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수업에 들어갑니다.
이 수업도 즐겁게 듣는 수업중 하나입니다.
옛날부터 사회과학계열 과목을 좋아라 했었던 배경도 있고 해서 즐겁게 듣습니다.
그러나 밤을 샌 덕분일까요, 열심히 필기를 받아적고는 있지만 정신은 깊이 침잠해 있습니다.
이 상태가 바로 제X의 영역인가?!
-그럴리가 없지요.
뭐 하여튼 열심히 타자를 칩니다. 가끔 광속으로 타자를 칠떄가 있는데 그럴때마다 저를 쳐다보는 눈초리를 느낍니다. 그러나 이심전심의 케이스라도 전심은 안될때가 있지요. 가볍게 무시해줍니다. 물론 평판은 옛적에 시궁창으로 간지라 신경쓸래도 쓸필요가 없습니다.
화/목요일은 수업 시간 사이에 비는 시간이 없습니다. 건물도 멀어서 달려야 합니다.
대망의 수학시험이군요. 괜히 책한번 더 들춰보고 괜히 복습종이 읽어보고 괜히 이것저것 물어봐 봅니다만 느껴지는건 딱 하나군요.
뭔 소리야 이게!
그러나 경악하고 절망해봐야 때는 늦었습니다. 기독교도라면 신이여 굽어살피소서 불교라면 나무아미타불을 되뇌이겠지만 전 무교기에 기댈곳도 없고 비참한 기분으로 시험지를 볼 뿐입니다.
뭐 수십번 본다고 문제가 풀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만화와 현실을 혼동하는건 좋지 않지요. 되는대로
써갈겨 놓고 교수님 단상에 던져놓고 얼굴에 내리는 비를 감추며 도망갑니다. 뭐 어쨋든 망친시험이야 망친거고 신문을 집어듭니다.
다우가 또 떨어졌네요. 그냥저냥 떨어졌기에 아 상태 인좋네.. 싶어하며 집에 들어갑니다.
내일의 스케쥴은 프레젠테이션 및 상법 시험입니다. 법은 외울게 많아서 그렇지 개념자체는 고차원적인 과목이 아니라 나름대로 할만합니다.
뻥입니다. 전 외우는게 싫습니다. 이상하게 슬쩍보는건 잘 외워지는데 맘먹고 외우려면 안되더군요.
그래서 슬쩍슬쩍 공부하면 더 안외워집니다. 그야말로 악순환이군요.
더군다나 법과목은 이것저것 상식이 안통하는 사례가 조금 있으니 그것도 고민, 고민입니다.
왜 법은 상식적이지 못한거야, 이런질문은 시험기간의 학생에겐 지적 사치죠. 그럴 시간은 없습니다.
뭐 열심히 외워봅니다. 되는대로. 1시쯔음해서 집에 오고, 저렇게 공부 약간 하니까 3시가 됩니다.
배가 고파오는걸 느끼고 뭘 먹을까..하며 냉장고를 뒤져보지만 나오는건 계란뿐.
이걸로 뭘 해먹나...
뭐 불키고 소금치고 버터어쩌고 이런짓은 귀찮아서 못 해먹겠습니다. 그냥 물끓이고 삶아버리면 되지요.
15분 정도 지나면 한그릇 가득 삶아진 삶은 계란을 들고 방에 들어옵니다. 알맞은 완숙이군요.
언젠가 계란 윗껍질을 살짝 벗기고 후 불면 껍질이 벗겨진다고 하는게 떠오릅니다.
살짝 까보고 후 불어봅니다.
껍질 가루만 속절없이 휘날립니다. 해선 안되는 짓 리스트에 하나가 추가되었군요.
소금 치면서 여우뉴스와 여타 뉴스 사이트를 들어가서 체크를 합니다. 매주마다 나오는 숙제중에
기사분석하고 주석 달아서 제출해야 되는게 있어서 뭐 할만한거 있나 찾아보고, 적당히 수정해서
메모장에 적어놓습니다.
역시 컴퓨터는 무섭습니다. 뉴스만 본거 같은데 시간이 광속으로 지나갑니다.
한 따뜻한 계란이 들어가서인지, 하루밤을 새서인지 피곤합니다. 잠깐 눈을 붙이자 결정하고 책상에 엎드립니다. 언젠가 이상황에서 침대에 누웠다가 일어나보니 다음날 아침 이라는 상황을 겪은적이 있어, 칼잠은 최대한 불편하게, 라는 원칙이 생겼습니다.
일어나니 대충 6시쯤 된것 같습니다. 안 피곤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잠은 보약이긴 보약입니다.
저상황에서 이제 남은건 그냥 열심히 공부하는것 뿐입니다. 다음날이 시험이고, 프레젠테이션이면 시간이 없지요.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공부를 합니다. 이것저것 읽고, 판례를 외우고, 예제로 들었던 교과서에 안나왔던사례들을 복습합니다. 젠장, 문제정도는 교과서내에서만 내주시란 말입니다.
이제 저렇게 교수님을 씹고 교과서 제작자를 씹고 뇌를 씹으며 1시까지 공부를 합니다. 물론 중간중간
쉬어주는것은 너무도 당연한 처사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쉴때마다 하기로 했던 팔굽혀펴기때문에 팔이 경련하는군요.
1시쯤 되서 결국 침대로 다이빙합니다. 조금이라도 외워질까해서 교과서를 배게밑에 넣고 잡니다.
어디선가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포기하면 편해
-------------------------------------------------------------------------------------------------
리플이 많이 달렸더군요.
악플도 달렸구요. 뭐 2년전에 끄적거림을 올렸을때 반응도 없었던 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겠지요?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백번 감사해야 할 끄적거림에 좋은 말씀 해주시는분들에겐 항상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예 전 CC다니는 학생입니다. 시카고 대학교 경제학과를 보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다닐적에는 그렇게 성실하지 못해서 저곳을 지원했지만 떨어졌었지요.
안전빵으로 넣었던 곳은 다 합격했었지만 학비의 문제도 있고 해서 CC가자, 라고 결론을 내서 오게된거지요. 고작 CC면서 힘든척은 다하네 ㅉㅉ 이러셔도 할말없습니다만 사람은 자기 자신이 가장 힘들어 보이는게 당연한지라... 조금이나마 힘든 짐을 덜고 싶은 어리광인것 같습니다.
뭐 어찌되었든 한분이라도 재밌게 읽어주시면 전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금은 이 글을 시작한
이유는 잊어버렸지만, 개인적인 욕심도 없지 않겠지만 재밌다고 해주시는 분들한분한분을 볼때마다
힘들었던 몸에도 원기가 깃들고 피폐해진 정신에도 활력이 돌아오는 기분입니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