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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62385
    작성자 : 櫛、탈무드乃
    추천 : 3
    조회수 : 522
    IP : 220.126.***.102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04/08/11 20:49:27
    http://todayhumor.com/?humordata_162385 모바일
    하오체의 진정한뜻(네이버펌)
    예의의 기본은 무엇일까요. 쉽습니다. 남을 높이고 자기를 낮추는 것이지요. 존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것이 우리 존대법의 기본입니다.

    일반적인 존대는 '합쇼체'입니다. 제가 지금 이 글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주높임'이라고도 하며, 'ㅂ니다. ㅂ니까?' 등 '합쇼체의 종결어미'가 뒤에 붙는 것입니다.

    그럼 문제의 하오체는 무엇일까요. 보통 '예사높임'이라고 합니다. 높임말 맞습니다. 존대말 맞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그 고등학생을 궁지에 빠뜨리려고 모략을 짜는 것일까요? 그것은 '예사'높임말이기 때문입니다. 높임말은 맞는데 자기보다 아랫사람이나 대등한 사이에서 쓰는 높임말이기 때문입니다.

    아랫사람에게 쓰는 평대에는 '해라체'와 '하게체'가 있습니다. '아주낮춤'과 '예사낮춤'이라고도 합니다. 현재 실생활에서 흔히 쓰는 평대가 '해라'입니다.'하게'는 그럼 어떤 경우에 쓸까요? '해라'를 하기에는 좀 상대방이 어려운 경우에 씁니다. 장인이 사위에게, 스승이 제자에게, 나이 차이가 얼마 안나는 아래 항렬의 친척에게, 동년배지만 그다지 가깝지 않은 친구에게, 또는 가까운 사이지만 피차 예의를 갖추고 싶은 친구에게(어르신들 중에 친구끼리 '하게'하는 경우는 요즘도 많습니다), 남들 앞에서 격식을 차리고 싶은 경우 등등입니다. 정리하면 '하게'는 '해라'보다 상대를 대우하는 말입니다.

    그럼 '하오'는 어떤 경우에 쓰는 것일까요? 우선 신분사회였던 과거를 예부터 들어보겠습니다. 당시는 요즘과는 달리 아랫사람(신분상)에게는 동의 없이 평대를 해도 한 대 맞을 걱정이 없던 시절임을 염두에 두시고요.임금이 신하에게, 당상관이 당하관에게, 동학(같은 스승에게 배우는 처지)중 선배가 후배에게, 비슷한 관직에 있는 사람인데 피차 '하게'하기에는 어려운 경우, 항렬이 아래인 친척이지만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 그리고 아랫사람이지만 그의 인격을 보아 함부로 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 등입니다.

    요즘에는 그다지 쓸 일이 없어 보이지요. 그래서 한동안 '하오체'는 사극에서나 들어볼 수 있는 말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사실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바로 '하오'는 평대를 해도 무방한데 상대를 대접해주는 것이 좋은 경우에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이 높임말인 것이지요. 단 절대로 윗사람이나 연장자에게 사용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자기를 낮추는 것이 예의라고 했는데, '하오'에는 상대가 나보다 아래라는 것을 깔고 시작하는 것이니 당연하고도 당연한 사실 아니겠습니까? 더러 친한 사이에서는 '하오'를 써도 된다는 말들을 합니다. 엄밀히 생각하면 이것도 틀린 말입니다. 친한 사이에 격식을 갖추고 싶거나, 또는 예스러운 말로 놀고 싶다면 '하게'를 쓰는 것이 법도에 맞습니다. '하오'에는 상대를 대접하는만큼 또 그만큼의 거리감이 있는 것입니다.

    그럼 대체 우리 조상들은 왜 이리 복잡하게 존대말을 구분해서 썼을까요? '합쇼'와 '해라' 둘만으로 충분한데 말입니다. 조금 양보하여 '하게'도 넣어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오'는 왜 써야만 했던 것일까요?

    저는 여기서 우리 조상들의 품위를 발견했습니다. 좀 과장하자면 인간 존중의 정신을 발견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비록 신분 사회였지만 아랫 사람을 대접하고 그의 인격을 존중하기 위해서 '하오'라는 기막힌 언어가 필요했던 것이지요. 아무에게나 '하오'를 써주는 것이 아닙니다.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아랫사람에게 썼던 것입니다. 아랫사람의 인격, 학문, 품성, 지위, 나이 등등을 고려하여 내가 윗사람이지만 그에게 걸맞는 대우를 해야만 하겠다는 판단을 했을 경우 바로 '하오'를 했던 것 입니다.

    과문한 탓으로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세상의 수많은 언어 중 이러한 기품과 정신을 가진 언어는 우리말이 유일할 듯 합니다.

    제목을 보고 "이 양반 '하오체'에 원한이 많군"이라고 생각하신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하오체'를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 우리의 '선비 정신'이 깃든 멋진 언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다만 그릇되게 사용되고, 그것이 그릇된 것인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만가는 것이 안타깝고 원통할 따름입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하오'를 들으면서도 그것이 자신의 격을 스스로 낮추는 것임을 모르고 시시덕거리는 것이 한심하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하오'를 하면서 그것이 자신을 높이는 방자함이자 무례함인줄 모르고 멋스러움으로 곡해하는 것이 또 한심할 뿐입니다.

    모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하오체'를 그들만의 문화이니 이해하자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이 말에 반대합니다. 막을 방법도 모르고 능력도 없기에 그저 그렇게 잘못 사용되는 곳에는 가지 않고 듣지도 보지도 않을 뿐이지요. 그 살벌한 언어 폭력을 견딜 자신도 없고, 도무지 용기를 낼 수 없어서 그저 눈 막고 귀 막고 지낼 뿐입니다. 그저 누가 제게 그 말을 쓰지 않으면 된다고 여기고, 조금 더 바라자면 이곳에서는 되도록이면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랄 뿐입니다.

    언어는 변화합니다. '하오체'의 용도도 변화하는 것이니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글쎄요. 변화는 좋지만 이왕이면 좋은 것은 살리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요?

    아무튼 '하오체'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공부삼아서 '하오체의 종결어미'에는 뭐뭐가 있는지 대략 살펴 보겠습니다. '오, 소'가 기본임은 다들 아시지요. 'ㅂ디까'도 있습니다. 의문형이지요. 'ㅂ시다' 'ㅂ디 다' 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이 둘은 가끔 씁니다. 물론 해도 그다지 흉이 되지 않는 경우에 한 합니다만. 잘 안쓰이는 것으로 'ㅂ늰다' 'ㅂ딘다'도 있습니다. 그리고 많이들 쓰는 것으로 '는구려'와 '그려'가 있습니다. 이 둘은 앞의 것은 감탄형 어미이고 뒤는 '하게'나 '하오'의 종결어미에 붙는 조동사로 역시 감탄의 뜻을 나타냅니다. 요건 예를 들어볼까요. '오늘따라 예뻐보이는구려'가 앞의 예고, '오늘따라 예뻐보이네그려'가 뒤의 예입니다.

    이건 하오체가 아닌 것으로 알고 흔히 사용하는데 아셨으면 되도록 서너살이라도 연장자나 불특정다수에게는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노파심으로 불특정다수에게는 왜 쓰면 안되는지, 즉 게시판에서 함부로 쓰면 어째서 버르장머리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되는지 덧붙입니다. 게시판이란 누가 그 글을 읽을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 그렇습니다.

    '오늘 참 날씨 좋습니다그려'라고 쓴 코멘트를 자기 아버지가 지금 보고 계실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櫛、탈무드乃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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