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받은지 2개월 정도 됐네요.
연세암병원(세브란스)에서 받았고 가장 유명하고 수술 많이 하시는 선생님께 받았습니다. 이름 따로 밝히지 않겠지만, 갑상선 암 로봇수술 최초 개발하신 분입니다.
비용은, 건강검진 및 자잘한 검사, 치료 비용 빼고 순수하게 수술비만 거의 돈 천만원정도는 나온 것 같네요. 로봇 수술이라 더 비싸고, 비급여라서 실비보험 말고는 지원 못받습니다.
첫날 병실 없어서 1인실 1박쓰고 5인실 들어갔습니다.
여기까지가 제일 먼저 궁금해하실만한 부분 같고, 상세하게 들어가겠습니다.
건강검진에서 결절 발견되었고 세침검사에서 악성소견 있어서 조직 샘플 및 초음파 영상 가지고 세브란스 가서 진단 받고 수술 날짜 잡았습니다.
수많은 번민과 고뇌가 있는건 말할 필요도 없겠죠. 또 우리세대는 뭐 있으면 검색 완전 열심히 하잖아요ㅋㅋㅋㅋㅋ 무지하게 찾아봤습니다.
사실 의사 선생님 결정한 것도 그런 검색의 결과구요.
근데 대다수의 환자들은 아마.... '몸속에 암덩어리를, 아무리 작고 아무리 위험하게 발전할 확률이 적다고 해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떠밀듯 수술로 연결시키는 병원 측' 덕분에 거의 일사천리로 수술을 마치게 됩니다.
실제로 저는 수술 결정되고 퇴원하기까지 끙끙거리다보니 퇴원했던 기억밖에 없었어요.
수술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수술 전 오티를 간단하게 받고 마취와 그밖에 필요한 부분에 대한 확인 및 서명을 합니다. 필요한 조치에 대해 승복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이후 본인 일정에 따라 수술 전날 저녁 혹은 당일 아침에 입원해서 일단 제모(...남자거든요. 드물지만요)를 합니다.
그리고 팔에 주사제를 넣을 바늘을 꽂아놓고 침대에 누워 전처치실에서 링겔 맞으면서 어딘가로 갑니다. 이불 덮고 엘리베이터 타고 가는터라 어딘지 알수가 없습니다.
어딘가 굉장히 금속성의 물질로 이루어진데까지 왔다면 여기가 대기실이구나, 하시면 됩니다.
세브란스는 기독교 계열이라 기도를 해줍니다. 마취전에도 기도합니다.
장소 한번 더 옮겨서 본격 수술에 들어가기 전 마취를 합니다. 마스크 쓰고 심호흡하라고 하는데 몇번 하면 이상한 냄새가 나는듯 하더니 그이후 정신이 없고 바로 몸이 아픈채로 내던져진 상태가 됩니다.
대략적인 수술 과정은.. 마취 하고 기도삽관하고 겨드랑이 절제하고 로봇팔이 들어가서 근처 근육을 좀 헤집고 갑상선을 절제해냅니다. 제가 아는 한은 그렇고, 갑상선 조직은 조직검사가 행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황당하게도 암이 아니라 판정나기도 합니다. 후술할수도 있겠지만 이부분은 현재 의학의 한계입니다.
정신을 차리면 어딘가 누워있는데, 절개한 부위가 미친듯이 아픕니다. 불로 지지는 것 같아요.
아프다고 몸부림치면 진통제 놔주는데 한참 뒹굴다가 회복실에서 병실로 갑니다. 여기까지 침대에 누워서 한 여섯 일곱시간 정도 걸립니다.
병실로 돌아가면 이제 몸을 조금 추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절개한 부분과 목 부분이 너무 아파서 거동이 매우 불편합니다. 전동식 침대의 도움을 받아야 간신히 일어날 수 있어요.
물론 소화기는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식사는 바로 합니다. 그리고 절개부위가 떠있으면서 혈액과 기타 물질이 액체로 조금씩 나오기 때문에 이걸 빼주는 관을 삽입하고 있어요.
3일동안 불편하게 지내다, 퇴원합니다. 저는 소아병동 바로 맞은편에 있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던건 저도 수술을 받은 입장이지만 애기들이 어디를 절개하고 찌를데가 있다고 치료받는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그치질 않아요... 마음이 너무 안좋았네요 내내
퇴원하면 본격적으로 불편함과의 시작입니다. 수술 다음날부터 먹기 시작한 신지로이드는 평생 먹어야하는 약이 되었고, 약국을 가니 중증환자로 등록된게 처음이냐고 물어봅니다.
아직 수술 부위는 감각이 없고 일부 근육은 경직되서 풀어질 생각을 안하네요. 일상 생활은 간신히 가능하나, 말씀드리기는 좀 힘든 과정에서(너무 구체적이라) 수술 전 체력과는 완전 달라졌구나....하는 걸 느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불편함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제가 비슷한 환자 분들께 말씀 드리고 싶은 부분은,
수술 아무리 신중해도 모자랍니다. 의사는 선택에 도움을 주는 존재지 자신의 운명을 내맡기는 존재가 아닙니다.
예후가 좋다, 착한 암이라 수술만하면 정상인처럼 살수 있다 하지만 저는 한창 회복력과 체력 좋을 젊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수술 후유증 엄청나게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사견입니다만 로봇수술이 흉터가 잘 안보이는데 남아서 좋다고는 하는데 수술비 부담도 만만치 않고 회복이 빠르지 않은 것 같아요.
갑상선 암 관련 내용 검색해보면 심심찮게 나오는 내용이 수술 이후 삶의 질과 연관된 연구예요. 엄청나게 미진하고 초보적인 단계지만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길게는 80년 이상을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수술에 관련된 모든 내용을 알려달라고 요구하세요, '됐고, 수술하시면 됩니다'라는 투로 말하는 의사는 아무리 수술 잘하는 의사라도 그냥 수술 잘하는 기계고 임상 쌓아서 이름 드높이고 싶은 장사꾼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지는 마세요.
부작용과 불편함을 포함해 모든 예상되는 어려움을 설명해달라고, 지금 지켜볼수 있는 단계는 아니냐고 꼭 물어보세요. 림프절 전이가 예상되거나 유두암이 아닌 다른 암으로 진단될 경우 수술 없이 지켜보는 것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수술 이후 자신이 겪게될 후유증을 직시하세요. 갑상선호르몬을 인공적으로 공급해줘야하고, 수술 부위 관련된 후유증도 있고, 목소리나 다른 부분에 평생 부작용이 올 수도 있어요.
여기까지는 너무 부정적인 내용만 썼는지 모르겠네요. 수술 후에도 사실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아직 감각이 돌아오지 않은 부분이 있고, 다소 불편한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술마시는 것 빼고는 모든 일상 생활을 동일하게 하고 있어요.
다만, 정말 신중하고 신중하고 신중하세요. 갑상선 암은 논쟁이 많은 암이고, 수술을 무작정 피하는 것도 옳지 못하지만 수술 이후를 생각한다면 결코 가볍게 접근할 수술도 아닙니다.
저는 수술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으나, 저의 현재 생활을 알았다면 상당히 더 많이 고민했을 것 같아요.
고민을 늘려드리기 밖에 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도 이 글의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혹시 질문 있으시다면 틈틈이 댓글로 답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