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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621933
    작성자 : endwhy
    추천 : 13
    조회수 : 2433
    IP : 175.115.***.95
    댓글 : 156개
    등록시간 : 2016/04/28 23:01:04
    http://todayhumor.com/?gomin_1621933 모바일
    팬티 빨래하고, 마음이 복잡하네요...
    안녕하세요..

    그냥 복잡한 마음에 어디다 이야기할데도 없고 해서...그냥 주저리 글남깁니다..

    방금 엄마 속옷빨고 널어놓고 오다가,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복잡하네요....

    간단히 소개를 하면, 저는 '치매'를 앓고 계신 엄마와, 와이프..이렇게 셋이서 살고 있는 30대 중반 아저씨입니다.

    2달전까진 모바일 게임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다가..

    병을 앓고 있는 엄마를 와이프 혼자 케어하는게 벅차다고 생각되어 퇴사하고 집에서 같이 엄마를 모시고 있어요.

    생계는 우선은 퇴직금으로 버티고는 있고, 집에서 있으면서 1인개발로 그동안 만들고 싶었던 게임을 만들어서 생활을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실.. 퇴사 이유가 엄마 병간호 50%, 1인 개발 이 하고 싶어서.. 50% 인것같네요.)

    엄마 상태는 그래도 작년까진 이모들이나, 가까운지인들은 알아보셨는데,(관계까진 아니더라도 '아는사람이다' 정도는 알아보셨던것같네요.)
    올해들어서는 아는사람이던, 모르는 사람이던, 모두 예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대하시네요.

    그리고 특별히 화장실을 자주 가셨는데, 그래도 지금까진 아주 가~~끔 실수를 하시긴하셨는데, 요즘들어 실수 하시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낮에 주간보호센터에서 전화가 왔는데..
    '요즘 실수를 자주 하셔서, 기저귀를 채우는건 어떻겠냐' 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안그래도 소변보시고 뒤처리를 안하고 나올때가 많아서, 요실금 전용 기능성 팬티로 모두 바꾸고, 하루에 2번씩 팬티를 갈아입히고 있었는데...
    기저귀를 차셔야 한다고 생각하니..한단계 더 안좋아지신것 같은 느낌이라...마음이 더 무거워진것같네요..

    의사소통도 점점 더 안되서.. 마치 고장난 키보드를 치는느낌이에요.. 옷갈아 입히기위해서 "엄마 양말 갈아신게 벗자.." 라는 말을 10번정도 반복해야 겨우 양말 하나벗고, 웃옷 벗으라고 또 한참을 이야기해야 겨우 한번 벗으시고...또, '자기옷을 괜히 가져간다' 라고 생각하시는지.. 저한테 '왜 나한테 그래!!'라고 짜증 내면서, 옷을던져버리기도 하고....

    아마 이글 읽으시는 많은 분들은 3자 입장으로 보면.."아픈사람인데 어떻게.. 그정도는 힘들겠지만 참아야지.." 라고 생각하실꺼에요.
    사실 저도 회사다니면서 와이프한테 떠넘겼을때는 똑같이 생각했어요.. 와이프가 가끔 짜증내면, 달래준다면서 딱 저대사를 했죠..
    근데, 와이프 힘들어하는걸 보면서 조금씩 돕다 보니까.. 정말 답답해 미치겠어요..
    답답해서, 엄마랑 얘기(옷갈아입자...같은..)하다 벽에 머리 박고, 가끔은 화를 못참아서 엄마한테 큰소리로 소리치고..

    그래도 지금은 와이프랑 둘다 집에서 엄마를 돌보고 있어서, 한명이 터질것 같으면, 조금 덜 쌓인 사람이 교대 해주는식으로 버티고 있네요.
    예를들면, 게임에서 분노게이지 같은게 있어서, 일정치를 넘어버리면 폭발해버리는... 폭발하기전에 다른 케릭으로 바꿔서 버티는 식이죠..
    그래도 쌓인게 풀리지는 않아서, 교대로 2~3일 여행을 가거나 힐링하고 분노게이지를 줄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혼자서 힘들어했을 와이프 생각하면, 진작에 나도 엄마를 같이 돌봐야 했어야 했는데.. 와이프가 많이 힘들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와이프랑 단둘이 여행간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네요.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국내여행도 마지막에간게 5년전 결혼기념일이였네요. 엄마 모시고 여행간것도, 2013년 가을에 제주도 간걸 마지막이더라구요.
    이젠 여행가기가 너무 부담스러워졌어요..
    남들은 퇴사했으니, 시간만을때 부부끼리 여행도 다니고 그러라고 하는데...엄마를 모시고 여행가기는 너무 힘들고, 둘만 좀 쉬고올수도 없고...
    심지어는 친구들끼리 부부 동만으로 저녁모임도 참석할수가 없어요..당연히 친구부부와 술한잔 해본적도 없네요.

