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붉은악마에서 홍위병 연상" 발언 논란
[한국일보 2005-08-08 17:36]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붉은 악마'에서 홍위병이 연상된다는 요지의 글을 인터넷에 올려 논란이 예고된다.
그는 8일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게재한 '대중동원정치의 그늘 - MBC 음악캠프의 나체소동을 보며'라는 글에서 "'붉은 악마'의 동원력과 자신감이 미선이·효순이 촛불시위를 가능케 했고 이것이 노무현 정권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면서 "대통령 탄핵사태 때에는 미증유의 괴력을 발휘해 마침내 소수여당인 열린우리당을 과반이 넘는 제1당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한국사회의 기득권 내지, 기성세력은 ‘야코’가 팍 죽어버렸으며, 반대로 한국사회의 주변 내지 신진세력이 기지를 펴는 현상이 이 땅에 자리잡았다"면서 "이 '무서운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막강한 권력집단이 돼버렸으며 탄핵사태에서 4·15총선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보여준 이들의 행위 양태는 중국의 문화혁명 당시에 홍위병들의 그것이 연상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무서운 아이들'의) 버러지를 보는 듯한 혐오에 찬 눈빛과 천벌 받을 죄수에게 짓는 듯한 경멸에 찬 미소는 기득권과 기성세력을 마냥 주눅들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그는 "이 아이들에게 ‘그러면 안 된다’, ‘잘못 되었다’, ‘이렇게 해라’라고 전혀 말하지 않거나 말을 해도 먹혀들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면서 "다소 비약이겠지만 이러다가 음악캠프 나체소동까지 왔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추기경 말씀까지도 욕지거리를 퍼붓는 마당에 이 아이들에게 도대체 누가 나설 것이며, 또 나선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면서 "우리 사회에 권위가 다 무너져 버렸으니 난감할 뿐이다. 노무현 정권은 권위와 권위주의를 구별 못하고 세워야 할 권위는 무너뜨리고, 없애야 할 권위주의는 붙들고 있다보니 이 지경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의원의 글 전문.
대중동원정치의 그늘
- MBC 음악캠프의 나체소동을 보며 -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은 한국사회에 ‘붉은 악마’라는 새로운 ICON을 만들어냈다. 그 ‘붉은 악마’가 만들어낸 신드롬이 한국사회의 문화지형을 흔들어 놓았다. 그리고 급기야는 정치지형마저 바꾸어 놓았다. ‘붉은 악마’의 동원력과 자신감은 미선이·효순이의 촛불시위를 가능케 했고, 이것이 노무현정권 탄생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사태 때에는 미증유의 괴력을 발휘하여 마침내 소수여당인 열린우리당을 과반이 넘는 제1당으로 만들어 논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사회의 기득권 내지, 기성세력은 ‘야코’가 팍 죽어버렸으며, 반대로 한국사회의 주변 내지 신진세력이 기지를 펴는 현상이 이 땅에 자리잡았다. 우리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이 ‘무서운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막강한 권력집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특히 탄핵 사태에서 4·15총선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보여준 이들의 행위 양태는 중국의 문화혁명 당시에 홍위병들의 그것이 연상될 정도였다.
마치 버러지를 보는 듯한 혐오에 찬 눈빛. 마치 천벌 받을 죄수에게 짓는 듯한 경멸에 찬 미소. 지금은 다소 수글어 들었지만 길에서 지하철에서 공공장소에서 수없이 마주치게 되는 이러한 눈빛과 미소는 기득권내지 기성세력을 마냥 주눅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몇 달전 한나라당 푸른모임 소속 의원들과 대학생들이 경북 경산의 한 대학에서 만났었다. 한마디로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얘기하자는 자리였다. 그런데 예상했던대로 학생들은 한껏 나무라는 선생의 자세로 나왔고, 의원들은 마치 벌받는 학생의 자세가 되었다. 몇 년을 주눅들며 살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실제로 잘한 게 별로 없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러나 그러는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가. 아이들은 나무라고, 어른들은 야단맞는 일이 계속되다 보면, 아이들은 제멋대로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아이들에게 ‘그러면 안 된다’, ‘잘못 되었다’, ‘이렇게 해라’ 등등이 전혀 없거나, 먹혀들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다소 비약이겠지만, 이러다가 음악캠프 나체소동까지 왔다고 본다.
추기경 말씀까지도 욕지거리를 퍼붓는 마당에 이 아이들에게 도대체 누가 나설 것이며, 또 나선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럴 때 과거의 단골손님들이 훈장으로 간혹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고리타분하고 위선적이고, 요령부득한 얘기가 요즘의 무서운 아이들에게 통할 리가 없다.
‘저 꼰데 또 나왔다’. ‘독재정권 때 할 얘기 좀 제대로 하시지’. ‘틀림없이 잘 먹고 잘 사실 텐데 그 돈 어디서 난거요?’. 반감만 커질 뿐이다.
그럼 어찌해야 겠는가.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에 권위가 다 무너져 버렸으니 난감할 뿐이다. 노무현정권은 권위와 권위주의를 구별 못하고 세워야 할 권위는 무너뜨리고, 없애야 할 권위주풔?붙들고 있다보니 이 지경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말은 하고 싶다. 어른들이 병신같이 마냥 주눅 들어서 살지만 말고 이제 할 말은 해야 한다고. 다만 또 그 고리타분하고 위선적이고 요령부득한 말로 하려면 아예 입 다물고 있는 게 낫고...
2006. 8. 8 국회의원 정두언
http://news.naver.com/hotissue/daily_read.php?section_id=100&office_id=038&article_id=0000293943&datetime=2005080817360293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