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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60251
    작성자 : KtIhLeLy
    추천 : 86
    조회수 : 1989
    IP : 210.125.***.21
    댓글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7/02/26 05:45:29
    원글작성시간 : 2007/02/24 19:38:25
    http://todayhumor.com/?humorbest_160251 모바일
    개성중학교 최원의 군과, 네티즌께 바치는 마지막 편지(펌)
    개성중학교 최원의 군과, 네티즌께 바치는 마지막 편지. (21) | 끄적끄적  
    2005/10/15 (Sat) 11:07pm  숨기기    

    안녕하세요. 그네고치기입니다.


      이제껏 저는, 두 통의 편지를 통해, 제 자신을 최원의 군의 지지자로 보이게 만들었고, 폭력의 옹호자로 보이게 하였으며, 불쾌한 사람으로 각인시켰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전 이 자리에서, 부산 개성중학교의 최원의 군과, 네티즌 여러분께 바치는 제 진심을 털어놓으려 합니다.


      우선 이 문장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난, 중학교 3년 내내, 맞고 또 맞고 또 맞으면서 산, 학교폭력의 피해자입니다.” 로.

     

    -------------------------------------------------------------

     

      부산 개성중학교 최원의 군에게 바치는 그네고치기의 마지막 편지

     

      우선, 편지를 읽기 시작해줘서 고마워, 최원의 군. 그리고 네티즌 여러분.


      우선 나의 소개부터 시작할게. 난 그네고치기, 서울의 어느 과학고등학교 2학년이며, 9년째 인터넷을 사용중이고, 어제까지만 해도 네 입장을 변호하는 척 하던 사람이야. 그리고, 

     

      난 중학교 3년 내내, 맞고, 또 맞고, 또 맞으면서 살았고, 보복당하고, 또 보복당하고, 또 보복당하면서도 도움을 청했고, 결국은 왕따 동영상을 찍히면서 중학교를 마친, 학교 폭력의 피해자야.

     

      어때, 원의야? 그토록 네 진심을 이해한다느니 하면서 네티즌들로부터 사냥당한 난, 죽기엔 너무 소심해서 죽어버리지 못했음을 너무 부끄러워하는 왕따야. 넌 날 어떤 사람으로 상상했었니? 너처럼 멋진 폭력중학생?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 맛이 간 초딩? 단지 사람들 시선을 끌고 싶은 정신질환? 어쩌면 모두 맞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누가 감히 나에게서, 너에게 맞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상상했겠니?

     

      아마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보기 직전이었지. 맹장 수술 다다음 날, 난 기말고사 대비를 위해 억지로 학교에 갔었어. 2교시 쉬는 시간이었나? 원의 널 정말 닮았던 그 아이가... 그래, 가명을 쓰자. 너와 그토록 닮은 주후석이 내게 다가왔어. 그리고는,

     

      그 주먹으로, 수술 자국이 벌어져 있던 내 배를 힘껏 때렸단다.

     

      차라리 그때 죽었다면, 이렇게 살아남아, 너가 성인이를 죽이는 현실을 보는 고통을 느끼지 않았겠지. 하지만 난 죽지 않았어. 지독한 염증이 자라나서 3주동안 염증을 앓는 게 전부였단다. 혹시, 그 때 후석이의 어머님께서, 학교에 오셔서 하셨던 말씀, 기억하니? 


      “어떻게 우리 착한 아이가 그런 짓을! 밤중에도 무섭다고 엄마 품에 꼭 안겨 자는 아이라구요! 댁의 아들이 우리 앨 팼으면 모를까, 터무니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그래서, 후석이는 그날, 아무 벌도 받지 않고 집에 갔단다. 훈방된거지.

     

      2년 뒤 서울대공원. 사생대회를 갔던 그날, 후석이의 모습을 너가 봤다면 정말 예의바르다고 했겠지. 다른 학교 1학년 꼬마에게서 돈을 빌리던 그 모습을 말야. 


      “야. 나 목멱중 주후석인데. 나 알지? 형이 좀 급해서 그런데... 천원만 빌려줄 수 있지?”


