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그 아파트 집단이기주의라고 생각됬는데 pgr에서 댓글다신분이 쓰신걸보니 다른쪽으로도 생각해보면 어떨까싶네요
//pgr 트리스타님의 댓글
이게 이 스티커 이미지 한장만 보고 '아파트 입주민의 갑질' 로만 판단할 문제는 아닙니다. 생각보다 복잡하죠.
여기에 택배측 입장으로 댓글다신 분들도 새 아파트에 이사 가신다면 겪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문제입니다.
제가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최근의 아파트의 구조
차량은 무조건 지하로만 출입. 지상은 도보만 있음. 단, 지하출입이 불가한 대형 차량 (이사짐, 가전제품 배달차량 등) 및
긴급차량은 경비원 동행하에 지상운행. 단 지상은 도보로만 되어 있어 사람과 차량의 구분이 안되어 더 위험하기 때문에 서행해야 함.
아파트의 입장이 "걸어서 배송하라" 일까?
저 이미지에서 "걸어서 배송하라는 아파트측 입장" 이라는 표현은 택배사가 자극적으로 뽑은겁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택배사 엿먹일려고 존재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걸어서 배송하라" 고 하지는 않습니다. 이건 분명합니다.
정확한 표현은 "차량은 원래 차량 통행로인 지하로 진입하여 택배를 배송하라" 일겁니다.
택배차량은 왜 지하로 들어가지 못하나?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원래 정상적인 규격의 1톤 탑차는 이 지하주차장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규격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택배 차량들은 짐을 하나라도 더 싣기 위해서 탑차 높이를 증축한 차량들입니다.
택배 한두개가 아쉬운 택배기사 분들을 생각하면 이해못할 일도 아닙니다. 문제는 이 증축으로 인해서 해당 규격에 들어가지 못하게 됩니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되는 것이죠.
아파트의 입장 - 지하로 들어올 대책을 마련하라.
VS 택배사 - 안그래도 시간없는데 그렇게 못한다. 도보 안열어주면 배송못한다
입주민 입장에서는 일단 허가된 차량외에 택배나 거기에 마트배달차량 들까지 들어오기 시작하면 헬게이트가 열립니다.
차라리 지상에 도보와 차량 이동로가 함께 있는 아파트라면 각자의 길로 다니면 되죠. 최근의 모든 아파트 처럼 지상에 도보만 만들어 놨는데
그 위로 차량아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면, 더 답없습니다. 애들은 차량 없는 아파트라고 자전거 타고 온 아파트 뛰어다닙니다.
어른들도 차량 걱정안하고 조깅하고 음악들으며 걸어 다니겠죠. 그곳에 차량이, 그것도 시간이 돈인 택배차량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면,
과연 서행이 가능할 것이며, 입주민의 안전은 담보가 될까요?
그래서 아파트 측은 지하로 들어올 대책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걸어서 배송하라" 라고 합니다. 여기서 "걸어서 배송하라" 가 등장하는겁니다.
택배쪽에서 방법이 없는건 아닙니다. 택배사에서 이런 아파트를 위해 운영하는 '스마트카' 라는게 있습니다.
4륜 오토바이 처럼 생겨서 뒤에 짐을 싣게 되어 있죠. 이런 아파트의 경우 차량을 정문에 주차하고 스마트카로 이동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파트와 협의해서 스마트카 구입비용을 반반 부담할 수도 있고, 아파트측에서 관리실에 보관장소를 두고 관리해줄 수도 있죠.
하지만 이럴경우 어쨌든 택배차를 지상으로 올리는 것보다는 시간과 일이 더 생기죠.
입주민과 택배사. 택배물품으로 인한 입주민 불편을 걸고 싸움이 시작되다
여기서 택배사는 버텨서 지상 도보를 열어주면 무조건 성공이죠. 이때 택배사가 가진 무기가 바로 '택배' 입니다.
요즘같은 세상에 택배 일주일 이상 안오기 시작하면 돌아버리죠. 택배사는 버티기 시작합니다.
해당 아파트로 배송오면 무조건 반품시킵니다. 입주민이 전화로 확인하면 그곳은 택배사 측에서 배송불가 지역이라고 반품 시켰다 합니다.
염연한 도시 한가운데인데 말이죠. 실제로 한달가까지 해당 아파트로 택배배송 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택배사가 정말로 "꼬아서 이 아파트 배송안한다" 는 생각일까요? 아닙니다. 절대로요.
요즘 택배 점유율 70%를 가져가는 CJ택배의 경우 1,000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있다면 하루에 오는 물량만 많으면 100개에서 적으면 70개 입니다.
보통 배송 많이 하시는 기사분이 하루에 300개, 보통으로 하시는 분이 200개 돌립니다.
해당 지역 기사분은 저 아파트 하나에서 본인 물량 1/3은 나오는겁니다. 절대 포기할 수 있는 수량이 아니죠.
결국 택배회사도 아파트 측이 백기들기를 기다리는겁니다.
