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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딱히 없었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영화를 보고 같이 길을 걸을 때, 그녀가 아마 나의 마음 속에서 조금씩 자라났나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생각 속에 그녀가 항상 있었고 그녀가 없는 나를 생각할 수도 없었다.
내 마음속에서 그렇게 커져가던 그녀에 대한 생각은 나를 현실에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항상 내 마음속에 있으니까 나는 그녀가 떠나가리라는 생각 조차 못 했다. 나는 너무 멍청했고 현실을 직시하기가 힘들었다.
그녀의 곁엔 다른 사람이 생겼고 나는 나를 한참을 원망했다. 병신.. 멍청이.. 수도 없이 나를 자책했다. 그래도 나는, 아직도 그녀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낼 수 없기에 그녀를 기다렸다. 할 수 있는 건 나 자신을 반성하면서 그녀를 멀리서 바라보며 조용히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그녀와 함께 있던 그 시간들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기다리고 기다리며 기다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그녀는 결국 헤어졌다. 그런데 나는 참 이기적이었다. 그녀의 현실을 무시하고 나의 마음만을 받아주기를 바랬던 것이다. 그녀가 헤어지며 받은 상처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였다. 다만 예전처럼 그녀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나 엄청 이기적이네...
그래서 조금 더 거리를 두었다. 그녀가 마음을 열 때 까지 나는 내 마음을 닫으려고 한다. 그녀의 마음 속에서도 2년전에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나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자라났으면 좋겠다. 조금씩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웃으며 서로의 꽃을 보여줄 수 있을 때가 왔으면 좋겠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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