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긴 글이 될 것 같지만 마지막 하소연이라고 생각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20대 초중반 여대생이에요.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서, 누구나 아는 대학에 입학해서 다니고 있어요.
집안 형편은 차상위계층 혹은 그 이하정도 되지만, 부모님 다 계시고 그런대로 평범하게 살고 있어요.
이런 조건들만 보면 별 문제 없어보이지만요.. 제가 죽기로 결심한 이유는 대인관계 때문입니다.
지금 대학교에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은 거의 없어요.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관계는 많아서 카톡도 여러명과 하지만
저는 거의 늘 혼자 다녀요. 그렇게 오고 싶어한 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친구를 사귀기는 했어도 소수의 친구와 가끔 어울리곤 했지
4~5인 이상의 집단 속에 자연스럽게 어울리지는 못했어요. 선배, 동기, 후배들 사이에서 항상 겉도는 기분이었죠.. 외로움과 '어울리지 못함'에 대해서 대학교 입학하는 순간부터 단 한시도 고민하지 않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대학교 친구들 외에 소수의 관계 몇몇이 있었지만, 여러 사정 때문에 지금 모두 연락 안해요. 아예 절교한 친구도 있어요.그래서 지금 저는 20대 한창 인간관계를 넓혀 가며 즐겁게 생활할 시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원래부터 사교성이 아예 없거나 극도로 내성적인 아이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중학교 때 왕따를 한번 당하고 나서 내성적인 면이 극대화되더니 이 상태에까지 이른 것 같아요.
중학교 때, 한창 친구들 사귈 나이에 사람에 대한 두려움부터 가지고 왕따 당하는 제 자신을 가장 많이 비난했어요. 저를 미워한 친구들보다 가장 싫은 건 제 자신이었고 너무나도 못난 제가 부끄러워 그때부터 사람을 피하기 시작했어요.
전 지금도 제 자신이 부끄러워요. 저와 관련된 모든 것, 제 자신, 제 주위의 모든 것, 제게 호감을 표현하고 다가오는 사람(특히 이성)은 다 못나보이고 제 인생의 어떤 부분도 남에게 보여주기가 싫어요. 못나서 비웃고 욕하고, 저를 거절할 것만 같거든요. 그래서 저는 끊임없이 제 속으로 파고들고 그 안에 갇혀 못나오게 됐어요. 하지만 내성적이기는 해도 사람 좋아하고 어울리는 것 좋아하고, 처음 본 사람들과 대화도 잘 하는 저로서는 이렇게 외로운 상황
이 너무나도 견디기가 힘드네요.
물론 해결하려는 노력도 많이 해봤어요.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새로운 집단에도 들어가 보고 내 문제가 뭔지 진지하게 고민도 해 보고 하나씩 고쳐도 보고... 하지만 어렸을 때 왕따인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왕따 당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게 딱 저더라구요. 여러번의 노력, 시도와 좌절 후 이 문제는 제 의지로는 바꿀 수 없는 영역에 있다는 직감이 들었어요.
저보다 친구 없는 사람도 많을 테고 친구 따위는 문제도 아닐 만큼 더 안좋은 환경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주 많겠죠. 저도 알아요. 누군가에겐 이런 문제로 인생을 포기하고 싶다는 제 하소연이 너무나도 하찮고 한심하게 들릴 수 있단 걸요.. 빚이 몇억 있는 것도 저 혼자서 돌봐야 할 동생들이 많은 것도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것 이렇게 쉽고 간단한 걸 도저히 어떤 노력을 해도 해내지 못하는 저는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듭니다. 몇 년을 인간관계 문제로만 가득 채우고 머릿속을 이제는 깨끗이 비우려고 해요 .
저는 인생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아요. 쉽게 말하면 시험에서 한 개 틀렸다고 징징대는 반에서 공부 잘하지만 짜증나는 애죠..
살아가는 데 지장 없는 외모, 성한 몸, 일반적인 지능, 가족을 가졌지만 사람을 대하는 능력을 가지지 못한 저를, 저는 참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그것 때문에 우울증도 오래 앓아서 무기력, 무의욕인 상태가 오래됐고 나중에 하고 싶은 일도 꿈도 취미도 희망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의 저에게는 오직 제 자신을 향한 혐오와 분노,창피함, 절망, 우울만 남아있어요.
근데 삶의 기준 낮추는거, 그것도 맘대로 되진 않는거더라고요. 누군가는 저라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게 행복일 수도 있지만, 저는 제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이 지옥 같아요.
어딜 봐도 저같은 사람은 없는 거 같아요.
'나는 혼자고 찌질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이젠 그냥 어디 잠깐 나가러 길을 혼자 거니는 일 자체도 너무 무섭고 부끄럽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서 미치겠는 상태에요. 진짜 미친거같지만 길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저보고 쟤는 인간관계 하나 못하는 애네 항상 혼자 다니네 이렇게 비웃는 거 같아서요. 혼자 다니는 게 뭐 어때서~ 하고 합리화하는 일도, 제 자신을 속여가며 제가 남들보다 못나지 않았다고 자위하는 일도 지쳐요. 사실은 저만 이렇게 산다는걸, 사람은 사람과 어울리는 게 너무 당연하고 기본적이라는 걸, 그걸 제가 못한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부정적인 생각만 하는 게 우울증이라는 병에 걸린 거니까 치료를 해야겠다. 해서 정신과 가서 약도 먹어봤지만 소용 없어요. 매년 두세번 씩 찾아오는 극도의 우울 상태와 반복되는 자살 시도, 그 때마다 힘겹게 다시 가졌던 희망과 다짐도 결국엔 다시 사라지고 방에서 목을 매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했어요. 내 곁에는 아무도 없다는 그 익숙한 느낌이 너무너무 끔찍하고, 모든 것에 대해 과도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제 자신을 이젠 내려놓고 싶어요. 사실 대인관계도 문제지만 사서 고생을 하고 사서 고민하는 제 성격도 문제인 거 같아요. 근데 이런 건 모두 바꿀 수 없는 거였어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며 사는 일은 저라는 사람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에요. 철없고 이기적이라고 욕하실 수도 있지만 그게 저의 약 7~8년 간의 우울한 고민이 내린 결론 같습니다. 제가 원하는 인생에 더 가까워지는 일이 불가능하니 저는 그 삶을 그냥 포기하려고 해요.
두서 없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