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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160556
    작성자 : 고주망태
    추천 : 1
    조회수 : 652
    IP : 166.104.***.165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08/12/02 13:16:50
    http://todayhumor.com/?humorstory_160556 모바일
    자연은 인간이 만드는 것인가
    <현장 수업 자료 1> 자연은 인간이 만드는 것인가


    1. 서론  
      쓰레기 하치장이었던 난지도에 여러 종류의 수목과 풀이 자라고 있을 뿐 아니라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잊을만하면 또 들려오곤 한다. 최근에는 이곳에 생태공원을 만들자는 계획이 발표되는가하면 쾌적한 고급 주거지역을 형성하겠다는 계획도 진행중이라고 한다. 미 콜로라도 지역의 옛 화학무기 제조창의 경우는 더욱 뜻밖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당시 화학무기를 만들던 장소이며, 또 쓸모 없게 된 이들 화학무기의 폐기 처리장이었던 1만 7000 에이커에 이르는 지역이 요즈음에는 야생동물의 이상적인 피난처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려되던 화학 물질에 의한 독성이나 기타 부작용의 흔적은 딱히 보이지 않고, 이 지역이 현재 야생동물들의 낙원이 되어있을 뿐 아니라, “산업환경에서 자연의 생존에 대해서,” 그리고 “유독 폐기물과 미래에 대한 우리의 희망에 대한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지뢰로 뒤덮인 비무장지대가 이제 야생동물의 낙원이 되었다는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있는가? 우선, 인간의 행위 또는 그 존재 자체가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는 도식화 된 생각에 대한 반론이 이들 논의에는 담겨져 있다. 나아가서, 이러한 이야기들이 널리 알려지게 되는 배경에는 인간과 자연이라는 이분구도에 기초한 사고방식에 대한 재고를 요구하는 뜻이 담겨져 있다. 굳이 인간과 자연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거나, 또는 자연이란 결국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점차로 힘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에는 일군의 역사학자들이 물질적 자연의 존재에 대해서보다는 자연개념의 사회, 문화적 구성에 대한 논의에 초점을 맞추어보려는 노력이 큰 힘으로 작용해왔다. 자연의 개념들 중 많은 부분이 특정 지역에서 특정한 상황 아래 만들어졌다는 사실과, 이 개념을 다른 지역이나 다음 세대의 사람들이 성찰 없이 받아들여 왔다는 점을 “성찰의 세기,” 20세기가 끝나 가는 무렵에야 눈치채기 시작한 것이다. 환경정책에 관한 실업계나 행정당국은 물론, 철학자들도 그들의 환경윤리에 관한 논의에서 이들 역사적 연구결과를 더 많이 이용하기 시작할 것이다. 자연, 환경, 생태에 관한 논의에 참여할 때 이들의 논의의 배경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우선, 자연이 인간의 대척점에 서 있으면서 인간의 삶의 영역 밖에 있는 것으로 그려져 온 전통적인 자연상이 최근의 논의에서 어떻게 해체되어가고 있는가를 보이려한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들이 어떻게 현대의 진화생태학 이론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지를 성찰하여, 자연과 환경에 대한 논의에 좀 더 균형 있는 시각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나의 의도는 자연의 개념이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인문학자들의 깨달음을 전하고자하는 것만이 아니다. 자연의 개념들이  문화,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면이 있음을 깨닫는 것이 환경사의 큰 성과이기는 하지만, 물리적 자연이 우리의 자연개념의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며 또한 이러한 자연의 사회, 문화적 구성론이 환경정책이나 여타의 환경논의의 향방에 미치고 있는 폐해에 대한 실천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하고자하는 것이다. 

    2. 역사적 생성물로서의 자연개념들.