      그날 돈을 빌려준, 아니 뺏긴 아이는, 자기네 학교 선생님에게 신고했어. 그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 거칠게 항의했지. 그래서, 후석이는 그 벌로, 다른 학교로 전학갔단다.

     

      원의야. 난 살아남았기에 봐야 했어. 수술 직후의 날 주먹으로 치고도 아무 벌을 받지 않았던 후석이는, 다른 학교 학생의 돈을 빼앗아 전학당했단다. 식중독이 돌 때 아프지 않은 아이는 패서 아프게 만들던 후석이는, 돈 때문에 전학당했어.

     

      난 그런 사람이야, 원의야.


      난 그런, 끔찍한 기억들을 한가득 안은 채, 아직 죽지 못했어.


      물론,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새발에 피라는 것쯤은 나도 알아, 원의야. 이미 말했잖아. 난 피해망상증 환자라고 말야.

     

      시작하자, 원의야. 너에게 보내려다 말았던 두 통의 편지에 숨겨둔, 사람들에게 그토록 비난받으면서까지 감춰온 나의 진심을 보자꾸나...

     

     

     

      첫 번째 편지에서 난 주장했어. 너가, 진심으로 성인이를 죽여버리려고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고. 단지, 넌 지극히 평소에 하던 대로 행동했고, 재수가 없었을 뿐이라고 말야. 성인이가, 너무 허약해서, 죽어버린 거라고 말야. 


      많은 사람들이 반론을 제기했어. 우선, 인터넷에 떠도는, 너와 성인이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에 대한 서로 다른 다양한 묘사를 근거로, 사람이라면 입에 거품을 문 사람을 때렸을 리는 없다고, 의자로 사람을 내리찍을 수는 없다고 말하더라. 또,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자기가 패는 사람이 죽을 것이란 것을 깨닫는다고도 하더라. 

     

      성인아. 그래서 난 생각했어. 너에게 있어서, 그런 비정상적인 행동은 [정상]이라고 말야. 저런 행동이 정상적이고 일반적이란 것이 아니야. 너에게 있어서, 오직 너에게 있어서 정상이라고 말한 거야. 아니, 중학생들에게 있어서 정상이라고 말한 거야.


      처음부터 반전이구나, 성인아. 너에겐,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아니, 사실 내가 미안한 감정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구나. 어쨌든, 난 네 도덕관과 윤리관이, 날 사냥한 백여 명의 사람들의 의견을 그대로 빌려서, “일반적이지 않고, 비정상적이다.” 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고, 무엇보다도 끔찍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싫어해. 도덕, 이것의 기준이 잘못된 사람들은 아예 혐오하기도 해. 그래. 그래서 난, 한번 가장해 봤어. 도덕의 기준이 너무나 비정상적이고, 너무나 끔찍한 사람을 말야. 단번에 사람들은 내게 비난을 쏟아부었지. 그럼,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할게. 네 친구들은 널 옹호했어. 내가 가장한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사람처럼, 성인이가 허약한 거고, 너가 평소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어. 여기서 우리가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단지 친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을 죽인 일을 별 것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가끔씩 TV 드라마에 나오는 [형님]들이라던가, 그런 사람들에게는 아주 일반적인 일이지만. 그럼, 여기서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내 답은 이랬어. 너와 네 또래들에게, 도덕이란 건 그다지 중요한 가치관이 아니라고. 간단히 억누를 수 있고, 간단히 위반할 수 있고, 그다지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는, 별것 아닌 사소한 것이라고 말야. 중요한 건,


      네 또래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네 또래들로 구성된, 주변 사람들의 생각 뿐이라고 말야.

     

     

     

      어느 날인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학교 전체에 식중독 비상이 걸렸던 적이 있었어. 수십명의 아이들이 보건실에 몰렸고, 아예 학교에 나오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아이도 있었지. 그때 후석이와 함께 열명 남짓한 아이들은 각반마다 들어가 행동강령을 내렸어. “무조건 배아프다고 말하고, 얼굴 찡그리고, 고개 숙이고, 허리 굽히고 있어!” 라고. 


