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업에 소속된 사원이며 저의 주업무는 SNS입니다. 기업의 이름이 걸린 블로그, 페이스북 같은 SNS에 기업의 행사와 소식 혹은 신제품 정보를 올립니다.
그런데 꼭 글을 올리면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입에 담기도 힘든 욕을 먹습니다. 주로 올라가는 글은 신제품에 대한 소식이지만 종종 남들이 접하기 어려운 정보나 전문 지식을 쉽게 풀어서 쓰는 글도 올립니다. 물론 저희 기업의 업종과 비슷한 쪽으로요.
그 글에는 타회사의 좋은 제품을 소개해주기도 하며 우리 회사 제품의 아쉬운 점도 씁니다. 때론 아예 저희 회사 제품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기도 하죠. 최대한 중립적이며 읽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해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씁니다. 제가 쓴 글 을 다른 유저가 자기 페이지나 블로그에 퍼가는 걸 보면 정보의 질이 떨어진다 생각하지 않아요. 그 글을 쓰기 위해 조사는 물론 직접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어서 편집합니다. 디자이너에게 디자인도 부탁하고요.
그리고 그 글이 올라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인기가 높아지면 어김없이 악플이 달립니다. "광고충" 이라는 댓글은 아무것도 아니죠.
제가 운영하는 SNS는 기업의 마크와 이름을 달고 있으며 기업에서 운영하는 SNS라는 느낌이 물씬 납니다. 공기업도 아닌 사기업인데 당연히 신제품 소개를 올릴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관련 정보를 주고 우리 제품도 써봐라 하고 한 줄 덧붙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일반인 SNS인 척 하는 것도 아니고 프로필부터 상단의 커버까지 전부 기업에서 운영하는 곳임을 표기하는데요.
한 번은 고객 분들하고 행사를 진행했던 소식을 올렸는데 그 뒤로는 성희롱 댓글도 꾸준히 달립니다. 여기 행사 직원 엉덩이 개쩜. 커피스타킹 찢고 핥핥. 이런 식으로요. 물론 절 지칭하는 건 아니고 대리님 말하는 거 같은데 정말 수위 높은 글도 있었는데 대리님 보시기 전에 다 삭제했습니다. 비로그인한 사람은 댓글 못달게 설정하고요..
여성에 다소 치우친 글 올렸다고 "담당자 메갈년이냐" "메갈 인증?" 이런 댓글도 받았고요. 개고기를 먹는 것은 음식에 대한 취향 차이일 뿐 사람이 미개한지 미개하지 않은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는 아니다라고 글을 올렸다가 "개만도 못한 쓰레기 글 찌끄리는" 인간이라 불리기도 하고 "니 애새끼 잡아먹히고도 취향 차이라 지껄여라"라는 글을 받기도 했습니다.
신제품이 나왔다고 며칠만에 글 올렸다가 "광고 좀 그만 쳐올려 씨xx야"라고 들은 적도 있고요. 조금이라도 자신의 생각과 다른 글이면 "병신 같은 글 쓰지 마라"라는 말도 듣습니다.
맞춤법 삐끗이라도 했다간 "명색이 SNS 담당자인데 이것도 모르나요?" 핀잔 듣는 건 당연하고 친구태그해서 "니가 쟤보단 잘할 듯" 비꼬기도 하고 "님 사장도 맞춤법 못하는 거 알고 뽑았음? 곧 해고각"이라며 제 능력을 아무렇게 않게 평가합니다.
이런 악플 받아도 너무 심각한 수위가 아니면 삭제도 못합니다. 삭제했다간 댓글 조작한다고 난리가 나거든요. 욕설이 담긴 댓글만 삭제했는데도요.
비판이나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은 좋은데 악플에 정말 너무 상처 받습니다. 모니터 뒤엔 다 사람 있어요. 기업에서 운영하는 SNS 월급 받고 사는 똑같은 월급쟁이가 운영하는 거예요. 때때로 남의 글을 퍼오는 안 좋은 SNS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도 악플은 항상 넘쳐요. 씨x, 병신, 개 같은.. 이런 욕설에 저는 몇 번이고 심장이 쿵쿵 내려 앉아요.
틀린 부분, 오류가 있는 부분은 조금 더 부드러운 말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인간이다보니 최대한 중립적으로 말하고자 해도 제 정치사상, 가치관이 다 안 들어갈 수가 없네요.. 오늘도 악플 받고 속상해서 씁니다.
이 일.. 그래도 3년차인데 얼굴도 모르는 남에게 욕 먹는 일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나아질 거 같지 않아요.
그래도 좋은 정보 감사하다는 말, 정중한 말로 틀린 부분을 알려주시는 분들 덕에 힘이 납니다. 내일은 악플 안 받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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