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오유나 다른 착함 넘치는 곳에 익명성을 빌어
연애를 하고싶다고 느끼는 동아리 신입 후배를 대함에 있어 조언을 구했었어요. 나이차는 1살이구요
항상 저는 카톡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했었고
기분 좋을 때 쓴 글들엔 '천천히 다가가라'
기분 나쁠 때 쓴 글들엔 '아닌 사람은 어쩔 수 없으니 정리해라' 라는 뉘양스의 댓글들이 많이 달리더라구요
처음엔 진짜 하루에 몇 번씩 아 내가 이걸 노력해서 되는건가? 아니면 나 혼자 설레발 떨면서 맘에 상처입으려고 작정한건가?
하면서 고민이 굉장히 많았죠.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걸 알아요. 제가 올리는 글들은 굉장히 단편적인 내용만 품고 있으니 댓글 달아주는 분들도
일부분만 보면서 판단할 수 밖에 없겠죠
그러다 오늘 그 친구랑 점심을 같이 먹고 싶어서 점심 제안을 했는데, 속이 아프다며 거절당하고 나서 굉장히 크게 낙심했어요
내가 뭔 연애냐 싶어서 쭈그러들면서 동아리방에 공부하러 갔는데 한참 앉아있다 보니 그친구가 동방에 들어오더라구요
알고보니 동아리 일 때문에 동방에 와야했는데, 일은 취소되서 사람들은 하나도 안온 상태에서
그 친구만 먼저 동아리방 와서 대기하려 하다가 붕 뜬거였죠
솔직히 저는 그 친구가 외적으로 저에게 있어서 예뻐보이는 것도 처음에 컸지만,
여태 예쁜 사람들을 보면 그저 지나가는 꽃처럼 '아 이쁘다' 하고 말았거든요
하지만 이 친구는 이런 면이 너무 좋았어요.
남들과 함께 하는 일이라도 본인이 먼저 나서서 궂은 일 먼저 하고
처음 카톡 연락 때 말도 제대로 못 놓고 쩔쩔 매고 있는 저에게 먼저 선뜻 '말 놓으셔도 되요!' 라면서 편하게 대하게끔 해주고
자기 일 열심히 하면서 바쁘게 지내면서도 주말에 알바까지 하는 성실함도 그렇고
이런 모습이 이쁘게 보이다 보니 그 친구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더 이쁘게 보이더라구요
20대 중반의 나이를 먹을 때까지 이런 행동들이 처음이라 정말 많이 불안했어요
내가 이렇게 하면 싫어하지 않을까? 하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는데 그냥 이렇게 맘 먹기로 했어요
어차피 동아리 여자애들끼리도 서로 연락 다 할테고
제가 그 친구한테만 늘 사적으로 톡하는거 보면 둘 다 신입생같이 어린 나이는 아니니 내가 호감을 가지고 접근하는걸 알겠지 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다가가려고 해요.
오늘 저렇게 동아리방에 둘만 1시간 좀 넘는 시간 앉아서 거진 제 일방적인 이야기 폭탄이었지만.. 그래도 잘 들어주고 하면서
전에 한참 취미였던 마술도 보여주면서 노는데 그 친구가 문득 날씨가 너무 빨리 좋아진다면서 꽃놀이가 가고 싶다고 시무룩해하더라구요
그 자리에선 차마 얼굴 보고 같이 꽃놀이 가자는 말이 안나왔지만, 나중에 카톡으로 말해버렸어요
한참 뒤에 처리해야할 일 하느라 정신없었다며 가볍긴 해도 네라고 해준거 보고
그냥 그 친구 성격상 착함 넘쳐서 예의상 해준 말일지 몰라도 오늘 얘기하며 쉬는 날도 알았으니
그 날에 맞춰서 장소정도는 알아보려고 해요
뭐 부담스러워할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뭘 하네 마네 하면서 거리 재면서 하는 일은 제가 싫어서 못하겠어요.
제 눈에 이뻐보이는 사람이면 남의 눈에도 이뻐보일텐데 시도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누가 먼저 사귀어버리면 더 맘아플거 같고
그냥 최선을 다 하면서 하는데까지 노력해보고, 그러는 과정이 부담스럽고 받아줄 수 없다고 한다면 그 땐 정말 깔끔하게 포기해야겠죠.
하지만 여태 늘 무기력하게 집에 박혀서 게임만 하던 제가 뭔가 밝은 느낌을 받으면서
늘 3일도 채 못 채우고 실패했던 1일 1식 6시 금식 다이어트도 열흘째 하고있고,
매일같이 혹시나 만날 기회가 되려나 하면서 공강에도 학교를 나가면서 햇볕도 쬐고
별 생각 없던 패션도 신경쓰면서 안경도 바꾸려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술김이건, 맨정신이건 숨기지 않고 난 그 친구를 좋아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는게 앞으로 어찌 되던간에 좋다고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