      그 말을 듣고, 다들 조금씩 주춤거리기는 했지만, 시키는 대로 했단다. 그때 Z군은 후석이에게 반항했어. “정신나간 자식들아! 기말고사가 코앞이야!” 그래. Z군은 별로 아프지 않았거든. 후석이는 가볍게 Z군을 몇 대 두들겨 줬어. 아주 가볍게. 아무도 후석이를 말리지 않았어. 그리고 Z군은 그대로 엎어졌지. 그리고 한순간에 배 아픈 아이로 변신했어.

     

      뉴스에 나온 우리 학교는 180여명이 식중독에 감염되었다고 하더라. 전교생이 600명인 학교에서. 물론, 역학조사 결과, 식중독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어. 180명 전원에게 공통되는 사항은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누군가 말했어. 폭력은 본래적으로 부당한 일이라고. 그렇게 말했던 어떤 아이는 Z군 옆자리에도 앉아 있었어. 그래, 나도 그 교실에 있었어. 그런데도, Z군 외에는 그 누구도, 후석이의 행동이나 말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어. 어째서였을까?

     

      편하잖아. 학교 안 나오면.

     

      휴교령 며칠 내리면 합법적으로 수업 띵까먹을 수 있잖아.

     

      그래서였어.

     

      후석이를 비롯한 아이들의 폭력은 그래서 정당했어. 때때로 후석이 마음 내키는 대로 두들길 때도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편하다고 느끼는 방향으로 두들길 때도 있었어.

     

      그래. 본래적으로 폭력이 되고 안 되고가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편하고 편하지 않고가 중요했던 거야. 이성이고 뭐고 필요 없이, 그냥, 욕구에 의해서, 패고 싶어서 패고, 학교 나가기 싫으니까 꾀병 부리고, 그러는 것을, 아이들은, 결론적으로 좋다고 생각한 거야.

     

      가볍게 두들겼다고 하니까 실감이 안 나니? 원의야, 넌 상상이 갈 꺼야. 그냥 아주 가볍게, 싱긋 웃는 표정을 지으면서,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고, “Z야.” 한순간에 표정을 삭 바꾸면서, 그와 동시에 주먹을 배에다가 내리꽂는, 그거 말야. 상대방이 정신을 차리면, 다시 웃는 표정으로 바꾸고, 잠깐 기다렸다가, 한번 더 “Z야.” 라고, 아주 아주 친한 사람에게 말하는 듯 말하고, 다시 표정을 삭 바꾸면서 복부를 강타하고. 그래. 아주 가볍지. 내장이 파열될 가능성은 매우 적거든, Z군처럼 튼튼한 아이에게는.

     

      그러나 원의야, 넌 몰랐지만 성인이는 알았잖아. 성인이가 얼마나, ... 허약한지를 말야!

     

      병적으로 허약하다는 말이 아니야. 그냥, 너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아니. 평범한 아이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말을 뜻하는 거야. 그 아이가 휘두르는 주먹은 아무리 세게 맞아도 별로 아프지 않은, 그런 아이들 있잖니? 그래... 적어도 내가 아는 성인이는, 약했어, 너보다는. 그리고 나도 약해. 나약해. 그래서 내가, 나 스스로를 나약하다고 한 거란다.

     

      내가 40초동안 사람 목을 졸랐었다는 말을 보고 사람들은 말했지. 살인마들끼리 끼리끼리 잘 놀라고 말야. 여기에 복선이 있다면 어떨까? 초등학교 4학년 짜리가, 송판 하나 격파하지 못할 정도로 힘이 약한 꼬마가, 경동맥은 커녕 동맥이란 게 뭔지도 모르는 아이가, 도대체 얼마나 힘껏 손에 힘을 줘야 사람이 죽을 듯 하니? ... 그래, 난 그 정도로 약했고, 지금도 아예 힘이란 것 자체를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야. 진짜, 사력을 다해서 주먹을 날려도, 중학교 시절에 송판 두 장을 깨지 못하던, 그 정도로 약한 사람이야. 멧집이 약한 건, 말할 필요도 없겠지.