      자연이라는 개념, 그리고 자연의 범주에 드는 많은 개념들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점은 “문화연구”의 영역 안에서의 논의에서 인상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문예 비평가인 레이몬드 윌리엄즈는 자연이라는 개념 안에서 수많은 인간역사의 흔적들을 찾아낼 수 있음을 지적했다. 즉, "자연이라는 개념은 ... 사람들의 생각의 투사"라는 것이다. 이어서 일군의 역사학자들은 자연의 이름 아래 그 가치가 부여되어 온 몇몇 기본 개념들이 특정 지역에서 특정한 역사적 상황 아래 만들어진 것임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야생, wilderness 의 개념을 들 수 있다. 이 단어는 원래 공포와 당혹감을 유발하는 “황무지”의 뜻으로 쓰여왔다. 그런데 18, 19세기의 계몽기와 낭만주의의 물결 속에서 점차 도덕적 가치와 문화적 상징성을 지닌 낱말로 변해간다. 어떻게? 우선 자연의 질서로부터 사회의 안정과 질서에 이르는 길을 보여줄 틀을 탐색하던 계몽철학자들은 인간사회 역시 교란이 없는 상태에서 자연과 마찬가지의 질서를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또 이로부터 교란되지 않은 자연상태, 즉 야생 또는 야생상태에 대해서 인간이 지키고 따라야 할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교란되지 않은 자연의 모습에서 질서와 조화를 보고 이에 대해서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 외에도, 18세기말에서 19세기초의 사상가들은 자연의 몇몇 구성물에 대해 특별한 심미적 지위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자연이 보여주는 장엄함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특정한 시기에, 계몽사상과 낭만적 사조에 힘입어 인간의 감동을 자아내는 자연의 가치가 일반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의 장엄함에 대한 이 논의들은 강한 종교적 색채를 띠고있다. 즉 이들 계몽, 낭만기의 이론가들은 장엄하고 놀라운 자연의 경관들 속에서 신의 숨결을 느끼는 것이다. 어떤 신일까? 풀 포기 돌멩이에 깃든 정령과 같은 신은 아니었다. 유대-크리스트교의 절대, 유일신의 모습이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표적인 심미적 감각의 이론가들이 되는 Kant나 Burke들에 있어서 역시 장엄한 경관이란 신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희귀한 경관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종교적 색채는 자연, 즉 야생지의 아름다움, 경이, 환희, 또는 숙엄한 외로움을 자아냄을 노래하는 자연문학자들, Wordsworth, Thoreau, 또는 Muir에게서도 나타난다. 즉 자연에 대해서 심미적 가치를 부여하는 모습이 이렇게 특정한 종교의 사고의 틀 안에서 나타난 듯 보이는 것이다.
      야생 경관에서 신의 숨결을 읽는 종교적인 감성 외에도, 20세기에 접어들어 쓰이기 시작하는 야생의 자연이라는 개념형성의 과정에서 미국이라는 특정한 지역의 문화적 요소가 크게 작용한 듯 보인다. 19세기 말경 발표된 터너의 미국역사에 대한 “프론티어 명제” 속에는 황야를 개척하는 당찬 개인주의적 남성의 시대가 끝났음을 회고하는 감상적인 맥락이 스며있다. 이즈음부터 선택받은 부유한 일부 미국인들은 커다란 “캠프”를 만들어 자신의 영역을 담으로 둘러싸고, 엄청난 넓이의 농장을 만들며, 인공적인 야생지를 형성한다. 자연 야지의 개념은 바로 이들 건강한 처녀지를 회상하는 부유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만들어져 왔다는 것이다. 분명, 현대인이 그리는 자연의 모습의 많은 부분이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3. 종교 설화 모델로서의 자연
      1967년 린 화이트 2세는 유태-기독교의 자연관을 논하면서, 이러한 종교적 자연관이 인간이 자연을 보는 관점, 그리고 자연에 대한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도록 유도하는 논쟁적인 글을 발표했다. 이유선 박사가 유려하게 번역, 『과학사상』창간호 (1992년 가을호)에 실린 이 글을 읽은 많은 독자들은 이 글이 기독교를 “공격”하는 글이라고 느끼는 모양이다. 그러나 사제로서의 그가, 그리고 대부분이 기독교도인 이웃과 함께 살아온 그가 자신의 종교가 전하는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설화들이 자신의 자연에 대한 태도에 미친 영향을 성찰해 본 것을 자신의 종교에 대한 “공격”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판정이다. 서양 기독교 전통은 이런 정도의 성찰에 저항할 이유가 없을 만큼 현대인들의 사고 영역에 침투해 있다. 자연과학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개념, 진화론 등이 흔히 기독교적 전통 안에서 형성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닐까 이야기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물리학에서의 통일이론에 대한 집착이나 심지어 현대과학의 논리적 구조 -- 이성과 이성의 추론에 대한 강한 믿음, 자연의 법칙성과 질서에 대한 호기심 등 -- 자체가 결국 서양 기독교의 전통 안에서가 아니고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은, 나로서는, 과학사를 공부하기 시작할 때와는 달리, 이제는 훨씬 더 그럴듯하게 느끼고 있다.
