거 같아.
우리의 소울푸드 커리..ㅎ 기념일이나 잠깐 투닥거리고 난 뒤, 화해의 의미로 여행의 좋았던 추억을 되새기며 먹었었는데..
이제 먹으면 늘 너 생각이 날텐데 어쩌지.. 정말 어쩌지..
고마워. 사랑에 대해서 알게 해줘서, 날 남자가 되게 해주어서. 그리고 더욱 아껴주지 못해서, 사랑해주지 못하고 넓은 마음으로 감싸주지 못해 미안해.
그 동안에는 왜 그렇게 수동적이고 건물 안에 있는 걸 좋아했는지. 한번이라도 더 밝은 곳에서 싱그러운 곳에서 너의 미소를 봤어야 했는데.
정말 정말 후회가 된다. 밉다.
서로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은 우리가 끝이 정해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
미래를 같이 그려 나갈 수 없다는 건 참 힘든 일이란 걸 알았어.
둘 다 첫사랑이라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애써 무시하고 여기까지 온 거 같아. 아직 젊다는 이유로.
남자인 내가 그 따위 장벽들을 넘어서 더 확신을 주고 그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 지금 이 순간도. 그리고 넌 부담가지지 말라고 이야기 했지.
철이 덜 들었던 나는 그저 고맙다고 생각했어. 너가 어떤 마음으로 그랬을지, 용기를 내었을지 지금 생각하니 너무 슬프다.
부디 좋은사람 만나 행복해. 넌 아낌없는 사랑 받을 자격이 있고 그래야만 해. 제발.
누구보다 배려심 있고, 현명하고 당찬 아이니까 어련히 알아서 잘 할 거라고 믿어. 알았어..ㅎ 나야말로 너 없다고 흐트러지지 않고 잘 추스릴게.
내가 그런 좋은사람이 되지 못해서, 너를 품에 안기에는 부족한 사람이라서 정말 서글프다.
만나면서 나에 대해서는 아쉽고, 서운한 점들이 많았겠지만 좋았던 추억만 기억해주길 바래. 지금 당장은 서로 힘들 테니까 잊고 살자.
그리고 먼 훗날 가끔 지난 날들을 돌아볼 때, 가슴 훈훈해지는 기억으로 간직 되면 좋겠어. 너무 큰 바램일까..ㅎ
난 분명 그럴 꺼야.
다시 우연히라도 지나치듯 보게 되면 좋겠어. 그때는 오늘처럼 울보의 모습이 아닌 멋진 남자의 모습, 첫 만남일 때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잠깐이지만 너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증명해 보이고 싶어. 그리고 친구라도.. 남고 싶어.
아까 너가 말했지. 옛날 내 서툰 고백을 잠깐 미뤄두며 고민한 이유가 이렇게 잘 통했던 사람, 연애를 하다가 잘 안 되었을 때 그 끝에 친구로도 못 남을 거 같아서 우려스러워서 고민했었다고... 그래도 연애를 했던 것에 난 후회하지 않아. 비록 지금은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프지만.
너라는 사람을 이렇게 알게 된 것 만으로도, 잠깐 곁에 있으면서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시간이 있음이 자랑스러워.
아름다운 소풍이었어.
그동안 사랑했었어. 정말 사랑했었어요.
감사해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잊지 않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