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런 고민글을 이곳에 올려도 되는지도 고민이 됐는데 물어볼 데가 없어서 일단 올립니다.
문제시 바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25살 먹은 아재입니다. 지방대 법대 휴학중인 상태에서 현재 환경단체에서 인턴으로 근무중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걸 요약해보자면, 스무살 때 성적 맞춰 지방에 있는 4년제 법대에 들어가서 학사경고를 받고 입대했어요.
군생활 무난하게 마치고 나와 등록금을 벌어 보겠다며 카페에서 직원으로 1년을 일했죠. 등록금을 벌지 않으면 대출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라 일을 시작했으나, 처음으로 다달이 100만원이 넘는 돈을 만진데다가 워낙 술을 좋아하다보니 음주로 대부분을
날려버리고, 군시절 친했던 동기 형에게 핸드폰 명의 사기를 맞아서 쌩돈 백만원까지 날려버리고 나니, 1년을 주에 하루
쉬어가며 열심히 일하고서 남은 건 간신히 맞춘 한 학기 등록금 밖에 없더라구요. 어쨌든 이 돈으로 조금 늦은 복학을 했습니다.
힘들게 돈을 벌면 아껴서 쓸 것이다, 내가 힘들게 번 돈으로 학교를 다니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할 것이다 생각했던게 이 때
꼭 맞는말은 아니구나 깨달았어요. 다 사람 나름인가봐요. 내가 힘들게 일해서 벌었으니 꿀같은 휴식을 위해 돈을 물처럼 써버리고, 어차피 내가 번 돈으로 다니는 학교니까 공부를 안해도 탓할 사람이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게 복학하고 첫 학기는 학사경고만 안맞았지 매우 처참한 성적으로 끝이 났습니다. 그 다음학기는 결국 학자금 대출을 받아 다니게 됐죠.
빚 져서 다니는 학기 만큼은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으나, 워낙에 노답인 저는 결국 2스트라이크, 또 한번 학사경고를 맞았네요.
결국 휴학을 마음 먹었지요. 이대로 가다가 3아웃 당해 학교 잘릴까봐 무서웠고, 더 이상 빚져가며 학교를 다닐 이유가 없었어요.
학교공부에 흥미를 느끼는 것도 아니고, 비전이 있는 곳도 아니었지요. 결국 다들 공무원 준비를 하는 곳이었는데, 이럴꺼면
왜 굳이 졸업을 하고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나 싶을 정도였지요. 아무튼 휴학을 하고서 또 정신 못차리고 열심히 놀다가,
절도 잠깐 다녀오고, 첫 해외여행도 일본으로 갔다와봤어요. 딱 뭐든 그 때 당시에만 뭔가가 끓어오르고 마음 먹게 되고 그 후에
잠시 늘어져 놀다보면 옛날로 돌아와서 끝없이 놀게되는 생활이 반복되더라구요. 다짐했다가 파기한 계획에 몇개인지 몰라요.
그러다가 일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콜센터에서 영업을 하다가 한 달도 안되어 도망나왔어요. 이 때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 받았단
핑계로 또 열심히 놀던 차에 원래 회원으로 있던 환경단체에서 알바 못구했으면 인턴이나 해봐라 하고 연락이 오더라구요.
고용노동부에 청년인턴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사업체에서 청년을 인턴으로 두 달간 고용하면 한달에 50만원인가 60만원을
지원해주고 그 후 정규직 전환이 되면 6개월 간 또 50만원인가를 지원해주는 제도더라구요. 그 단체에서는 저에게 고용노동부에서
지원 받는 50~60정도 되는 급여만 지급을 하고, 그 만큼의 일만 파트타임 알바처럼 시키려고 생각했던 거에요. 비영리단체다 보니
돈이 없잖아요? 저는 당연히 땡큐죠! 맨날 피씨방에서 라면과 게임으로 푸른 이십대 인생을 처참히 죽여가고 있던 때였으니까요.