     

      원의야. 그런 거야. 너가 같은 강도의 주먹을 날려도, 맞는 사람에 따라서는 내장 파열까지 가는 사람도, 있는 거야. 그러나 넌, 성인이가 그렇게 약하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은 거야. 아니 어쩌면, 역으로, 성인이가 약하니까, 그렇게 해서 성인이에게 더 큰 괴로움을 보여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구나.

     

      단지, 너의 기분을 거슬렀다는 이유만으로.

     

      제법 튼튼한 친구 한 명이 내게 그러더구나. “내 관점에서 말하자면, 넌 죽을 만큼 맞은 적은 없어, 이 미친놈아.” 라고. 다행스런 점은, 그는 나와 다른 반이었다는 거지. 중학교 3년 내내. 그리고, 그러니까 난 스스로를, 피해망상증 환자라고 부를 수밖에 없어. 하지만 말하는 거야. 


      내가 중학교에서 맛봤던 학교 폭력의 수준과, 개성중학교에서 평소에 있었던 학교 폭력의 수준, 아니 한발자국 더 나아가서 대부분의 중학교에서 일어나는 학교 폭력의 수준은, 평범한 학생들 스스로가 느끼는 것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이 심각하다고.

     

     

     

      원의야. 사람들이 흔히 [학교폭력] 이라고 하면 어떤 장면을 떠올리는지, 넌 알고 있지? 영화 [친구] 에 나오는 것처럼, 수십 명이 달려들어서 한 명을 개 박살내버리는 그런 집단구타의 현장이라던가, 쇠파이프같은 무기를 휘둘러대는 만화책 속 모습을 생각해. 하지만 원의야. 넌 전혀 쇠파이프를 들지 않았어. 네가 든 건 의자일 뿐야. 네가 쓴 건 네 주먹이고, 네 팔이고, 네 다리야. 게다가 1대 1이었잖아?

     

      엊그제 개성중학교 교무실에 전화를 걸었어. 나이 지긋하신 여선생님께서 받으시더구나. 대화 내용에서 조금만 보여줄게.

     

      “학교에서는 이번 일의 사건 정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습니까?”


    “목격한 아이들에게 조사해 본 바로는, 평소에 친하던 두 아이가 그냥 사소하게 말다툼하다가 너무 급작스럽게 일어난 사고였다고...”


      “학교폭력은 아니었다는 말씀인가요?”


    “...예. 학생부에서 매달 돌리는 교내폭력 설문지에서도 전혀 나타나지 않았었구요, 선생님들께 와서 상담을 요청하는 아이도 전혀 없었어요.”


      “여쭙습니다만... 선생님께서는 학교폭력을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여러 명이 한 명을 집단구타한다거나, 린치를 가하는 그런 모습이 아닌가요?”


      “그럼, 선생님께서 여지껏 근무하셨던 학교들 중... 그런 학교폭력은 전혀 없었습니까?”


    “없었죠, 한번도.”


      “묻습니다... 이번 사건처럼, 친구끼리 사소하게 다투는 일도, 없었습니까?”


    “많았죠! 아이들은 원래 좀 싸우면서 크잖아요?”

     

      그래.

     

      많은거야.

     

      원래 그러면서 크는 거고,

     

      그러니까 맞는 아이는 맞는게 당연한 거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중학교라는 사회에서는 말야...

     

     

     


      학교폭력이란 그런 거잖아, 원의야. 그냥 아주 단순히, 널 언짢게 하는 녀석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네고, 적당히 두들겨 주는 거. 너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대화], 그 이상의 의미도 이하의 의미도 지니지 못하는 그 단순한 행동. 그 단순한 행동을 가리켜 우리는 학교폭력이라고 불러야 정상인데도, 우리는 그걸 친구간에 티격태격하는 거라고 불러. 

