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남자친구가 있는 직장 후배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꽤 진지하게 만나고 있는 것 같아, 1년 동안 혼자만 삭히고 지내다가 결국 이번에 터져버렸네요.
최근 좀 많이 가까워져서 단 둘이 몇 번 만나 맥주한잔 한게 화근이었어요.
너무나 긴 이야기지만 다 생략하고.. 아무튼 그 친구도 저를 예전부터 신경쓰고 있었고
남자친구가 있기때문에 본인도 계속 억눌러왔었다네요.
현실적으로 둘이 뭐 만나게 된다 하더라도 장벽이 너무 많고..
(나이차이가 엄청 많이 납니다ㅜㅜ 또 제가 곧 멀리 발령날수도 있음)
그래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하더니
사적으로 더이상 만나지 않는게 맞는것 같다 하더라구요. 서로 감정 컨트롤이 안될것 같으니..
부끄러웠습니다. 내가 해야할 말을 이 친구한테 들었다는게요.
알겠다며 돌아섰지만, 그러기에 제가 이 여자를 너무 좋아하고 있다는게 문제더라구요.
거의 매일 마주칠때마다 얼굴만 봐도 행복하고 좋아서 미치겠고..연락하고싶고...
그래서 못참고 카톡을 보내는 날도 많았습니다. 답장도 잘 왔구요.
그러다 어제 저녁 퇴근시간에 뭐하냐는 카톡이 왔습니다. 평소에 용건이 없으면 절대 먼저 연락 안하던 친구가
뭔가 머뭇거리는 카톡을 보내니 만나자고 해야할 타이밍인것 같아, 덥석 맥주한잔 하자고 했고 바로 만났습니다.
쓸데 없는 얘기만 주고 받다가 술 한잔 들어가니 속에 담아둔 말이 술술 나오더라구요.
뭐 대충 너를 내가 이만큼이나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 남자친구랑 잘 만나고 있는 너한테 내가 이러면 안되는데 참 나도 미친X인것 같다고..
이 친구도 조심스럽게 자기 얘기들을 합니다. 사적으로 더이상 안만나는게 좋겠다고 한 그날 이후
남자친구한테 사실대로 털어놓고 이별을 고했고, 저한테는 남자친구랑 완벽하게 정리 되어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연락도 안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끈질기게 잡았고 자기가 차마 그 손을 뿌리칠 수가 없었답니다. 그런걸 보니 자기가 아직 남자친구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답니다.
그래서 본인이 저한테 흔들리는 것에 대해 엄청난 자책을 하더라구요. 그냥 저한테 너무 미안하답니다. 자길 욕해도 할말이 없다고 파르르 떨면서 말하는데 ㅋㅋㅋ 미치겠더라구요. 그냥 우리가 차라리 안만났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는 식으로 말하는데.......하..
자리에서 일어나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안떨어지는 발걸음 겨우 떼서 집으로 택시타고 오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내가 내감정 앞세워서 이 여자를 죄인처럼 만든거 같고.. 차라리 나쁜년이라고 시원하게 욕하고 싶은데 그러기엔 정말 너무 착한 애인걸 알아서..
(여직원 남직원 할 것 없이 평판이 엄청 좋습니다. 보기 드물게 착한여자예요.)
아무에게도 말 못할 고민을 이렇게 써내려가니 좀 마음이 안정되네요.
읽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리고.........이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오유분들의 솔직한 댓글 기대해봅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