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다 그 게시판에다가만 쓰기에는, 너무 어이털려서, 그렇다고 멘붕게에 쓰자니 또 아닌 것 같고 해서 고민게에 씁니다.
우선 5대5로 팀을 짜서 하는 게임이고, 입장하기 전에 따로 파티를 짜서 갈 수도 있습니다.
제가 게임에 접속했을 때는 같은 클랜원 두 명이랑, 그 둘이서 일반 게임에서 만난 다른 2인팟이랑 합쳐서 4인팟이었습니다.
그래서 5인팟이 되어서 게임을 했습니다.
첫번째 판은 무난무난하게 평소에 하던 대로 이겼고,
두번째 판은 그 다른 2인팟 중 한 명이 '이번판은 저분 영;' 이러는 겁니다.
솔직히 기분 나빴고, 그 때 당장이라도 그냥 게임 끄고 누워 자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만, 클랜원 두 명에게 미안하니 그냥 참고 했고, 결과는 겨우겨우 이겼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판에서 이상하게 밀릴만한 상황이 아닌데 밀리고 있길래, 왜 지고있나 봤더니 아까 2인팟 중 한 명인 '이판은 영;'이라고 했던 그 사람이 맥을 못 쓰고 있는 겁니다. (T라고 칭하겠습니다.)
그래서 그 T에게 어떤 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존댓말로 최대한 정중하게, 예를 들면 'T님, 그 캐릭터의 궁극기는 그렇게 쓰시는 것보다는 이렇게 쓰시는 게 효율적이고 좋아요' 라고 말했습니다. T는 알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직후에도 뭔가 실수를 하셨길래, 혹시나 모르시나? 아니면 실수인가? 하는 마음에 또 말했습니다. 'T님, 그 스킬을 쓰면 적 궁극기를 캔슬시킬 수 있어요.'
그러니 T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알아요, 아는데' '듣고 싶지 않네요.' '그냥 말하지 마세요.'
ㅎ.ㅎ... 제가 무슨 게임 NPC같은 것도 아니고, 그냥 말하지 말라면 다입니까. 악의적인 의도도 전혀 없고, 오히려 성의껏 내가 아는 만큼의 정보를 최대한 알려주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여기서 어이가 1차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 T에게는 한 마디도 건네지 않았습니다. 맵에 핑을 찍는다고 하죠. 그 핑조차 T에게 지시하는 것은 전혀 찍지 않았습니다. 말하기 짜증났거든요.
그리고 클랜원 중 한 명이, 연습캐릭이었습니다. 그 클랜원은 그 캐릭터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고, 평소에도 잘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궁극기 다음에는 스킬 연계가 힘들어서, 기다렸다가 쓰는 게 좋아' 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T가 갑자기 '저 사람 차단하고 갈게요' 하는 겁니다.
굳이 채팅으로 저래야만 하는 이유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갔습니다. 아니, 아직도 이해가 안 갑니다.
파티를 한다는 것은 같이 게임을 하려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이고, 차단을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싶지도 않고, 그 사람과 말하는 것도 싫다는 의미인데 말이죠.
비유하자면 이런 겁니다.
학교에서 조별과제를 위해서 조를 짜야 하는데, 교수님 임의도 아니고, 랜덤 뽑기도 아닌, 각자 알아서 조를 짜는 거였습니다. 즉, 모이고 싶은 사람끼리만 모였다는 말입니다. 그 조에서 단톡방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하하호호 웃고 농담도 건네고 했습니다. 첫번째 과제는 다들 열심히 해서 A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수업때 받은 두번째 과제에서, 제가 살짝 실수를 했는데, 저와는 친하지 않은 다른 조원, 즉 T가 '이번 과제는 영 해결을 못 하시네요;' 이러는 겁니다. 얼마나 좆같았겠습니까? 안 그래도 잘 안 풀리는데. 그래도 내가 화내고 때려쳐봤자 다른 3명만 괜히 점수 깎이고, 나는 아예 F일 수도 있으니, 진짜 빡세게 노력했습니다. 결과는 B+이었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세번째 과제에서 터집니다. 이번에는 T가 문제 해결을 잘 못하길래, 제가 도와주겠다고 나서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 줬습니다. 그런데 T가 듣기 싫다고, 그냥 도와주지 말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T와는 전혀 상종도 안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제가 다른 조원을 도와주게 됐습니다. 그런데 T가 갑자기 단톡방에서 대놓고 저를 콕 집어서, '저 사람이랑 말하기 싫네요. 말 안 합니다.' 라고 하고, 저를 제외한 다른 조원들만 모아서 따로 톡방을 만들어서, 거기에서만 말한다는 겁니다. 이게 얼마나 개같은 행위인지 이해가 좀 가십니까?