     

      나와 주후석이 친구였니? 난 그 아이와 단 한 번도 같은 반이 되었던 적이 없어. 그런데도 친구간에 티격태격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까? 우린 학교폭력이라는 말을 잘못 이해하고 있어. 학교폭력이란 건 아주 단순한 거야. 문제는, 그 아주 단순한 일이, 그토록 잔인하고 무서운 일이라는 거야.

     

      1학년 초, 그냥 집에 가던 길이었지. 주후석이 나에게 말을 걸었던 모양이야. 난 전혀 듣지 못했지. 그때 그 아이가, 날 향해서 “야, 꺼져.” 라고 소리지르는 순간이 되어서야 난 내 근처에 후석이가 있다는 걸 알았어. 그 바로 다음 순간, 난 어깨에서 불이 번쩍하는 걸 느꼈어. 내 몸은 그대로 반바퀴 돌아가버렸어. 후석이의 주먹에 정통으로 맞았거든. 그때, 내 주변에는 나와 같은 학교를 초등학교를 졸업했던 아이들이 참 많이 있었어.

     

      후석이는 계속해서 “꺼지라고, 씨발놈아!” 라고 하면서 계속 쳤어. 그때 한 선생님이 나타났지. 순간 후석이는 주먹질을 멈췄어. 선생님은 이쪽으로 다가와서는 물었지. “뭣들 하는거야!” 후석이가 말했어. “아뇨, 그냥 같은 학교니까 친구하자고 말하고 있었어요.” 선생님은 납득하고 자리를 비웠다. 아이들 모두는 후석이가 그렇게 말할 때 고개를 끄덕였고, 난 후석이가 조금 큰 목소리로 친구하자고 말을 건 사람이 된 거야.

     

      그래. 친구간의 티격태격. 목격자들은 모두 거기에 동의했어. 그 선생님을 내가 불렀다고 난 몇 대 더 맞았어. 그건, 정말 단순한 티격태격이야. 그게, 내겐, 한 주 뒤에 어깨에 멍이 들게 한, 끔찍한 기억이었어. 폭력이란 건, 너에겐 그냥 가볍게 몸 푸는 것에 불과하잖아, 원의야? 너와 동급인, 체격 건장한 아이들과 싸울 때 너가 힘빼는 것에 비하면 진실로 아무것도 아닌, 별거 아닌 몸 풀기에 불과했잖아. 그래, 얼마든지 사람을 죽여버릴 수 있는 그런 동작이란 말야, 원의야.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이야. 너와 성인이는, 단순히 대화를 나누고 있던 거야. 너의 주장이고, 학교측의 주장이고, 네 친구들의 주장이고, 오늘날 중학생들의 현실이야. 영화 속의 학교폭력이 학교폭력인 게 아니라, 그렇게, 즉석에서 몇 대 두들기는 것이야말로, 나약한 아이들을 고분고분 협조하게 만드는 대화라는 거... 가장 끔찍한 사실은, 대중은 암묵적으로 너의 그 [폭력]에 동의한다는 거.

     

     

     

      호정이에게 당하던 그 친구가 생각나는구나. 키가 하도 작아서 번호가 앞쪽이었던 그 애. 정말 갑자기, 호정이는 그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걷어차고 주먹을 날렸어. 그 애는 항변했지. “내가 뭘 어쨌다고...” 라고. 호석이는 그 말을 듣고, 그대로 수 분 동안 계속 두들겼지. 물론, 안 죽었어. 

     

      원의군. 물어보자. “힘 센 친구의 말에 힘 약한 새끼가 따르는 것”은 정상적인 일일까? ... 

     

      그래, 난 감히 추측해. 넌 여기에, “정상입니다.” 라고 대답한다고.

     

      내가 중학교 때 매일같이 맞던 이유 중 하나는, 공부벌레였기 때문이야. 그래, 해충이었어. 무슨 말이냐면, 국어시간에 국어선생님이 [발표할 사람 손들어] 하면 결국은 들었고, 영어시간에 영어선생님이 [영어책 읽어봐] 하면 읽었고, 음악시간에 음악선생님이 [자, 따라불러 보자] 하면 따라 불렀어. 그게 그렇게 잘못된 행동이었어. 


