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춥네요. 비가 와서 그런가 봅니다.
주차장으로 가서 트렁크를 열고 거의 기계적으로 밥 비비기 시전...
오늘 고양이들을 위해 헌신해주신 간식, 사료님들의 출처는 처음 유통기한 임박 사료 보내주세요...라고
염치없는 요청을 한 저의 글에 첫 댓글을 달아주신 얌전이 님이십니다.
검색해보니 로얄 캐닌은 정말 비싼 곡식이었습니다!
저것 새 것 한 봉다리와 얌전이 님네 묘람이들이 먹다가 이것도 보내라며
로얄 캐닌 먹다 말고 부랴부랴 보내신 한 봉다리까지.. 2 봉다리입니다.
저 비싼 걸요...흑흑.감격.
귀랑 몸에 뿌리는 약품.
크크...저는 성공을 전혀 못할 것이고, 스프레이는 뿌리면 하악...하고 난리가...ㅋㅋㅋ
아이고, 이 글씨 좀 보이소.
무슨 예쁜 손글씨 학원장님 같으셔요.
저는 글씨체가 진흙탕에 뒹구는 돼지같아서...
그리고 알흠다운 통조림과 짜먹는 요구르트꺼정...요것들을...
(냉장고에 넣어둔 북어는 깜빡 잊고 가족촬영에 동참 못했습니다. 북어야, 미안하다.)
비비고 있는데 가끔 찾아오는 나그네인 흰 바탕에 까만 무늬가 있는 묘람이가 등장.
제가 비비고 있는 옆으로 오더니 냠냠을 시전.
그러나...
잠시 후 수다쟁이 냥이의 쌍둥이가 나타납니다.
헉...귀가..
중성화 수술을 받았군요.
아파트에 좋은 분이 계셨구나!
이 친구는 전혀 말이 없으므로 똑같이 생겼으나 수다쟁이 냥이가 아닌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여간...쌍둥이는 터줏대감입니다.
하얀까만 묘람에게 으르릉.하더니 쫓아내버립니다.
그리고는...
혼자 처묵처묵...
저는 그걸 보며 비빔밥 만들기를 잠시 멈추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시 밥을 비비는데 진짜 요상한 소리란 소리는 다 내면서...
왈왈, 요로롱..아릉...어쩌고..캐싸면서 서로 기싸움 하는 건지...
잠시 후 보니 둘 다 없어지고 (소리만 제 차 밑에 어디서 계속 내면서)
신경전 벌이더군요.
얌전이 님, 주신 사료들은 거의 다 소모하고 아주 쬐끔 남았습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가면 밥그릇에 딱 한 두 알만 남아있답니다.
고양이가 아니라 개중에 공룡이 몇 있는 듯 함여.
진짜 너무 많이 처묵처묵 합니다. OTL
묘람들의 위계질서는 묘람들이 해결하시라, 하고 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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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핸드퐁에 고양이 곡식이 옴여..하고 문자가 왔는디, 카카오톡도 왔는디..
현관문 앞에 아무것도 없음여.
순간..헉...도둑님이 다녀갔나?
했습니다.
그러나...
현관문을 열자 보이는 상자들...매일 불우이웃묘람들을 위한 곡식이 오늘도 변함없이 도착한 거였습니다.
저와 따로 사시는 이 집의 실질적인 명의자, 저의 모친이 다녀가셨더군요.
헉...이렇게 무거운 걸 어찌 옮긴겨?
자...얼마나 무 거운 건지 사진 갑니다.
270 크기 슬리퍼와 비교해보세요.
뭔 상자 크기가 진격의 거인임여.
이 분도 만만찮습니더.
비닐곡식부터 경건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열었더니...앙, 뭔겨!
그리고 이 친구 뒷모습.
오늘 받은 곡식의 공통점..
이거 공포게시판 가야하지 않을까..싶을 정도로.
둘 다 보낸 사람 주소가 없어욧!!!!!!
일단 주소에 적힌 대로 , 우리집 **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뒤이은 주소는 택배 대리점 주소입니다.
"우리집 별별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 분은 전혀 아무 정보를 안 공개했음여.쿠팡 나쁘다!
쿠팡 문자를 뒤적뒤적해봉께, 민 *빈 님이십니다.
민 별빈 님,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보내면 택배비 어떻게 보냅니까?
네??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네?(미생 임 시완 버전)
일단 경건한 마음으로 상자를 열어봅니다.
킁킁, 멧돼지 숨을 몰아쉬며 뒤집어봅니다.
묘람이들에게 이 곡식을 다 먹일 때까지 저, 뚱뚱사람은 이 민 별빈님을 기억하기 위해 주소종이를 붙여놓습니다.
오늘은 주소도, 보낸 이도 없는 사랑의 선물에 마음이 살짝 어두븐 뚱뚱 사람이
10분 묘람들을(더 있을 수도 있음.) 건사하는 입장에서 감사글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