물론, 과제 결과는 D였습니다. 잠깐 현실로 돌아오자면, 게임을 졌다는 의미겠죠.
저는 당연히 T와 싸웠습니다. 아니, 싸우려고 했습니다. T는 이미 저를 차단한 상태였기 때문이죠. T가 제 말을 듣기 싫다고 단언한 그 단톡방에서, 저는 이성의 끈을 놓고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육성으로도 욕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저와 친한 조원이 저를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너 갑자기 왜 그래? 이러지 마' 저는 그 말에 진짜 이성의 끈 한 줄기마저 놔버렸습니다.
'내 말 듣기 싫다는 사람을 왜 내가 배려해줘야 하는데? 아무리 존댓말로 좋게 말해도, 그 대가가 개무시와 차단인데,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좋은 말 듣기 싫다는 사람한테 욕하면 안 되는 거야? 내가 왜?' 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그 T와 친한 친구가(즉 그 사람과 2인팟이던 사람) 먼저 사과를 하는 겁니다.(이 사람은 S라고 하겠습니다.)
S가 사과를 하자 채팅은 순간 조용해졌고, 저는 손 끝에 묻어있던 일말의 이성의 흔적을 되찾고, 사과했습니다.
근데 더 웃긴 건, S가 사과하니까 갑자기 T가 어디선가 나타나서 자기도 미안하다는 겁니다. 그렇게 내 말을 씹어대놓고. 씨발.
그렇게 어떻게든 사건이 마무리되고, 조별과제가 끝난 관계로 그 조도 해체됐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열은 받지만, S에게 너무 미안한 겁니다. 아무리 T가 나쁜새끼라도, S에게 있어서는 소중한 친구였을 테니까요.
그래서 S에게 사과를 하려고 했습니다. 개인 연락처도 모르고, 저는 S의 사물함에 사과의 편지를, 그것도 공간이 부족해서 두 장에 걸쳐서 써서 넣었습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오늘, 강의실에 가서 다른 개별과제를 하려고 하는데, 사물함에 뭔가 없던 게 있는 겁니다.
다름아닌 T가 보낸 쪽지였습니다.
맨 첫 줄은 자기도 민감하게 굴어서 미안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역시 아무리 짜증이 나더라도 이런 글을 보면 조금 누그러지는 법입니다.
계속해서 읽어나갔는데, 중간부터 뭔가 이상한 겁니다.
T의 말로는 '이것저것 가르치려고 드는 태도가 보기 싫고 불쾌했다' 랍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 반말조차도 한 번도 안 하고, 존댓말로 말했습니다. 뭐, T가 선빵을 친 다음에야 욕은 했지만서도요.
그러더니 이번엔 개인정보까지 들먹이면서 저러는 겁니다. 아주 강원도 배회하면서 20살 남자 찾아다니면서 묻지마 살인이라도 할 기세이십니다? T님?
자기가 먼저 제 말 듣기 싫다고 차단해놓고, '풀려는 생각이 없어 보여서' 이건 무슨 심보입니까? 귀막고 빼애애액거리다가 이 쪽이 화나서 발끈하니까 '아, 그 쪽이 화냈잖아요;' 이러는 겁니까?
그리고 밑에 보시면 메일을 보낸 걸 봤답니다. 전 당연히 사과하는 편지를 봤으니까 뭐 그거에 관련된 얘기를 하나 싶었죠,
사실 중간에 하나 짤리긴 했는데, 어차피 시덥잖은 소리입니다. '그렇게 욕하시고 제 지인에게 사과를 구하시는 건 뭔가요?'랍니다. 욕은 너한테 했고요, 사과는 다른 분께 했고요, T님아. 누가 너한테 용서 빈답니까? 왜 니가 나서세요?
그리고 사과를 구한다는 저 말은 아마 용서를 구한다는 걸 잘못 말한 것 같은데, 무엇인가 잘못을 했고, 그 행동에 대해서 사과를 하는 행위에는 당연히 용서를 빈다는 내재적 의미가 담겨있기 마련 아닌가요? 교육 한 번 못 받아본 야생동물도 그것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인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데 꼴값 떨지 말랍니다.
뭐 하나 잘못하면 아주 할복이라도 해야겠습니다, T님? 하하!
저 상황에서 화내는 제가 이상한 건가요? 왜 화내냐고 하는 주변이 이상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