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수사의 주체로 검사 명시…민주당의 ‘이재명 방탄법’ 강행은 위헌”
더불어민주당이 4월 중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을 처리해 5월10일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 이전에 검찰 개혁을 마무리 하겠다는 방침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그다음 날 차기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한동훈 검사장은 “검수완박 법안 처리 시도는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둔 정국은 검찰을 둘러싼 일촉즉발의 강대강 대치 국면의 격랑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 법안이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며 직(職)에 연연하지 않고 사즉생의 각오로 법안을 저지하겠다고 밝혔고 전국검사장회의에서도 전원 일치의 강력한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자칫 ‘검란(檢亂)’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대한변협과 민변, 참여연대까지 일관되게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검수완박의 본질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검찰 개혁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수사·기소 분리’ 허구 프레임…수사는 기소의 준비절차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다는 검수완박은 수사·기소권 분리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안을 대표발의한 경찰대 1기 출신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수사·기소권 분리는 세계적 추세이고 선진국의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한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이 되는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검찰은 기소권만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수사·기소권 분리가 상식인 것처럼 되어 버렸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에서도 수사·기소권 분리를 당연한 듯 말한다. 일부 법조계와 학계 인사들도 바람직한 개혁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수사권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류다. 우리와 같은 대륙법계 형사사법제도에서 수사의 법적 의미는 검사가 범죄자의 소추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준비절차 phase préparatoire’인데 준비절차인 수사와 본 절차인 기소는 본질적으로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사·기소권 분리론은 경찰이 수사권 독립론의 논거로 만든 허구의 프레임일 뿐이다. 이론적으로도 근거가 없다. 수사·기소권 분리가 세계적 추세이며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말도 틀렸다. 유럽평의회 산하 ‘효과적 사법을 위한 유럽위원회’(CEPEJ)가 2016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47개 회원국 중 39개국의 검찰이 수사권을 갖고 행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만, 수사권을 행사하는 방식이 우리와 다르다.
대표적인 대륙법계 국가인 프랑스와 독일은 검찰이 수사권을 보유하되 검찰청에 직접 수사인력을 두지 않는다. 대신 사법경찰을 지휘해 수사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은 인정되지 않고 사법경찰의 지위는 ‘검사의 보조자’(auxiliaire)에 불과하다. 이를 독일에서는 ‘검찰은 손발 없는 머리’ ‘경찰은 머리 없는 손발’이라고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우리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의 수사 체계는 기본적으로 검찰이나 경찰 어느 한 기관에 권한을 집중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수사기관의 권한남용을 방지하고 모든 수사는 사법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5공·유신 때보다 센 경찰국가 만들겠다는 것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의 경우 검사 550명에 지원인력 870명이 근무하며 직접 수사를 한다. 우리의 특수부와 같이 화이트칼라 범죄를 전담하는 수사부가 있고 수사부 내에도 금융사기국, 공직부패 전담부서 등이 설치되어 있다. 1975년 취임해 35년간 맨해튼 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재직한 모겐소는 취임 후 100명이던 검사를 500명으로 늘렸고 공인회계사와 컴퓨터 전문가를 고용해 지역의 범죄율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당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위헌적 발상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지사에 대한 검찰수사를 막기 위한 ‘정치적 방탄입법’이라는 점이다. 헌법 제12조 제3항과 제16조는 체포·구속·압수·수색을 할 때 검사의 신청에 의해 판사가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헌법상 검사가 수사의 주체임을 명시한 것인데 검수완박을 통해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완전히 배제시키는 것은 이러한 헌법 규정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또한 국가의 근간인 형사사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변경하는 문제인데도 황운하 의원이 “검찰 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이 경찰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한다”고 밝힌 것처럼 충분한 의견수렴과 검토 없이 오로지 당파적인 이해관계를 위해 다수 의석을 이용해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법 시행 시기를 3개월 유예하고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여부를 향후 논의하겠다는 것도 졸속 추진임을 자백하는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부패범죄와 대형 금융범죄 등 중요 범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응능력이 떨어지고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 장치가 사라져 인권보호가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형사사법은 효과적이어야 한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에서 목격한 바와 같이 검찰, 경찰, 공수처로 각각 분리된 수사체계는 극도의 비효율만 불러온 채 실체적 진실 발견에 한계를 드러냈다. 한편 모든 수사는 실효적인 사법통제하에 있어야 하는데 현재 검찰·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 장치는 미흡하다. 검수완박이 현실화될 경우 경찰 또는 중대범죄수사청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는 더욱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은 아무런 정당성도 찾아볼 수 없는 위헌적인 정치적 방탄 입법이다. 5공 군사정권 시절 경찰국가의 폐해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경험한 586 운동권 출신 권력자들이 유신과 5공보다 더 많은 권한을 경찰에 집중시키며 경찰국가로 가겠다고 결단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대선에서 확인된 민심은 분명하다. 권력형 비리와 부패를 검찰 수사로 뿌리 뽑아 달라는 것이다. 검수완박을 명분으로 한 검찰 무력화 시도가 ‘절대 다수 의석을 이용한 대선 불복’이라는 항간의 오해를 불식시키려면 국회에 형사사법개혁특위를 설치해 국민의 여론수렴을 거쳐 합리적인 개혁 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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