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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여러분은 이 사람이 나의 운명의 상대라고 느껴질 만한 순간이 있었나요?
저는 운명론 같은 이야기를 잘 믿는 편은 아닙니다만...
어쩌면 이 사람이 내 운명의 상대가 아닐까란 생각을 했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6~7년 전.. 대학교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준비된 것 없이 취업전선에 막연하게 뛰어드는 것이 겁이 나, 학교를 휴학하고 토익시험과 전공 관련된 자격증공부를 준비하게 됩니다.
자격증 시험공부를 위해 두 달 코스로 학원을 다니게 되었는데.. 세상에...
강의 첫 날.. 그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스무명 남짓 되는 여자 수강생분들 중에서도 단연 눈에 들어오던 그녀...
유난히 피부가 새하얀 탓이었는지 보호본능을 일으키면서도 조금은 새침한 분위기의 그녀에게 강의 첫 날부터 눈을 떼기 힘들었죠..
당시 제 눈에 씌여져있던 콩깍지 영향도 분명 있었겠지만.. 연예인으로 비교하자면.. 소녀시대 윤아씨의 분위기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그 뒤로 제가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거나, 특별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가끔 힐끔힐끔 곁눈질로 쳐다보며 정말 예쁜 사람이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수업이 3주차정도로 접어 들 때쯤, 학원 사정상 강의실 공사였나 하는 문제로 강의실 공간이 바뀌면서 불가피하게 수강생 최소 2명 이상이 다른 시간대의 다른 강의반으로 들어가야만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속한 반이 황금시간대 타임이라서 그런지... 먼저 나서서 반을 옮기겠다하는 지원자는 없는 상황이었어요..
결국 학원 측에서는 미안하다고 양해를 거듭 구하면서, 수강 접수 선착순 순서대로 뒤에서 2명을 선별하여 다른 반으로 보내는데.. 그 두 명중 한명이 저였어요.
학원측에서는 만약 수강생이 정 원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었는데.. 전 딱히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왜냐구요??
네.. 맞습니다... 저 말고 나머지 다른 한명은.................
저 말고 다른 한명이 제가 평소에 힐끔힐끔 훔쳐보던 그녀였기 때문이죠^^
그 일을 계기로 새로운 반으로 배정된 저와 그녀는 가벼운 눈인사나 목례정도는 하고 다닐 정도의 사이가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학원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는 버스에 올라탔는데... 어라? 저를 뒤따라 그녀가 타네요?
설마..... 혹시 나한테 관심??? 이라는 김칫국 드링킹을 마시고 용기 내어 말을 걸어 봅니다.
"저.. 원래 이 버스 타고 다니세요?"
"네. 저번 주까지 운전면허 학원 다녔는데 그게 끝나서요.. 집에 가려면 이 버스 타고 다녀요."
"그러시구나. 저랑 집 방향이 같으시네요"
"앞으로 자주 보겠네요! 저는 소영(가명)이라고 해요. 성함이 ** 맞으시죠? 헤헤. 반 바뀌고 출석 부르면서 외웠어요."
긴 생머리를 오른쪽 귀 뒤로 넘기면서 미소를 짓고 제게 말하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화 빅피쉬를 보면 남자 주인공 이완 맥그리거가 어느 한 여성을 보고 첫눈에 반하는데 그 순간 주변의 모든 인물과 사물들이 정지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남자주인공을 뺀 주위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하늘을 날아가던 새들도 멈추고, 지나가던 아이가 흘린 팝콘도 땅에 떨어지던 도중.. 중력을 무시한 채 공중에서 정지합니다.
영화 속 과장된 표현이라고 여겨졌던 것이 제 눈앞에 현실로 펼쳐졌고..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합니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는 마치 그녀와 저만 있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제 입에서는.. 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저조차도 제어가 안 되는 말을 입에서 나오는 그대로 내뱉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 당시 무슨 말을 했었는지... 지금 더듬어서 기억을 해보자면....
우리 이거 엄청난 확률 아닌가요? 30여명에 2명이 다른 반을 가야하는데 저랑 소영씨가 그 두 명이 될 확률은.. 대충 계산해도 30곱하기 29해서 870분의 1 아닌가요??
이런 통제 불가능한 어이없는 드립이 막 입에서 터져 나오면서 아차 싶었지만... 다행히 그녀가 웃습니다... 그녀가 웃으니 저도 웃습니다...
어느 덧 버스는 아쉽게도 제 목적지에 도착했고 그녀는 저보다 네 정거장 정도 뒤에 내린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집으로 걸어오며 저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당연히 남자친구는 있겠지? 어쩌면 혹시... 아니 그리고 남자친구가 없다고 하더라도 내가 어쩔거야? 내가 저런 사람한테 욕심내는 게 가당키나 한가? 괜히 일 벌였다가 상처 받지 말자.’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가끔 학원에서 집에 가는 버스를 같이 타고 한 두마디 정도 대화를 나누는 게 전부일줄 알았지만.. 그 뒤로 생각보다 그녀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어느 토요일, 집근처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를 하고 있을 때, 문을 열고 열람실을 들어오던 그녀와 눈이 마주칩니다.
저도 놀라서 그녀를 쳐다보았고.. 그녀도 놀라 토끼눈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그리고.. 역시 오늘도 아름답습니다....
계속 꾸준히 이 도서관을 다닌다는 그녀... 저도 몇 년간 꾸준히 이 도서관을 이용했었는데....
왜 이제야 도서관에서 처음 그녀와 마주친 걸까요....
그녀와 같은 도서관을 같이 다니는 사실이..... 어쩌면 운명일까요? 아니.. 그럴 수 있죠 그녀와 저는 집이 가까우니까요..
그녀가 제게 먼저 절 알아보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하더니 매점에서 커피 한 잔 어떻냐고 제안합니다.
커피를 마시며 설레는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야기하다보니 대화의 주제가 서로 같은 학원 같은 반에, 같은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집도 서로 가깝고 같은 도서관을 다닌다는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그녀와 또 다른 이야기들을 나누어 봅니다.
와.. 그녀와 저는 나이도 같네요.
음.. 대학교 4학년 한 학기를 앞두고 휴학 중인 것도 같구요.
그리고 다음 학기 때 복학하는 것도 공통점이고.... 어라? 전공학과도 같군요.
그녀가 이어서 말을 건냅니다.
“설마.... 우리 대학교도 같은 데 다니는거 아닌가요? 전 00대 다니는데..”
제가 마시고 있던 커피를 그녀 얼굴에 뿜을 뻔 했습니다...
그녀가 다닌다는 00대학교는 제가 다니던 학교랑 지하철로 세 정거정밖에 차이가 안 나는 곳이었거든요..
이를 두고.. 연속된 우연이라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운명이라고 봐도 좋은 걸까요?
제 심장이 증기기관차 엔진처럼 뛰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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