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에 밥 먹으러 오는, 10년이 넘은 길냥이 '뚱실이'에요.
처음 봤을 때 워낙 마르고 비실해서 살찌고 통통해지라고 지어준 이름이 뚱실이.....그게 10년 인연이에요.
뚱실이가 나이가 들고 보니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데 그 중 하나가 구강문제입니다.
길냥이라 돌봐줄 수가 없이 먹이만 주다보니, 치아나 입 안 뼈 중에 문제가 생긴 듯한데,
그로 인해 구내염까지 생겼어요.
침을 질질 흘리고, 염증으로 아프니 뭘 줘도 먹지 못하고,
먹으려다가 아프니까 뒤로 물러서서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저희 집 세냥이 다니는 병원에 문의를 드리니까,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서 보여달라고 하시더군요.
밥 주고, 침 흘리고 아파하며 못 먹는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가니까,
구내염인 듯한데, 어쩌면 치아 발치를 해야 하는 증상일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길냥이를, 그것도 10살 길냥이를 잡아다 마취하고 치아 뽑을 수는 없으니
그냥 구내염 약을 먹이라고 하시면서 공짜로 약을 주셨습니다.
돌아와서 약을 섞는데 냄새가....으.....약 비린내가 확 올라오는 게, 뚱실이가 먹을 것 같지 않았어요.
그래도 곱게 간 먹이에다가 약 섞어서 뚱실이에게 가져다 주고,
'이거, 입 안 아프게 되는 약이야, 열심히 먹어. 그러면 입 안 아프고 밥 먹을 수 있어.'
이러니까 냄새를 쓱 맡더니 열심히 먹는 겁니다.
못 먹던 애가 캔 하나를 다 먹고 갔어요.
그 다음날에는 섞어주는 캔을 딴놈이 훔쳐먹는 바람에 한 3분의 2만 남았어요.
거기다 약을 섞으니 진짜로 멘붕할 냄새가 나는 거에요.
그래도 가져다 주니까...뚱실이가 약 냄새를 맡더니 구역질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구역질을 하면서도 그걸 먹으려고 노력하는 거에요.
한 입 먹고 구역질하고..... 그걸 보다가 안 되겠어서, 새 캔 따서 섞어주니까 잘 먹어요.
그렇게 여러 날 약을 먹이니 괜찮아지고, 밥도 잘 먹어서 약을 더이상 안 줬습니다.
그런데...약을 끊고 며칠 지나니 다시 증상이 생기는 거에요. 침 흘리고, 입 아파하고......
오늘은 오전에 왔는데, 얼굴은 침으로 범벅이고, 고운 캔을 줬는데도 먹으려다 입 아파 쩔쩔매며 못 먹어요.
그리고는 저를 보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투정을 부려요.
마치.... "저 입 아파요. 여기서 주는 거 먹으면 안 아팠는데, 지금 또 아파요. 저좀 안 아프게 해 주세요'
하는 것 같은 거에요.
그래서 바로 동물병원에 전화하고, 가서 상담한 후 다시 약을 받아왔어요.
제가 병원에 다녀오도록, 뚱실이는 저희 집 계단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뚱실이에게, '약 가져왔으니까 그거 섞어줄께 먹고 가. 그거 먹으면 입 안 아파'라고 말하고 올라와
서둘러 캔에 섞어서 가져다 주니까...좀 멀리 앉는 거에요. 자기는 입 아파서 못 먹는다고 하는 것처럼.
그래서 제가 또 말했어요.
"약 섞었어. 이거 약 섞은 거라 먹으면 안 아파져. 그러니까 조금만 참고 먹어..'
그러자 뚱실이가 일어나서 다가오더니 냄새를 맡는 거에요. 약 비린내가 맡아지니까
입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그냥 막 먹는 거에요. 씹지도 않고, 그냥 막 먹는 게 느껴져요.....
조금 남은 것까지 싹싹 모아주면서, 이거 다 먹으면 안 아파져...라고 하니까.... 그것까지 다 먹고
어딘가 자는 곳으로 갔어요.
........ 오전까지도 아주 고운 캔도 입 아파서 못 먹던 녀석이...
약 섞었으니까 먹으면 안 아파진다고 제가 말하니까
입 아픈 걸 억지로 참고 막 먹는 것처럼 그렇게 밥을 먹고 갔어요.
마치... 제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