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정체는 바로 안개의 함대 중 하나.
어째선지, 인간을 적대하지 않고, 인간의 모습을 한 전함.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안개의 함대의 이단아.
치하야 군조를 따르며 인류에서 유일한 안개의 대적자가 될 배였다.
잘 보셨나요? 여기까지가 프롤로그입니다.
<푸른 강철의 아르페지오>의 기본적인 이야기는
함장이 된 치하야 군조가 푸른 배, 이오나를 타고 안개의 함대와 해전을 벌이며 전개됩니다.
그게 바로 이 작품의 첫번째 메리트입니다.
(1) 신선한 작화 방식, 그를 통해 표현되는 웅장한 해전
앞에서 스샷 몇 장 보셨는데, 좀 묘한 느낌 받지 못하셨나요?
그도 그럴 게, <푸.강.아>는 세계최초의 셀화풍 풀 3D CG의 TV시리즈이기 때문입니다.
네, 저 장면들이 전부, 3D CG입니다.
<아이돌 마스터>의 마지막 라이브,
<페이트 Zero>의 공중전,
언급하기 좀 그렇지만.. <진격의 거인>의 입체기동장면
보신 적 있나요?
이 작품들은 '작화팀을 갈아넣었다.'는 극찬(..)을 받습니다.
그 이유는 그리기 굉장히 어려운 장면을 세밀하고 멋지게 표현해냈기 때문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강력한 장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3D는 흔히 예산을 절약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반 작화보다 천대받습니다.
하지만 3D가 어느정도 퀼리티를 가졌다면, 이런 장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뽑아냅니다
특히 이 작품의 주된 구경거리인 '해전'은,
일반적인 작화방식으론 표현 불가능한 3D CG의 백미라고 하겠습니다.
코드기어스의 루루슈를 생각나게 하는 함장 군조의 전술,
SF적인 설정의 그래픽으로 이건 최고의 볼거리가 됩니다.
그렇다고 3D가 일상적인 장면에서 평범한 작화보다 구리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이에 대한 설명은 각본가인 모리타 시게루의 인터뷰중 한 구절로 대신하겠습니다.
[아무리 해도 3D CG 특유의 딱딱함이 느껴졌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하지만, 연출 기법이 따라오지를 못했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처음에 만들어졌던 모델을 봤을 때에는 'CG의 느낌'이 불식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업이 진행되어 감에 따라 이게 비약적으로 연마되었던 겁니다.
한 작품에서 3D CG기술의 진화라는 것을 똑똑히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와선 3D CG로 만드는 애니메이션 표현에 대해 큰 가능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시청자 여러분도 1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전부 보신다면,
셀 느낌을 살린 3D CG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이 확 변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각본가인 그도 처음에는 이 작화방식에 회의를 느꼈다는 거죠.
그런데 그가 하는 말, 1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보면 달라질 것이다..
빈말이 아닙니다.
뻣뻣하던 3D 케릭터들이 좀 더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어색하던 표정들이 자연스럽게 지어집니다.
거기에 스토리도 전개될수록 흥미로워집니다.
쉽게 말해서, 이건 다음 편이 전편보다 더 재밌어집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것까지 봤습니다.
'요즘은 3D가 2D 싸닥션을 때리는구나'
언젠가는 분명, 우리가 주로 소비하는 대부분의 애니가 3D로 제작될 것이며
<푸.강.아>는 그 첫걸음입니다. 기존의 작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덤으로 3D는 작붕도 없죠.
안개의 함대는 로봇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인류를 하늘과 바다로부터 차단하라'는 명령이 담긴 로봇.
문제는, 안개의 함대는 함의 성능으로만 밀어붙이는 단순무식한 전투밖에 못한다는 겁니다.
인간은 궁지에 몰려서도 악착같이 기술을 발전시켰고,
안개는 그에 위기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안개의 배들은 인간들의 전술전략을 배워서 강해진다는 판단을 내립니다.
충실히, 더 뛰어난 병기가 되기 위하여.
그를 위해 안개의 함대 중 일정 규격 이상이라 연산능력이 높은 정예함들은
인격과 인체를, 인간을 닮은 아바타를 만들어냅니다.
이들이 바로 멘탈 모델입니다.
더 우수한 병기가 되기 위해 인간의 형태를 취했지만,
인간의 모습이 되고 인간과 접촉하며
그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변해갑니다.
사실, 주인공인 치하야 군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감독이 말했듯, <푸.강.아>는 멘탈 모델들의 드라마입니다.
로봇이 점점 인간적으로 되는 모습을 그렸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이 작품에서 정말로 주시해야 할 것은 개성적인 멘탈 모델들이 인간성을 얻고 달라지는 모습입니다.
인간의 감성이 생긴다는 점에선 <취성의 가르간티아>의 체임버와 닮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푸른 강철의 아르페지오>는, 국내에서 매우 홀대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일본 현지에서는 한국에 비하면 굉장히 고평가 받고 있으며,
BD의 세일즈 포인트는 이번 분기 만인의 개념작인 <논논비요리>를 앞질렀을 정도입니다.
감상을 권합니다.
감히 이번 분기 최고라 하겠습니다.
참고 - 각본가 모리타 시게루 인터뷰
이 글은 애니게시판 토너먼트 <이 작품을 소개합니다!>의 참가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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