      환경 위기에 관한 개념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찌 보면 화이트 2세는 기독교인이었기에 환경위기의 개념을 가질 수 있었으리라는 이야기까지 가능한 것이다. 1970년경 환경위기의 논의가 가열되기 시작할 무렵부터 환경위기의 시나리오는 결국 기독교의 종말론의 변형이라는 주장이 있어왔다. 당시에는 이러한 논의가 메타포, 또는 지나친 독설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지금은 알려진 환경론자들 역시 자신들의 자연에 관한 논의에서 너무도 또렷한 기독교 설화의 그림자를 읽어내기 시작하고 있다. 신이 만들어 주신 낙원과 같은 자연과 그리고 이를 훼손하여 이로부터 추방을 당하게 되는 인간의 모습이 환경론자들의 자연 논의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심층 생태학과 생태여성주의 이념의 제고에 관심이 큰 캐롤린 머천트조차도 17세기 이래로 미국에서의 문명사가 마치 낙원에서의 추방과 그 회복의 플롯과 유사함에 주목한다. 성서가 낙원에서의 인간의 추방을 그렸다면, 과학과 자본주의는 낙원에로의 복귀를 위한 도구들처럼 그려진다는 것이다. 
      날카로운 관찰자는 환경에 관한 많은 논의들에서 바로 이 에덴동산 모델의 틀을 본다. 흔히 아마존강 유역의 “열대우림지역”은 원주민들이 살고있는 “지구의 허파”이며 자연자원의 보고로 그려진다. 그러나, 실제 그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이 지역이 단지 열대 우림 지역이기만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곳에는 초지도 있고 농경지도 있다. 원주민들 이외의 거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일은 있는가? 그래서, 아마존 우림지역에 관한 환경론자들의 논의는, 낙원의 조건으로서의 우림지역, 그리고 그 낙원을 잃어 가는 원주민의 이미지로 단순화된 에덴동산 설화의 패러디처럼도 보이는 것이다. 파괴되어 가는 에덴을 지키려는 노력은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있는 관광객이나 환경론자들의 목소리만도 아니다. 실로, 외지인은 물론이거니와 원주민들까지도 이 지역에서 몰아내고 싶어하는 사람들, 즉 자연자원의 채광을 독점하고자하는 광산업자들이 환경론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더해주기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에덴동산류의 이야기는 여러 가지 다른 목적을 위해 이용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비교적 단순한 특정환경의 양상에 집착하는 듯한 논의들이 환경위기 및 지켜야할 자연과 이를 잃어 가는 인간, 그리고 이를 복원하고자하는 노력이라는 너무도 익숙한 이야기 구도에 바탕한 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단순하게 모델화 된 에덴동산의 모습은 사실과는 다르게 특정지역을 이상화 시켜 비인간화 할 뿐 아니라, 그 지역의 다른 사람들이나 다른 경관을 위해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자연히 우리의 자연은 누가 생각한 자연이며 또 자연적 경관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4. 누가 선택한 자연개념이며 또 누가 만든 자연경관인가?