그래서 알겠다, 감사하다 말씀드리고 사무실에 방문해서 계약을 하려고 하는데 알고보니 이게 돈을 조금만 주고 일을 덜 시킬 수
있는 제도가 아니더라구요. 꼭 주에 40시간은 일을 시켜서 월급 139만원은 지급을 해야되는 제도였어요. 완전히 인턴으로 고용을
해야만 하는 제도였던 것이었죠! 서로에게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었어요. 저도 갑자기 풀타임 인턴으로 취직을 해야하는 것이고
단체에서도 한 명을 추가로 고용하기 위한 예산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죠. 저야 워낙 막장으로 살았기에 잠시의 고민 후
상관없다 말씀 드렸고, 얼마 뒤에 단체에서도 회의를 통해 오케이 싸인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얼떨결에 인턴으로 채용이,
즉 취업이 된거죠. 시민단체다 보니 정규직 전환은 저와 단체가 크게 안맞거나, 제가 엄청 실수를 하고 다니지 않는 이상은
보장되는 부분이고, 제가 아직까지는 무탈하게 일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일이 재미있어요. 보람도 있는 일이구요.
긴 글 끝에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제 고민은 이겁니다. 여태껏 한심하게 살아오다가 어떤 스펙이라 할 만한것이나 자격증 하나
없이, 심지어 면허증도 없는 제가 우연찮게 상황이 맞아들어 취업을 해버렸습니다. 근데 아무래도 대학교를 졸업하지 못한게
좀 거슬리네요. 물론 이쪽 분야에서 일을 하기에 졸업장이 필요한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그냥 고졸로 남는다는게 찝찝할뿐이죠.
근데 또 여기서 인턴 2개월까지만 경험을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에는 제가 지금 25살인데 2학년 2학기로 복학해야 하고,
학사경고가 둘이기 때문에 99%확률로 5학년까지 다녀야 한다는 점. 그러면 졸업할 때 나이가 무려 28~29살이나 될 것이라는 점.
그 후에 내가 또 어딘가에 취직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는 점이 걱정입니다. 지금의 환경단체가 절대로 사람을 아무나
막 데려다 쓰는곳이 아닌데 저를 알바식으로 쓰려다보니 그게 안돼 어쩔수없이 인턴으로 고용을 해버렸고, 시민단체라서 왠만하면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는 것이라 저는 참 운이 좋았던 것입니다. 그 다음 고민은 이겁니다. 현재 필요하다고 여겨지지도 않는
대학교를 때려치고서 운좋게 취직을 한 것은 참 좋으나, 시민단체에서 일을 한다는 건 박봉에 힘든 업무를 소화해야 하는것이기에
고민이 됩니다. 제가 정규직으로 전환됐을때 받게 될 급여가 들어보니 수당까지 합쳐 180정도가 된다고 하더라구요. 환경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단체인 만큼 일은 힘들고 급여는 저기서 크게 오르지 않을 게 뻔하구요. 그런데 약 2주가 안되게
일을 해보니 일을 하는게 참 재밌기는 합니다. 보람도 있는 일이구요.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여러분 같으면 계속 일을
하시겠어요? 아니면 대한민국은 그래도 졸업장이 필요하다 생각하셔서 인턴까지만 경험하고 다시 복학하시겠어요?
요약
1. 작성자 그동안 한심하게 살아오다가 우연히 환경단체에 취업함.
2. 인턴까지만 하고 학교를 다닐지 아니면 학교를 때려치고 쭉 일할지 고민됨.
3. 학교를 다니려면 25살 나이에 2학년 2학기로 복학해서 5학년까지 다녀야하고(성적 개판), 지방4년제 법대라 비전은 없음.
과 사람들 다 공무원 준비함.
4. 일을 계속 하자니 비영리단체에서 박봉에 격무로 시달릴 것이 걱정됨. 그러나 일은 참 보람차고 재밌음.
5. 작성자 대한민국에서 결혼은 반 포기한 상태. 마음 맞는 사람과 결혼할수 있더라도 자녀계획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