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1096966&s_no=1096966&kind=humorbest_sort&page=1&o_table=cook베스트의
백종원 신드롬이 불편하다를 보고 쓰는 글입니다.
현재 한국의 식문화에 대한 황교익의 지적은 얼핏 그럴싸해 보인다. 그도 그럴게, 틀린 얘기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급요리가 아닌 저렴한 요리를 찾는 것은 빈부격차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짧은 시간안에 할 수 있는 요리는 맞벌이의 대중화와 전업주부의 감소, 간단한 요리는 1, 2인 세대의 증가와 결부지을 수 있다. 황교익은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한국 사회의 계급문제 심화가 식문화마저 붕괴시키고 있다고 통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런 맥락에서, 백종원은 단순히 황교익이 비판하는 식문화의 아이콘일뿐이다. 그렇기에 백종원의 요리 자체를 분석해가며 얘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문제는 백종원의 요리가 아니라 백종원이라는 아이콘이 상징하는 것이니까. 저렴함, 빠름, 단순함 말이다. (물론, 백종원의 요리 자체에 대해 얘기하는 이들이 '그 요리는 그런게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건 알지만, 황교익의 논의의 중점은 그것이 아니라 식문화의 변화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편함은 남는다. 다시말해, 지금 저 콜로세움이 단순히 백종원에 대한 빠심으로 벌어진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 이유는 간단하다. 황교익의 논증이 어딘가 잘못되어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가장 먼저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음식에 대한 인식의 차이다. 황교익에게 있어서 음식은 매우 높은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다. 그건 맛칼럼니스트라는 그의 직업만으로도 간단히 증명할 수 있고, 당연히 그의 글에도 깊이 녹아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가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듯이,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좋아한다. 그러나, 누구나 음식의 우선순위가 높은 것은 아니다.
간단한 얘기다. 기회비용과 선택의 문제. 누군가는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열광하겠지만, 누군가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서라도 다른데 돈을 투자하고 싶어한다. 아니, 오히려 이쪽의 경험이 훨씬 더 대중적일 것이다. 한국이 무슨 요리만화에 나오는 모두가 요리에 열광하는 사회는 아니니까 말이다. 또한, 이는 당연히 시간의 문제기도 하다. 굳이 일에 쫓기는 상황을 거론할 필요는 없다. 당장 게임게시판에 가보면 게임할 시간이 아까워서 대충 끼니를 때우거나 심지어 입에 빵물고 레이드를 도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다시말해서, 음식이 거의 최우선적인 문제인 황교익에게 있어서 식문화의 단순화는 뭔가 심각한 사회문제에 의한 통탄할 만한 현실일지 몰라도, 취향의 우선순위에서 음식이 그렇게 높은 위치를 차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그건 그냥 내가 더 좋아하는 것을 위해 덜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일 뿐이란 거다. 포기라는 단어에서 쓸데없이 X포세대를 떠올릴 필요도 없다. 이건 그저 기회비용의 문제일 뿐이니까. (덧붙여서, 기회비용을 따질 필요조차 없는 1%를 언급할 필요도 없다. 애초에 그건 기회비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겨서 얻게되는 위치니까. 그걸 뭐 좋은거라도 되는냥 말하면서 계급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은 자아분열적 발언, 또는 무지의 소산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다음에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음식'에 대한 기준의 문제다. (물론, 건강을 따질때는 좋은 음식이란게 명백하게 존재하지만 그건 그냥 패스하자. 애초에 건강을 생각해서 치킨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잖나.) 황교익의 말은 사실 별것 아니다. 달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이 저질이다, 순수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야 된다, 깊은 맛을 내야한다 뭐 그런건 그냥 귀가 닳도록 들어온 말에 불과하다. 문제는, 그 말이 기분나쁘다는 거지.
맛칼럼니스트라는 위치가 주는 권위를 벗겨내고 보면 간단한 문제다. 그냥 우리가 평생동안 들어온 말에 불과하다. 김치맛을 몰라서 그래, 회맛을 몰라서 그래, 채소맛을 몰라서 그래, 조미료에 길들여져서 그래, 편식하는 건 나쁜거고 맛을 몰라서 그러는 거야. 근데 그건 나쁜거니까 먹으면 안돼. 맛을 몰라서 그런걸 좋아하는 거야. 애초에 문제는 식문화가 저질이니 고급이니 하는 헛소리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맛의 좋고 나쁨을 정해놓고 그걸 다음 세대가 받아들이도록, 즉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편식하기를 강요하면서 마치 좋은 것을 전해주고 이렇게 먹어야 잘먹는 것이며 편식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얘기하는 기존의 한국 식문화지. 물론, 황교익이 말하는 맛은 그러한 얘기보다는 좀더 깊이가 있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것은 없다. 그래봤자 락에 열광하는 건 클래식의 깊이를 몰라서 그런다는 얘기의 변주에 불과한 말이니까.
사실, 식문화의 단순화에 대한 지적 자체는 맞는 말이다. 질적인 문제를 떠나서, 개인 취향의 문제가 있으니까. 간단히 말해서, 웬만한 식당의 요리보다 그냥 집에서 해먹는 요리가 더 맛있다. 자기 입맛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있고, 그걸 구현하기위한 시행착오의 경험이 있다면. 요리를 굳이 대단히 잘할 필요도, 재료를 좋은걸 쓸 필요도 없다. 그냥 자기 입맛을 찾아내고 구현하는 노력만 있으면 될뿐. (물론 동일한 맥락에서, 내 입맛에 딱 맞는 식당을 발견한다면 그건 당연히 내가 해먹는 요리보다 더 맛있다. 경험에서 나오는 실력이나 조리환경 등은 어떻게 흉내낼 수가 없으니까.)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화에 대한 황교익의 지적이 불편할 수 밖에 없는 건, 음식평론으로 먹고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남들도 자신처럼 음식을 깊이 탐미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황교익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거론할 수 밖에 없는데, 사람들이 음식에 대한 탐미에 대한 실천이나 동경을 포기하고, 음식은 적당한 수준에서 만족하고 다른 것을 탐미하는 것은 황교익에게 있어서 굉장히 위협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을 한번 더 뒤집어서 말하자면. '그의 주장대로' 음식에 대한 탐미를 실천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그것에 대한 동경 또는 지향을 포기하지않길 요구하는 것은, 대중의 동경을 이끌어내는 것을 기반으로 장사를 하는 명품 또는 고급문화의 전략과 대체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리고 바로 그 부분이, 타당한 논증이 불편함을 일으키게 되는 부분이다. 식문화가 단순해지고 있으며, 그게 사회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근데 한마디 덧붙이자면, 애초에 사회문제와 관련이 없는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어떠한 원인들이 맞물려서 어떠한 결론이 나오는지에 대한 깊은 고찰없이 그저 음식에 대한 탐미가 옮으며 중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얘기하는 것은 타당한 논증마저 틀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