      누가 환경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는가? 그리고 이들이 주로 어떤 자연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가를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흔히 이들 장엄한, 또는 희귀한 자연물에 대한 보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의 입장이나 시각에 대해서 무관심하거나 무지한 경우가 많다. 자연에 관한 담론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실제로 그 자연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닌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보전해야할 자연은 누구의 자연이란 말인가? 환경론자들은 열대우림이 보전되어야할 자연물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들은 유럽인들의 집 뜰에 있는 나무와 같은 것일 뿐이다. 동강을 구하고자 어깨에 띠를 두르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은 과연 동강 주변의 주민들보다 동강의 운명에 대해서 더 크게 목소리를 낼 이유를 지니는가? 바쁜 시간을 쪼개서 주말에 갤로퍼를 타고 동강에 와서 래프팅을 즐긴 후 발갛게 탄 얼굴로 서울에 돌아온 사람들이 어째서 이곳을 생활의 장소로 하여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인가? 환경문제에 관한 세대간의 정의를 논하는 터에 어찌하여 환경문제의 분쟁지역에서 일하며 살고있는 주민들의 시각이며 입장이 배제되고 있는가?
      야생동물의 보호구역에 대한 미국인들의 입장에 대해서도 같은 논의가 가능하다. 대체 누가 야생동물을 보호하기를 원했는가? 대부분 중류 이상의 수입을 즐기는 여유 있는 사람들이다. 시에러 클럽이나 오드본 소사이어티의 기부금 납부회원들이 어떤 사람들일까 생각해 보라. 황무지를 보전하고 야생동물들의 서식처를 지키자는 사람들은 대개 도시출신의 관광객이나 취미로 사냥을 즐기는 사람들이었고, 미국의 황야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들로부터 보호해야할 자연은 먼 곳에 있는 야생지나 원시림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 특히 도시지역의 환경이라는 논의가 도출된다. 깊은 산이나 큰 폭포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반면 너른 풀밭이나 도심의 공간에 대해서는 무심한 것이 온당한 일인가? 그간 인총이 밀집해 있는 도시지역은 온갖 더럽고 부패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장소로 그려져 온 경향이 있었다. 정말 그럴까? 아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실제로 붐비는 장소에서 사람들은 더 안전할 수 있고 세련될 수 있고 또 많은 정보를 나누게 되며, 무엇보다도 더 편안하고 쾌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왜 많은 사람들이 도시 생태학, 또는 도시의 자연사라는 유망한 분야를 젖혀두고 황야와 오지를 헤메고 있는가?
      인간이 자연과 비슷한 것으로 내세우는 자연물들 및 경관들에 대해서도 의외의 역사적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인간의 손길이 덜 간 자연에 가까운 모습인가? 나이아가라 폭포의 현재 모습은 과연 자연상태의 모습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가? 사람들이 자연경관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많은 경관들이 사실은 특정 시기에 설계된 것들이다. 우리 나라의 산들은 지금 거의 푸른 나무들로 덮여있지만, 이것은 1960년과 1970년대의 집중적인 조림사업의 결과이다. 이것이 어린 시절의 내 기억에 남아 있는 붉은 민둥산들보다 더 자연스러운 경관이라는 것은 정말 당연히 그러한가. 많은 사람들이 가장 자연스러운 경관으로 꼽고 또 생각하고 있는 요세미티 공원이나 나이아가라 폭포, 또는 보스턴 중앙공원 등은 Olmsted (1822-1903) 라는 설계자에 의해서 주의 깊게 의도된 것이다. 보스턴 중앙공원의 어떤 부분이 자연경관이고, 또 어떤 부분이 옴스테드의  설계에 의해 만들어진 부분인지를 구별할 수 있을까?  19세기 중반, 과도한 농수의 사용으로 말라붙은 나이아가라 폭포를 살려내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어느 부분이 진정한 자연경관이고 또 어느 부분이 당시의 공사로 만들어진 부분인지를 구별해 낸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연경관을 보전 또는 복원한다는 기획 아래 진행되는 공사들이 과연 “자연”경관을 보전 또는 복원하고 있는가? 흔히 자연경관이라고 생각하는 경관이 실제로는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만든 인공물인 경우가 많으며, 자연에 가까운 경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우 어울리지 않는 인공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또 무엇을 이야기 해 주고 있는가? 자연경관의 복원이라는 목표 아래 엉뚱한 공사를 하고 있는 사례가 얼마나 많을까? 자연, 특히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에 대한 이해는 생태학이라고 하는 학문분야의 연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생태학의 성격과 그 변화는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이해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5. 생태학은 환경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 주고 있는가?