      수업이 끝나면 난 항상 맞았지. “아이 좆같은 새꺄. 씨발 아가리좀 닥치고 찌그러져 있으라고 미친새끼야.” 매우 신사적이었던, 권투 도장에 다니던 호정이는 이렇게 말해 주더구나. “그래, 계속 그렇게 협조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난 장담 못한다.” 그거 아니? 호정이는 60명과 연속으로 팔씨름을 해서 이겼단다. 그게, 만화책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니야. 체육선생님을 포함해서 우리 반 전체가 두 바퀴를 돌았지만 호정이 단 한 명을 이기지 못했어. 강했지, 호정이는. 그리고, 너처럼 [좋은 친구]였지, 누구에게나. 가장 놀라웠던 점은, 후석이나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호정이에게 맞은 부위는 아픔은 오래 갔지만 외상은 전혀 남지 않았다는 거야. 마법처럼.

     

      그리고, 난 벌레였기 때문에, 아무도 날 패는 행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커터칼을 내 동맥에 들이대고 긁어도 아무도 문제삼지 않았어.

     

      하늘천사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어. 학교폭력, 왕따문제, 체벌문제를 다루는 자그마한 커뮤니티야. 한때 난 이곳에, [피해자]라는 닉으로, 내가 겪은 일들을 소설로 만들어 올렸어. 매 편마다 말미에 [이 글은 실화입니다.]를 붙였어. 실화였으니까. 그때 악플러들은 말했어. “소설을 실화라고 하면 더 재밌죠. 착각하지 마세요. 현실은 이렇게 암울하지 않답니다.” 그래...? 그래서 성인이가 죽은 건 소설 속 이야기야? 의사 소견서를 끊은 건 꿈 속에서 한 일인가? 


      성인이는 틀림없이, 죽었고, 그건 현실의 이야기이고,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는 일이야. 맞을 짓 하면 맞는 게 중학교의 현실이고, 무엇보다도,

     

      여섯 명이서 한 아이를 둘러싸고 그중 한 명이 패고 있을 땐, 

     

      아무도 말리지 않아.

     

     

     

     

     

      원의야.

     

      도덕을 배워 줘.

     

      세뇌당해 줘. 부탁이야.

     

      난, 복잡한 거, 이상한 거, 바라기 싫어.

     

      도덕을 배워 줘.

     

      세뇌당해 줘.

     

      그리고, 계속 살아가 줘.

     

     

     

      누군가 너에게, 

     

      도덕을 각인시켜줄 그 날이 오기만을,

     

      기도합니다...

     

      아무도 하지 않으면 나라도, 

     

      그에게 각인시켜주기를, 기도합니다...

     

     

    -------------------------------------------------------------------

      네티즌 여러분께...

     

      전 제 2, 제 3의 원의와 성인이는, 지금의 중학교에서는 얼마든지 양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티즌]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여러분들 중에는 다수의 학생들이 있고, 여러분 중에는 제2, 제3의 성인이가 죽어가는데도, 여러분의 편의를 위해 못 본 척 지나친 분들도 많습니다. 여러분의 편의를 위해, 한 발자국 뒤에서 보면 부당한 폭력일지라도, 본래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그 폭력일지라도, 침묵으로 동의한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조차 한결같은 마음으로 주장하십니다. 원의, 단 한 사람의 단죄를. 제2, 제3의 성인이가 죽어갈 땐 침묵하셨던 여러분은, 단지, 제 1의 성인이가 죽었기 때문에, 불타올랐습니다...


      전 그래서, 여러분께 강요하고 싶습니다. 이건 아닙니다. 중학생들만 단죄해서는 안됩니다. 학생들만 단죄해서는 안됩니다. 교사들만, 학교만, 가해자 부모들만 단죄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모두가, 암묵적으로 폭력에 동의하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무서운 본보기가 있어도 금제는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약속은 깨라고 있는 거라는 무서운 격언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아무리 깨어질지라도, 걸어야 하는 것이 약속입니다.