    이런저런 일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내가 살고 있는 이유가 뭘까??'라는 생각도 들고..
    '엄마가 병이 없었다면 얼마나 행복하게 잘살았을까?? 엄마도 친구들이랑 매일매일 온천여행도 가고, 등산도 다니고, 맛있는것도 많이 드시고...
    우리도 여기저기 여행다니고, 가끔은 셋이 해외여행가서 재밌게 놀다 올수도 있을텐데...',
    '만일 내가 사고나, 질병으로 엄마보다 먼저 죽는다면..와이프 혼자 모실수 있을까?? 엄마는 내가 먼저 죽었다는걸 인지할수 있을까??, 와이프도 같이 죽었다면...엄마는 어떻게 살아가지?? 난 절대로 사고나지말고, 절대로 큰병걸리지 않게 하고, 절대로 엄마보다 먼저 죽지 않아야겠다!!' 라는 생각도 드네요..

    몇몇사람들은 요양시설에 보내라.. 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예전엔..
    '아무리 그래도, 요양시설은 보내기좀 꺼려지는데...왠지 모시기 싫어서 요양원에 버리는...마치 고려장 같은느낌이야... 정말 엄마가 내가 누군지도 모르게 되면..그때 모셔야겠다.. 한 5~6년쯤 뒤가 되겠지..'
    라는 생각에서
    '생각보다 빨리 안좋아지시네....요양원가셔서, 아들을 찾을때 옆에 없으면...엄마가 많이 서운하시겠지...지금보호센터랑 환경도 많이 다를텐데, 적응 하실수 있을까??'..
    요즘엔,
    '하....힘들다...계속 엄마 돌보니까 너무 스트레스 쌓이고, 엄마한테 오히려 짜증만 늘어가는것 같네...이렇게 엄마한테 짜증내면, 엄마도 스트레스 받고, 나한테 안좋은 인상만 계속 남을텐데.... 이렇게 짜증내면서 엄마를 모시는게 맞는걸까??'
    라는 생각도 가끔듭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답답함이.. 포기가 되서 좀더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짜증이 줄어들긴할꺼에요..
    그래도 1~2년 뒤면 엄마를 모시기 힘들어져서 시설로 가셔야할것 같습니다.다만, 그때 되서 적응잘하시길 바라고, 그때 되서 '엄마 같이있을때 짜증내지말고, 더 잘해드릴껄..' 하는 후회가 들지않도록...저나 와이프가 잘버텨줬으면 좋겠어요...

    또, 문득 걱정드는 하나는..경제적인 이유로 때가 되지 않았는데, 어쩔수 없이 시설에 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지금은 집안에서 모두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아서..퇴직금으로 깎아먹고 있는데, 
    기저귀로 바꾸게 되면 엄마 기저귀 값도 만만치 않을것 같고..(친구들은 애기 기저귀값 걱정하고 있는데, 저희집은...)
    엄마 연금으론 관리비도 모자르고, 세금은 어김없이 매달나오고....
    퇴직금과 그동안 모아둔 통장잔고가 떨어질때쯤엔, 와이프에게 혼자 맡기고 취업을 해야할것 같은데..지금보다 더 돌보기 힘든상황에서 혼자서 케어하기는 무리일테고...결국엔 원하던 원하지 않던, 시설에 가고, 와이프랑 둘이 맞벌이 하면서 살아가야 할것 같네요..

    하~~~정말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지고, 마음만 무거워지네요..
    엄마만 아프지 않았더라면......
    와이프랑 둘이 영화관도 가끔 가서 데이트도 하고, 주말엔 가족끼리 캠핑도 가고...., 1년에 한두번은 엄마모시고 해외에가서 느긋하게 놀다오고....
    친구부부들이랑 밤마실가서, 술한잔하고, 같이 노래방도 가서 웃고 떠들고...

    이런것 작은것들이 너무너무 그립네요....

    두서없이 긴글 보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꼭 대나무 숲에서 혼자 소리지른 느낌이라..그래도 마음이 좀 후련한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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