      1977년, 캔사스대학에서 환경사를 강의하던 도널드 워스터는 생태사상의 역사를 문화, 사회적 맥락 안에서 그려내는 저작을 출판한다. 이 책에서 워스터는 무엇보다도, 어떻게 20세기 초반의 군집생태학이 당시의 유기체적 사고의 틀 안에서 형성되고 1930년대의 미 중서부의 한발이라는 사건을 통해서 그 학문적 위상을 굳혀갔는지를 그려냈다. 20세기 중반의 생태계 생태학 역시, 마찬가지로, 특정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탄생하고 또 널리 인정받게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비록, 생태계라는 개념이 1930년대에 시스템론이 유행하는 분위기 속에서 클레멘츠류의 유기적 생태학에 대한 비판의 형식으로 나타나기는 하지만, 생태계생태학의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 사이의 물질과 에너지의 이동이나 순환이라는 중심개념들로 자리잡는 데에는 또 한번 핵실험의 결과로 생긴 오염물질의 이동에 대한 연구를 위한 미국정부의 재정적 지원에 크게 힘입게 되는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서 생태학은 20세기 초반의 군집생태학이나 20세기 중반의 생태계생태학의 기본적인 개념들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무엇보다도 자연은 항상 변하고 있으며 역동적이라는 생각이 현대 생태학의 한 가운데 자리잡게 되었다. 군집생태학은 식물, 동물의 군집이 자연의 조건에 맞추어서 일정한 성장과정을 거쳐 극상에 이르게 된다는 질서정연한 자연의 상을 그리고 있다. 생태계생태학 역시 군집생태학의 기본개념에 대한 반발로 만들어진 개념이었으나 궁극적으로는 자연의 질서와 안정상태를 가정하는 모델의 모습으로 그려졌었다. 
      이에 반해서 20세기 후반부의 진화생태학은 자연이 항상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강조할 뿐 아니라 그 변화의 방향이 우발적이고 방향성을 지니지도 않는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 새로운 생태학의 관점은 자연을 유기체와 같이 생장하여 극상에 이르는 것으로 그리는 군집생태학의 기본개념들을 비과학적인 신화라고 본다. 생태계생태학의 다분히 기계적인 도식 역시 증명될 수 없는 가설일 뿐이라고 본다. 그리고 집단의 크기에 관한 생장곡선 또는 피식자와 포식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개체군생태학의 단선적인 계량적 모델링도 진화생태학자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생물집단의 크기나 구성등 자연의 변화는 보통 우발적인 원인에 의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그 변화 양상도 매우 불규칙하여 단순한 선형수학으로 예측, 기술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생태계는 조화를 이루며 한 방향으로 변한다기 보다는 불규칙하게 변하면서 같은 기후지역 내에서도 조각난 크고 작은 군집들이 누더기처럼 지역을 덮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연이 우발적인 작인에 의해 항상 변해 가는 것으로, 그것도 예측하기 힘들게 불규칙하게 변해 가는 것으로 그려지는 생태학이라면, 이러한 생태학은 자연환경의 문제들에 대해서 어떤 시사를 던질 수 있는 것일까? 또는 이러한 생태학이 자연환경의 논의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생태학자들 자신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자신있게 대답한다. 카오스 이론과 같은 새로운 수학적 도구가 있고 또 수퍼컴퓨터와 같은 훨씬 강력해진 계산도구가 있으니 이제는 좀 더 정교하게 과학을 이용하여 환경을 통제할 수 있으며, 문제는 좀 더 많은 연구원과 연구비가 필요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과학자들은 교란과 무질서의 생태학을 앞에 두고서도 과학의 발달이 결국은 이 혼돈과 무질서의 생태학을 관리할 수 있으리라고 주장한다. 더욱 정교해진 과학의 힘에 대한 믿음을 배경으로하여, 경제학자들 역시 이즈음부터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 역시 이 새로운 생태학의 자신만만한 낙관을 그 배경으로 한다 . 1990년경부터 크게 일기 시작한 반 환경론적 움직임 역시 이러한 혼돈의 생태학, 진화생태학의 논의들과 더욱 정교한 과학기술에 대한 더해 가는 믿음에 크게 의존한다. 심지어 해러웨이와 같은 여성주의 학자들조차도 이제는 과학기술에 의해 만들어지는 인간, 자연의 개념을 받아들일 것을 시사하고 있다.