     

     

     

      1학년이 다 끝나가던 어느날. 선배들에게 삥을 뜯겼습니다.
      뜯은 사람은 한 명이었지만 대여섯 명 정도가 절 둘러쌌었습니다.
      담임선생님께 제가 겪은 일을 말했습니다. 

     

      이튿날, 전, 그가 제 담임선생님이라는 것을, 저주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뜯은 선배가 와서 말했습니다. “꼬질러줘서 정말 고맙다. 또 꼬질러라.”

      그러고 갔습니다.

      그날 하룻동안 아무도 제게 말을 걸지 않았고, 제가 말을 걸어도 씹었습니다.

     

      “선생님.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걔 불러서, 너가 니가 삥뜯더라고 말했다구 알려줬다. 왜?”

     

     

     

      중 2때 담임선생님께 하루는 말했습니다. 이제껏 어떻게 맞고 살아 왔는지를.
      이튿날. 학생부에서 우르르 몰려나오던 아이들이 제게 말했습니다.

      “좆같이 고맙다, 씨발놈아. 누가 이기나 한번 해 보자.”

      무슨 일인가 했더니, 담임선생님께서 그대로 학년부에 찌르셨더군요. 그날, 전 화장실에서 참 좋은 꼴을 당해야 했습니다.

     

      담임을 찾아가 항의했습니다. 그런 식으로밖에 대처하실 수 없었느냐고.

     

    “너 이거, 월권이야. 니가 나한테 와서 도움을 청했으면, 내가 나름대로 이 방향이 옳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조치한 거야. 니가 뭔데 선생님이 이렇게 도와줬다고 짜증난다고 말하는 거야? 내가 니 종이니?”

     

      뭐, 그래서 멋지게 살았습니다. 선생님께서 그렇게 도와주셨기에... 정말, 멋지게 살았습니다. 다른 아이가 다른 아이 팬 거 일러도 제가 꼬지른 것이 되었고, 누구든 학생부에서 나오면, 누구든 상담부에서 나오면 다음 행선지는 저였습니다.

     

      그래도,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선생님께서 이 말씀 해주신 것만은 고맙게 생각합니다.

     

    “내가, 그때 니 말대로 했었으면, 너 이렇게 힘들게 하지는 않았을텐데...”

     

      그 말씀을 해 주신 때가, 3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그분의 그것을 그대로 옮긴 “월권”발언을 하셨던 때라는 것, 그것만은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중 3 졸업 며칠 전 날. 마침 그 전날 조간신문에는 [왕따 동영상]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핸드폰 카메라로, 한 아이를 패고 왕따시키는 모습을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는 기사였지요. 


      학교가 학교인지라, 근본이 늦된 아이들이 꽤 많았습니다. 책상에 앉아서 자기도 모르게 오줌을 싸는 아이가 있을 정도니, 설명은 이것으로 충분하겠지요. 그날, 준호는 정동이를 시켜서 제 머리 위에서 지우개 가루를 털게 하였습니다. 정동이는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힘들 만큼 심각한 아이였지요. 다음에는 의자를 들어서 절 치더군요. 그대로 주먹을 정동이에게 날리려던 순간, 준호가 절 막더군요. “왜 약한 아이를 팰려고 하는데? 니가 법이라도 되냐?” 


      그러던 중 전 한 대의 핸드폰 카메라가 이쪽을 찍고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동영상으로.

     

      제 입에서는 저절로 욕지거리가 나왔습니다. “아 씨발 저 미친놈은 왜 찍고 지랄이야.”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는 모릅니다. 아무튼 그랬습니다. 잠시 뒤,

     

      누군가 정강이를 걷어차서 퍽 넘어졌습니다.

     

      “내가 찍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이야, 이 개좆만도 못한 띨아!”

     

      전 이번만큼은 개겨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일어나려고 했습니다.

      주먹이 몇 방 더 날아들고 전 다시 앞으로 고꾸라졌습니다.

     

      깨달았습니다. 재수 없으면 죽겠다. 

     

      그렇게, 중학생으로서의 삶은 끝났습니다.

     

     

      지금 저는 과학고등학교에 재학중입니다.
      여긴, 적어도 [공부한다]고 패는 인간은 없습니다.


