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구도 아니고 골키퍼 없는 훈련, 효과 있을까”



“월드컵 준비에 1분1초가 아까운데 반 쪽짜리 훈련이라니요.”

이영표(32·알 힐랄)는 한국 축구 행정의 후진적인 행태에 연일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호주와 평가전(5일 오후 8시·서울월드컵경기장)을 앞두고 1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도착한 그는 작정이나 한 듯 말문을 열었다. 그는 “월드컵을 채 1년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10명의 해외파만으로 훈련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1분1초가 아까운데 이런 식이라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강도를 높였다. 이어 “해외파 선수들의 소속팀들도 국제축구연맹(FIFA)의 대표팀 차출 규정(경기 전 48시간)을 몰라서 먼저 보내준 게 아니다. 지금 벌어지는 상황은 비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29일 귀국 인터뷰 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친선전을 위해서는 리그 일정도 바꾸면서 대표팀을 위해서는 2~3명의 선수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박지성도 “족구팀도 아니고 골키퍼도 없는데 훈련 효과가 있겠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들이 화를 풀지 못하는 이유는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의 날 선 대립 때문에 대표팀이 애꿎게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와 연맹은 A매치 일정을 두고 감정 싸움을 벌이다 세네갈과 평가전 일정을 10월 10일에서 14일로 연기하며 합의를 이루는 듯했다. 하지만 앙금을 풀지 못한 연맹은 호주전을 앞두고 48시간 규정을 앞세워 국내파 선수들을 3일 보내주기로 했다. 주말 경기를 마친 후 소속팀에 머물고 있는 국내파 선수들은 연맹의 결정 탓에 대표팀에 들어오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연맹은 2일 열리는 피스컵 결승전을 3일 차출하는 이유로 꼽고 있지만 이날 경기에 나서는 국가대표는 이승현(부산) 1명뿐이다. 이영표는 “‘프로축구가 잘 돼야 대표팀이 발전한다”라든가 ‘대표팀이 잘 돼야 프로축구가 발전한다’는 따위의 수준 낮은 의식을 버리고 상생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열변을 토해냈다.

젊은 선수들도 가세했다. 이근호(24·주빌로 이와타)는 “일본은 A매치 뒤에 J-리그 경기가 없다. 이 때문에 두 차례의 A매치를 치를 수 있고 유럽 전지훈련도 계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J-리그나 K-리그 모두 일정이 같은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모르겠다”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김동진(27·제니트) 역시 “우리 팀 선수들도 어제 경기 후 곧바로 대표팀으로 떠났다. 국내파 없는 반 쪽 훈련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대표팀은 골키퍼도 없이 해외파들만으로 첫 훈련을 마쳤다. 선수들은 몸을 푸는 정도밖에 할 수 없는 현실에 훈련 내내 맥이 빠져 보였다.

기사원문 -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9/09/02/3461958.html?cloc=olink|article|def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