      반면, 정작 생태학 개념들이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만들어지는 역사 서술의 전범을 제공했던 워스터는 이 새로운 생태학이 기존의 질서와 조화를 부정하는 포스트모던의 와중에 형성된 것으로 그리면서, 이 새로운 생태학이 지니는 부정적인 면을 지적한다. 진화생태학의 여러 개념들은 20세기 후반의 카오스이론, 기존의 질서나 체제들에 대한 반발, 그리고 점차 강해지는 개인주의적 생활양식 등의 사회, 문화적 그림자를 담고 있는 것이다. 생태사상이란 원래 이렇게 도덕적 가치의 담론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또 그래서 생태학의 논의는 환경과 관계되는 행위의 규범에 대해 항상 어떤 시사를 던지게된다. 자연이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점들은 바로 이 20세기 후반의 “포스트모던”의 여러 조류의 사회, 문화적 상황 속에서 깨닫기 시작한 것이며, 이 깨달음 속에서 그려지는 자연의 역동적인 모습이 거꾸로 자연은 인간이 만들기 나름이고, 자연의 가치 역시 인간이 부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강화시킨다.

    6. 결론
      이제 자연이 인간의 봉사와 보호를 구할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것을 당연히 상정하고, 이를 파괴하는 존재인 인간과 이들이 구사하는 과학기술의 폐해를 논하는 것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물론, 이것은 역사학자 및 인문학자들이나 정책결정에 관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개념의 문화적, 사회적 측면들이 주로 논의되는 상황의 결과이다. 그러나 자연개념의 여러 부분들이 문화, 사회적으로 구성된다하더라도, 물질적 실재로 존재하는 자연과 그리고 이들 물질적 실재가 자연개념의 형성에 가하는 제약은 엄연히 존재한다. 생태학과 환경문제의 관계에 대한 논의의 논평자들은 최근의 논의들이 너무 자연의 문화, 사회적 측면만을 다루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실천의 학문, 환경론과 이론의 학문, 생태학이 서로 좀 더 깊이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자연개념의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 관심이 있는 역사학자들과, 물리적 실체로서의 자연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과학자들이 서로의 분야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이야기는 흠잡을 데 없는 논의이다. 이것이 두 분야가 합쳐져서 하나가 되어야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서로의 문제와 관심의 차이를 이해해야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어떤 모습의 연구분야가 되어야할지의 논의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과연 생태학이 역사학자들을 위해 이 일을 해 줄 수 있을까? 환경의 문제는 실천의 문제이고,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이론의 학문으로서의 생태학의 도움을 구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어떠한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논의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자연개념과 그 대상인 물질적 자연의 탐구를 아우르는 것이 되어야할 것이다. 그리고 생태학 역시 그 이론 자체가 문화, 사회적 맥락 속에서, 그리고 역사적 상황 속에서 형성된 것임을 인정하고 환경논의에 대한 기계적인 적용은 경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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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02 17:01:11  61.109.***.6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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