      적어도 오토바이 훔치다 걸렸는데, 자그마치 [피해자]로 변신하여 경찰서에 다녀오는 인간은 없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중학교 때 보다는, 무한 배 이상 행복합니다. 

      폭력이 비정상이란 걸 아는 사람들과 함께 살기에.

    --------------------------------------------------------

     

     

      모 신문사 기자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질문했다고 하더군요. “보복이 두려워서 말 못하는 거죠?” 뉘앙스가 묘하더군요. 그것이 [의리]라는 겁니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의리]라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의리라는 겁니다. 예. 보복에 대한 공포는, 다시 말하면 그 아이에 대한 의리인 겁니다. 

     

      전교조의 김영삼 선생님. 제게 무한한 배신감을 안겨주셨고, 제게 무한한 사랑을 베푸신 다른 선생님들과 마찬가지로 전교조이며, 다만 조금 더 조합 내에서 직책이 높으신 김영삼 선생님. KBS 심야토론에서 하셨던 그 말씀, “교사는 학교폭력에 대해 책임이 없다. 어떤 법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교육당국자나 학부모는 어째서 교사에게 그런 어처구니없는 의무까지 지우려 하는가? 교사가 할 일이 그렇게 없는 줄 아는가? 모든 행정업무의 과중은 기본이고, 정시에 퇴근하는 건 이미 불가능해진 시점에서, 당신들은 교사들을 어디까지 내몰 작정인가?”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예, 저 아주 잘 압니다. CS(컴퓨터 생활기록부) 입력하느라 퇴근을 못 하고 사모님께 질책 전화를 받는 선생님들의 모습, 너무 많이 봐 왔습니다. 수업보다 행정 업무가 밀려서 미치도록 정신없어하시던 모습, 너무 많이 봐 왔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선생님으로써, 학원 강사가 아닌 학교 선생님으로써, 제게 최후의 배신을 때리셨습니다. [교사에게는 학교폭력에 대처할 의무가 없다.]

     

      전 성인이에게 너무도, 너무도 부끄럽습니다. ... 죽지 않아서. 죽지 않고 살아남은 주제에 현실을 바꾸지 못해서, 너무도 부끄럽습니다... 아직 어리기에, 전 감히 말합니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어리석은 선언입니다. 그래도, 하렵니다. 아직 어리니까. 이 정도 실수는, 어리니까, 저지르고 싶습니다.

     

      스스로 상담교사라 칭하는 분들께서, 스스로 전문상담원이라 칭하는 분들께서 밥먹듯 하시는 말씀.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도움을 청해라] 전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랄하지 마세요.” 학생 스스로가 해결하지 못하면, 절대로 해결하지 못합니다. 그래요. 말씀해 주신 대로 너 죽고 나 살자는 심정으로 끝까지 일렀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저 동영상 찍힌것만은 꼬지르지 못했습니다.   

      예. 졌습니다. 난 나약했기에. 멍청해서 당신들 말대로 반항했고, 멍청해서 난 순응하지 못했고, 그래서 피해망상증 환자이고 바보입니다. 그래서, 당신들, 상담원들은 그 바보들을 언제까지 방치하고 싶으신겁니까...?

     

      시게마츠 기요시가 쓴 “나이프” 와 “소년, 세상을 만나다”를, 이 나라에서 자칭 청소년 상담원이라고 칭하고, 아직도 [부모님, 선생님께 말씀드리렴. 너가 굴복하지 않고 끈질기게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면 승리는 너의 거야.] 라고 착각하시는 분들, [손바닥이 마주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아. 너가 그들에게 반응하기 때문에 다치는 거야.]라고 하시는 분들과, 

     

      단지 현실을 느끼고 싶으신 모든 분들께 권하며...

     

      이 긴 편지를 마칩니다.

     

      부디, 단지 이번 사건에서 성인이가 [죽었기 때문에] 불타오르고, 성인이가 [살아남았기 때문에] 침묵하는 우리의 모습이 변하길 빌며...

     

      이 편지를 마칩니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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