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해 애니들을 분기별로 모아 정리하면서 한 해를 돌아 보는 글입니다. 언급하지 않은 애니들도 물론 상당수 봤습니다.
* 베스트로 꼽은 애니는 강추, 그 외 애니들은 볼만하다고 생각하는 작품들입니다.
* 극히 주관적인 글이므로 어떠한 태클이라도 감수합니다.
* 작품을 자세히 소개하는 글은 아닙니다.
1분기의 Best 애니 : GJ부
만약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심심한데 덕질이나 해 볼까...' 하고 애니를 보기 시작한 사람이 있다면, 꽤 좋은 작품들이 많았던 시기에 행복한 분기를 보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1분기 최고의 작품으로 꼽은 GJ부. 굳이 따지자면 치유계에 가까운 이 애니는, 등장인물들이나 주변 환경에서 스토리텔링의 분기점이 될 만한 갈등이 없이 원작 4컷소설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 오직 시간의 흐름만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잔잔한 일상물' 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1분기의 그 외 애니 : 러브 라이브, 코토우라양, 타마코 마켓
러브 라이브는 학교 생활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잘 꾸려나가 아이돌마스터의 아류라는 일부 비난에서 충분히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코토우라양은 상당히 재미있는 소재를 통해 주연들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해냈습니다. 타마코 마켓은 GJ부와 비슷하게, 커다란 갈등 구조 없이 잔잔한 일상물을 지향했습니다.
2분기의 Best 애니 : 역시 내 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
1분기와 달리 2분기는 무릎을 치게 만들 만한 수작은 없었던 분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 그나마 제일 인상깊었던 작품은 오레가이루. 단순한 부활동을 넘어 개인과 개인, 개인이 속한 커뮤니티, 사회에 대한 고찰이 애니메이션 특유의 가벼운 방식으로 녹아 있습니다. 주인공이 '찌드는 정도'도 거의 적정선의 한계 수준을 잘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더 찌들면 이 작품은 와타모테가 됩니다...
2분기의 그 외 애니 : 기어와라 냐루코양W,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리가 없어 2기, 어떤 과학의 초전자포S, + 악의 꽃
사실 앞서 Best로 꼽은 오레가이루 보다 그 외로 꼽은 세 작품이 재미 면에서는 더 낫습니다만, 전작이 만들어 놓은 기반을 그대로 이어간 작품들이기에 언급할만한 애니로 분류합니다. 사실 2분기 최대의 문제작이라 생각하는 것은 악의 꽃. 작화가 못 견딜 지경이라 끝까지 보기가 힘들지만 스토리라인은 올 한해 어떤 애니보다 강력한 파괴력을 가졌습니다. 원작 만화의 작화를 반만 살렸으면 아마 올 2분기는 난리가 났을 겁니다...
3분기의 Best 애니 : 연애 연구소
3분기도 1분기 못지 않게 좋은 작품들이 많아 무엇을 최고로 꼽아야 할 지 고민할만한 분기였습니다. 연애 연구소, 금빛 모자이크, 서번트X서비스, 은수저. 네 작품들은 각기 다른 소재나 환경을 무대로 하여 상당한 재미를 이끌어냈습니다. 러브라보는 중반부 넘어서 남학생들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다소 평범해 지는 경향이 있지만, 주연들 간의 갈등을 나름 좋은 방식으로 봉합하여 깔끔한 마무리를 짓는 데 성공했습니다.
3분기의 그 외 애니 : 금빛 모자이크, 서번트X서비스, 은수저, + 모노가타리 세컨드 시즌, + 내가 인기없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들이 나빠
앞의 세 작품들은 Best로 꼽혀도 손색없을 애니메이션들. 모노가타리 시리즈는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이 항시 최고이기에 Best는 다른 애니에게 양보했습니다. 3분기 최고의 문제작은 와타모테. 보고 있을수록 제 마음이 아파 옵니다... 오레가이루의 주인공 하치만이 더욱 찌들면 토모코가 되겠죠. 이 애니를 끝까지 보지 않으셨다면, 혹시 토모코에 100% 감정을 이입하실 정도로 동조하신 게 아닌지...?
4분기의 Best 애니 : 논논비요리
올 한해 최고의 애니메이션 유행어로 손색없을 냥파스~의 바로 그 작품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라는 연령에 비해 지나치게 조숙한 외모를 가진 도덕적 합법로리 호타루의 귀농이야기는 GJ부와 비견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잔잔한 일상물로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강타했을 것입니다. 주연 4인방은 제각각의 캐릭터성을 살려 갈등이 없는 일상물이 갖는 취약점인 '흥미요소의 부족'을 완벽하게 메웠습니다. 성우가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코시가야 삼남매의 장남 스구루마저 대사 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4분기에도 1분기와 같이 수작들이 꽤 있었지만 논논비요리의 광채는 특별합니다.
4분기의 그 외 애니 : 겁쟁이 페달, 잔잔한 내일로부터, 킬라킬
겁쟁이 페달은 흔한 오타쿠 소년의 갱생 이야기로 생각하기에는 꽤 가슴을 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나기아스는 좋은 설정을 잘 활용하여 2쿨째에 대한 기대감을 확실히 심어주었습니다. 킬라킬은 액션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닭다구리가 보고서 재미있다고 생각한 액션물입니다.
애게분들은 올 한해 어떤 애니가 재미있었나요?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용도로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 장르로서의 애니메이션은 분명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텍스트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