아파트 측으로 돌아오면, 낼 결론은 두가지 뿐입니다. 백기들고 택배차들 들여보내거나, 아니면 "한번 해보자" 로 가는거죠.
이 결정과정에서 아파트 입주민 투표까지 가기도 합니다. 입주민 중에는 일주일에서 한달간 배송을 못받는게 더 싫은 사람도 분명 있거든요.
입주민이 싸우기로 결정하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씁니다.
1. 우리 아파트로 오는 택배 숫자를 확 줄여버린다. 너네가 배송안해도 우리 버틸 수 있다
상당히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택배사는 배송안하기로 버티지만 실제로 정말로 "배송안해도 상관없다" 라는 생각일까요?
아닙니다. 절대 포기 못합니다.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버티는거죠.
여기에 입주민은 '아파트로 택배 안보내기'로 대응합니다. 택배를 회사나 아니면 근처의 친구, 친척 집으로 받는거죠.
그렇게 하루 70~100개의 택배를 매번 배송안하고 반품시키고 있는데
어느날 부터 물량이 20~30개로 줄어듭니다. 어라? 왜이렇지? 생각하는데 아파트 측에서 전화가 옵니다.
우리도 택배 미배송이 언제까지 갈지 몰라,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측면에서 '아파트로 택배 안보내기' 운동을 시작한다. 그리 알고,
절.대.로 지상 도보는 못열어준다. 이렇게 통보합니다. 자... 택배쪽에서 어떨까요?
어라? 백기들고 투항해야 하는데..? 이럼 생각보다 오래 버틸지도 모르겠는데?
그렇게 본인 지역 물량 50~70개가 다른 동네로 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답답해집니다.
2. 택배사의 '갑' 인 대기업 홈쇼핑에 클레임
두가지 작전을 병행하는게 효과적이죠. 택배사에게도 갑이 있는데, 바로 대기업 홈쇼핑입니다. 거기에 물건 주문하고 아파트로 보내버립니다.
역시나 반품됩니다. 홈쇼핑에 전화합니다. "난 우리 아파트랑 택배랑 싸우고 어쩌고 모르겠고, 물건 시켰으니 우리 집으로 갖고 오세요." 라고 합니다.
고객에게 택배관련 클레임이 오면 곧바로 택배사로 클레임가죠. 택배사 입장에서는 참 곤란합니다.
이렇게 아파트가 단결이 잘되기는 어렵지만, 이런 방법으로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도 아파트가 꿈적도 안한다면?
택배 쪽에서도 곤란한건 마찬가지 입니다. 초반 몇번은 통하지만 결국 택배쪽에서 반품한 것에 대한 비용도 문제가 되기 시작합니다.
그럼 대화가 시작되죠. 그러면서 서로 양보를 하다보면 어느정도 절충안이 나옵니다. 예를 들면 다음 방법이죠.
1. 택배차량은 도보 이용이 불가하다는 것에는 합의한다.
2. 아파트 측은 전화를 받지 않는 고객은 부재중으로 판단하여 물건을 한꺼번에 맞길 장소를 만들어주고,
해당 택배에 대해서는 아파트 측에서 관리한다. (분실 등에 대한 책임소지 - 아파트)
3. 택배사 측에서 스마트카를 이용할 경우, 아파트 내에 보관할 장소를 제공한다.
이정도로 합의에 이르게 되죠.
택배 기사들은 아파트에 오면 정문에 차를 대놓고 배달받을 사람들에게 주욱 전화를 돌립니다.
안받는 사람은 곧바로 메세지 전송하고 정문 근처에 마련된 택배 보관소에 물건 내립니다. 이 때 많은 배달 수량을 덜게되죠.
구형 아파트는 부재중 물건도 각 동으로 이동 후 경비실에 내려야 하지만, 신식 아파트는 이렇게 한곳에서 전 입주민의
부재중 택배를 받아주는게 가능합니다. 관리실이 중앙에서 전체를 통제하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이죠.
나머지는 스마트카로 옮겨서 배송하거나 소량인 경우나 택배사에서 스마트카 구비 안한 곳은 카트로 걸어서 배송합니다.
아파트 측에서도 부재중인 입주민에 대한 부분은 어느정도 일손을 덜어주는 방법으로 배송 시간에 대한 로스를 줄여주는게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입니다. 이 경우 택배보관소 일손이 상당히 바빠집니다. 그정도 비용은 아파트 측에서 부담해야겠죠.
모든 아파트-택배간 분쟁이 이렇게 평화롭게 마무리 되는건 아닐겁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서로 손해와 불편을 줄이도록 협의할 방법은 있다는거죠.
이정도로 정리가 될 듯 하네요.
이 문제는 앞에서도 말했듯, 절대로 한두 아파트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5년내 지어진 대부분 아파트가 이런 구조이며,
현재 지어지고 앞으로 지어질 아파트들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입구 높이를 높이거나 하는 방법도 논의가 필요합니다.
위의 스티커는 이러한 택배사와 아파트 간의 의견충돌의 한 과정입니다.
절대 간단하게 '갑질' 이라고 아파트를 욕할 문제는 아니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