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이상한 사건이 하나 있어 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려요. 아마도 이런글을 올리는건 처음 같아요.
얼마전 부터 사귀는 거 마냥 애매모호한 관계의 남자가 하나 있었는데, 처음에 꽤 많은 구애를 받았어요
매일 전화를 1시간씩 하고 집앞으로 찾아오고, 악세사리 반지를 끼고 만났더니 " 나중에 내가 좋은걸로 사줄께, 이거끼지마 "
" 날이 좋으면, 너랑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 "
" 너랑은 정말 한순간도 떨어져 있기 싫어 "
" 넌 정말 예쁘다 " 같은 달콤한 말을 많이 들었어요. 손을 잡기도 했고 키스도 했어요
그러니, 나도 모르게 착각을 했나봐요 [그는나를 좋아하고 있구나] 라고 말입니다. 참 나이 먹고 왜 그랬을까요
사귀냐 마냐의 기로에서 우리는 진지한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당연히 나를 좋아하는 줄 알던 그가 " 너랑 사귀는건 니 나이가 좀 부담스럽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이러고 그냥 지내면 안되냐? " 라는 말을 했어요
처음엔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괴롭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를 했어요.
내 나이가 그 보다 조금 많고, 처음 친구일때 그로 인한 불안감을 자주 이야기 했었거든요, 이런건 불안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내가 그라도 어렵겠구나., 같은 오지랖같은 마음도 들었어요. 나이가 부담스럽다니! 그건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귀는게 부담스럽다는 말을 듣고도 바보처럼 저는 연락을 주고 받다가 어젯밤 문득 ' 아 이건좀 아닌데 ' 싶어서
" 이렇게 연락하는건 좀 이상한거 같다. 앞으로 연락하지 말자 " 라고 하다 보니, 어느순간 좀 다투는 분위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왜 그렇게 된건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화가 난 그가 전화로 여러 이야기를 퍼부었지만, 그 중 머리속에 남는건 그냥...
' 너를 좋아한 순간은 단한순간도 없어, 야 착각하지마 '
' 내가 너 착각하고 오해하게 해서 미안하긴 한데, 너랑 연애한다면 진짜 부담스러울것 같아'
' 날 진지하게 니가 생각한다는게 난 싫어 '
' 난 단 한순간도 너랑 연애할 맘 없었어 '
여러 말들이 모두 가슴이 아프지만, 그 중 가장 가슴 아픈 말은 [ 오해하게 해서 미안한데 ] 와 [ 너랑 연애는 진짜 부담스러워 ] 였어요
저는 이 두 문장에, 화가 나기 보다는
그냥, 나는 남자들에게 어떤 여자였나, 같은 것을 떠올렸어요
꽤 괜찮은 여자였다고 생각했는데, 늘 웃으며 서로를 떠나 보냈는데 '난 진짜 부담가는 여자였나'
늘 저는, 좀 다정하려 노력했던 여자였어요 늘 우리 엄마가 아빠를 생각하듯, 연애 했던 여자였어요
10을 받으면 10을 줘야 하고, 늘 고마워 미안해를 입에 달고 살았던것 같아요
쉽게 흥분을 하거나 쉽게 화를 낸적도 없고, 그러다보니 늘 '을'의 연애를 해 왔습니다.
나는 사랑을 받으면 기뻐하고,
보고 싶을땐 '보고싶다' 고 말하는게 옳다 믿었던것 같아요
우리의 나이가 부담스러운걸까
아니면, 내가
내 행동이 부담 스러운걸까
나는 연애를 하며 사랑받은 적 있었나
나는 왜 여자로써 몇 번 본적도 없는 남자에게 이런 말을 들어야 했을가
어제는 웃으면서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 '조상이 도왔다.' 라며 키득 댔지만, 솔직히 말하면 너무 너무..
매력 없는 여자처럼, 내 자신에게 자괴감 같은걸 느꼈어요.
사랑이 되지 않는 상대는 언제나 등장할 수 있고, 사실 이렇게 흐지 부지 끝나는건 언제나 생기는 일이니까 괜찮다 생각했는데
오늘은 그냥 사랑이 와도 자신이 없어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앞서요
사랑이 오겠지만, 오면 나는 어떻게 연애를 해야 할까요?
참고로, 잠깐 사귀었던 친구에게 (이젠 친구가된) " 나 어떤 여자였어? " 라고 물으니
[난 누굴좋아해도 너처럼 티는 그렇게 안낼듯, 별로인건 아닌데, 남자는 쉽게 질릴걸 ] 이라고 카톡이 왔습니다.
나는 정말
이제 사랑이 와도 자신이 없어요.
어떻게 연애를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