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저는 20대 초반 여징어에요.. 당연히 지금은 육아에는 관심이 거의 없을 나이죠.. 제가 왜 육아게시판에 글을 올리냐면요..
아빠가 육아에서 손 떼는 순간 미래의 자신을 atm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만들게 돼요.
지금 부모님 세대는 아버지가 돈 벌고 어머니가 집에서 아이들 보잖아요? 요즘 맞벌이가 늘어났다 해도 육아는 주로 어머니가 담당하죠.. 그런데..아버지가 아빠로서 있어주지 않는다면 경제적 요인같이 외적 요인만이 부모자식을 이어주는 끈이 되어요..
저는 어렸을 때 아빠와 뭘 해본 기억이 별로 없어요.. 저나 오빠가 어렸을 땐 아빠는 자주 늦게 들어오셨어요 1주일에 3~4회는 1시 넘게 늦어서 들어오고.. 그리고 엄마랑 싸우고.. 물론 가끔 가족 여행을 가긴 했어도 철저히 아빠 위주.. 놀이공원이나 체험같이 사람 많은건 아빠가 싫어하셔서 산 휴양림 위주로 갔었죠.. 그나마 1년에 한번 가면 많이 갔을까요..
제가 좀 더 커서는.. 아빠는 언제나 퇴근하시고 tv만 보셨어요 저나 오빠와 대화가 거의 없었어요 아빤 한창 사춘기인 오빠와 제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관심이 없으셨는지 아니면 대화를 안 해서인지 모르시거나 한참 후에 아시게 되었어요 내가 왕따 문제로 힘들어한 일, 오빠가 선생님 문제로 힘들어한 일 등.. 그 당시 개콘에서' 대화가 필요해 ' 라는 코너가 유명했는데 참 남일 같지 않더군요..
평소에 대화가 없으니 설령 저나 오빠가 겪는 문제를 아셔도 딱 남들만큼만 대화를 하게 되어요. 그렇게 폭풍같은 사춘기가 지나갔어요
지금은 아버지가 저희랑 친해지시려고 늦게나마 노력을 하세요.. 그런데 그거 알아요? 20년 넘게 거의 정 없이 지냈는데 하루아침에 정이 들겠어요? 그나마 저랑 오빠는 이제 타지에서 학교 다녀서 집에 거의 없거든요..1달에 한번 올까말까..
물론 저도 아빠와 친해지려 노력은 하는데.. 참 힘들어요 마치 진짜 어색한 사람하고 얘기하는 기분이에요 아무리 대화를 이끌어가려고 해도 툭툭 끊기고 뭐랄까 별로 안 친한 친구랑 억지로 친한척 하는 기분? 부모자식으로서 속 터놓고 할 수 있는 대화가 아닌 그냥 겉에 삥 둘러서 가는 대화밖에 안돼요.. 요즘 고향에 비 많이 와요? /요즘 공부는 잘 하니? /요즘 일은 잘 되세요? 어떤 느낌인지 아시겠죠?
무엇보다도..걱정되는건 오빠에요.. 아빠가 아버지로서의 역할이 부재하니까 오빠가 남자로서 롤 모델이 없어요 이러이러한 남자가 되어야지/ 이런 남자는 되지 말아야지 이런 개념 자체가 거의 안 잡히는거 같아요 그런데 무의식적으로 닮는건지 아빠의 아빠로서/남자로서/가장으로서의 안 좋은 모습만 닮아가는거 같아요.. (여동생인 저에게 하는 행동을 하는거 보면.. 딱 아빠가 엄마에게 하신 것들.. 소리지르기 손찌검 의견 묵살하기 무시하기 비난하기 등)
저는 아이를 가져보지 않았고 키워보지 않았기에 감히 육아의 어려움에 대해 상상해볼 수 없는데요.. 외숙모가 산후조리를 우리집에서 할 때 또 어린 조카가 우리집 놀러왔을 때의 헬게이트가 열리는걸 보면서.. 전 아기가 마냥 귀엽지만은 않아요.. 육아 때문에 외숙모가 힘들어 하신걸 봐와서요.. 게다가 저는 오빠와 연년생이어서 엄마가 많이 힘드셨대요..
오유 베스트나 베오베 정주행 하다보면 가끔씩 이런 글이 올라와요 '일하고 힘든데 집에 오면 아이보라는 와이프..어쪄죠?' '쉬고 싶은데..아이 때문에 잠을 못 자요..집에 가기 싫어요' 육아가 많이 힘들겠죠. 거기다 직장+육아는요. 하지만 그걸 아내분께 혼자 떠넘기지 마세요. 맞벌이라면 아내분 혼자 직장+육아+가사 다 하게 되고 전업주부라면 하루종일 퇴근시간도 없이 근무하는거와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는 물론 아버지 당사자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옵니다
자식 키우는 이유가 '내가 너희를 성인 될 때까지 경제적으로 지원할테니 너희도 내가 은퇴하고 늙어 죽을때까지 지원해라' 이것만은 아니잖아요? 이럴거면 차라리 장기 적금을 들지.
그런데요. 아버지가 육아를 놔버리면 부모 자식간 저런 관계가 돼요. 솔직히 저랑 오빠..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나 정보다는 책임감, 의무감만이 남아있어요.. '아빠가 여태껏 우리 키워주셨고 또 등록금이랑 대주시니 나중에 노후 때 경제적으로 지원해드리자' 딱 이정도에요 지금 아빠의 존재감이요? 냉정히 말하면 한달에 용돈 들어올때 통장에 찍히는 숫자 외에는 아빠의 존재감은 느껴지지 않아요. 엄마는 생각날 때마다 전화하고 연락하는데 아빠는..어렸을 때부터..지금까지.. 아빠로서의 존재감이 없었으니까요.
오유의 아버지 또는 예비아버지 분들.. 단순히 책임감과 의무만 남은, 정기적금보다도 못 한 부모자식관계를 원하는게 아니라면 피곤하시고 힘드시더라도 육아를 내팽겨치지 마세요. 딱 10분이라도 좋으니 매일매일 시간 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