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서유럽에서 대혁명으로 민주공화정부가 들어서고 산업혁명으로 도시의 근대화가 진행되고
더불어 사상계에서는 자유주의와 공리주의 등 활발한 발전을 이루고 있었음에도
러시아제국은 동시대 같은 유럽임에도 전제군주정을 유지하며 후진적인 농노제도를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짜르는 전제군주체제에 방해가 될까 저어하여 대학에서 법학과 철학의 강의를 금지시켰고
비밀경찰을 동원해 개혁을 외치는 청년들을 탄압하였죠.
후진적인 러시아에 고민하며 개혁을 외치던 청년장교들이 수도에서 교수형을 당한
제까브리스트 사건은 러시아 지식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당시 러시아의 지식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잉여인간이란 문학적 인간형으로
동시대 청년들을 표현하곤 했습니다.
이런 러시아의 짜르가 행하였던 근대화에 대한 억압과 탄압은
러시아 지식인들에게 큰 좌절감을 심어주었지만 반대로 큰 반작용을 가져왔습니다.
철학과 법학으로 사상을 논할 수 없었던 러시아의 현실에서
지식인들은 문학으로 러시아의 현실을 표현하고자 하였고 그것을 통해
깊은 철학적 고민과 리얼리즘이 반영된 세계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19세기 러시아 황금기 문학이 꽃을 피웠고
대문호인 톨스토이, 도스또옙스키 등이 배출되었으며
사회개혁 사상에 대한 긴 목마름은 유럽에서 맑시즘이 탄생하였을 때
그 어느나라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학습하며
맑스조차 독일에서 최초의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로 가장 급진적인 공산주의 혁명과 함께
이상적으로만 가능하다 여긴 공산주의 체제를 현실화 시키는 기염을 토해냈습니다.
러시아의 근대화는 폭압과 방해를 받았지만 그로인해 근대화가 정체 된 것이 아닌
더욱 가속화하고 급진화 시키는 힘이 되었던 것이죠.
19세기 말 20세기 초 한반도에 대한제국이 멸망하였을 때
일본은 한반도를 헌법의 대상에서 배제 시키고
전근대적인 명령통치 체제로 회귀하여 정치적 근대화를 방해하였으며
중세적인 명령에 의한 폭압적 식민통치를 36년간 진행 하였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그러하였듯 (서유럽이 근대화를 진행하는데 폭압을 이유로 러시아만 고립되지 않듯)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반도 역시 정치적 근대화가 중단되었던 것은 아니죠
한일병탄 후 9년 만에 성립이 된 임시정부는 그들이 지향한 정치체를
왕정복고가 아닌 민주공화국 정부라고 천명하였으며
한반도 최초의 민주 공화국 헌법을 제정하였습니다.
일본의 식민통치는 역설적이게 근대국민국가에서 타자와 공동체를 구분하며 나타나는
민족주의를 가장 빠르고 급속하게 민중들에게 각인 시켰으며
독립을 위한 수단으로 정치사상을 수용한 지식인들은
공산주의. 민족주의, 자유주의, 아나키즘까지(신채호 선생이 아나키스트였죠)
다양한 사상을 공격적으로 흡수하고 필사적으로 학습했습니다.
1945년 한반도가 해방이 되었을 때
한반도는 대한제국 국제의 반포로 기초적인 흠정헌법의 제정 이외에는
어떠한 헌법을 가져본 적도 민주주의 정치를 경험해 본 적도 없음에도
8월 15일 거리로 나온 민중들이 들었던 플랜카드의 구호는
"민주정부 수립" 이었습니다.
생각해 봅니다.
근대화는 한반도가 이스터섬처럼 고립된 지역이 아닌 이상
중국이 그러하였듯 점진적으로 진행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36년간 식민통치에서 일본이 한반도에 끼친
무형적인 근대화의 영향이란
과거 높은 문화수준을 지녔던 국가임에도 식민통치의 치욕을 당했다는
반작용을 통해 보다 공격적이고 급진적으로 근대화를 열망하게
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봅니다.
한반도에 지금도 존재하는
강한 민족주의 성향, 높은 교육열, 공격적인 정치성향 등이
보여주며 증명하는게 아닌가 합니다.
일본의 한반도 근대화 기여를 논한다면 이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