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나온 천일염에 대해... 이거 사실 문제있다고 예전에도 이야기가 몇 번 나온 걸로 아는데, 확실히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한 방송이 되었고요.
팟캐스트 특성상 불편하게 다가오는 일부분은 뭐 어쩔 수 없고...
(특히 일반 대중을 김일성이 던지는 고기나 받아먹고, 서민의 아들 박정희에 속는 것과 같다는 드립은 굉장히 불편했네요. 소위 일부 좌파들의 교조적인 논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황교익씨가 한 말 아닙니다. 거기 진행하시는 분이 한 이야기에요)
우선 방송에서 말하고 싶은 건 굉장히 동감합니다. 방송에서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맛의 획일화'입니다. 익숙해지는 맛이 하나로 통일되는 현상을 강하게 경계하는 내용이 핵심이네요. 거기에 길들여지다 보면 다양한 식재료로 만든 천차만별의 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특정인 한 명에게 열광하며 그것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네요. 게다가 익숙해지는 맛이 거대 권력 - CJ와 같은 - 을 레퍼런스로 삼게 된다면, 더욱 더 노예화(?)가 익숙해질거라는 나름 설득력 있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정크 푸드 논란은 좀 갸우뚱하게 되고, 방송에서 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정크 푸드라고 하는, 건강을 해치는 요리라는 건 방송에서 이야기가 딱히 없었구요. 순전히 맛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상기했듯이, 자연에는 수많은 식재료가 있고, 그 식재료 나름대로 고유의 맛을 내며 다양한 맛을 가져올 수 있는데, 재료의 특성을 모두 버리고 단맛과 짠맛으로 대변할 수 있는 맛으로만 획일화 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는 거죠. 방송에 나오는 수많은 셰프들 중 백종원 선생님을 거론한 이유가 이거라고 생각이 되네요.
이전에 브로콜리 수프나 이것저것 해먹어봤고, 어제도 백종원 선생님의 닭갈비 해먹었습니다만... 그냥 엄청난 맛이라기보다는 익숙한 맛입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깜짝 놀랄만한 음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실 거에요.
백종원 선생님의 방송은 지향하는 바가 뚜렷해요. 요리 입문자를 향한 거죠. 시간 내에 문제를 풀어야 통과할 수 있는 테스트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비책이 있다면, 그 비책을 알려주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봐요. 여기서 시험은 제 때 식사를 하는 것이고, 비책은 백종원 선생님의 레시피겠죠. 그리고 본인이 관심이 더 간다면, 덧셈 뺄셈부터 해서 사인 코사인도 알게 되겠죠. 방송에서도 이 점은 긍정적이라고 이야기 했고요.
한 끼 때우는 것도 좋은 의미를 갖고, 그 이상의 관심으로 식재료에 대해 더 알아가고 더 다양한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것도 좋은 의미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쉽게 시작하는 게 참 중요해요. 그래야 그 다음이 있죠. 제이미 올리버 이야기 하셨는데, 맞벌이로 바쁜 사람들에게는 부엌에서 허브 키우는 것조차 일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으로 재료 선택하고 다듬고 뒷정리하고... 이거 생각보다 시간 엄청 걸립니다. 바쁘신 솔로 회사원들은 쉽게 할 수 있는 일 아니에요.
커다란 문제의식에는 동의하고, 나아갈 방향도 알겠는데... 거기서 끝날 뿐이라 아쉽습니다. 아마도 팟캐스트 내용이나 베오베 이야기가 불편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압력이 느껴졌기 때문일 거에요. 결국 권력과 싸워라,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갈망을 멈추지 마라... 이런 이야기는 참... 타인에게 강요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삶의 압력에 불과합니다. 저도 요리를 좋아하는 백수지만 예전에 회사 다닐 때 요리 좀 해보려고 했을 때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황교익 선생님이 질타하시는 그런 인터넷 초간단 레시피가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퇴근하고 나서 내일 먹을 반찬 만들려면 그만한 방법이 없습니다. 보통 사람들 다 그렇게 삽니다. 그런데서 반발이 생기는 게 아닐가 싶네요.
저녁이 있는 삶, 경제적 여유가 생기는 삶, 그거 불가능하게 만든 게 우리인가요. IMF를 시작으로 정치인들이 만든 거죠. 그래도 본인 손으로 요리하고 싶어서 쉬운 입문 방송으로 백종원 선생님의 방식을 택한 것, 전 그거 그렇게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싶고, 특히나 솔로인 저같은 사람들은 TV보며 내 손으로 만든 요리 한 번 먹는데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요. 그게 좀 획일적일지라도, 전 그런 사람들 잘못되었다고, 그러지 말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더 나아지면 좀 더 괜찮은 요리 만들 수 있겠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도 뭐... 잘못된 것 아니잖아요?
현실적으로 결론을 유추한다면, 백종원 선생님을 맹신하지 말고, 거리를 두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정도로 요약될 수 있겠네요. 아이돌화 시키지 말라는 거겠죠. 그리고 마리텔에서 백종원 선생님이 겪으신 일을 보고 어느정도 쿨다운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요. 백선생님의 요리를 추구하건, 황교익 선생님의 철학을 추구하건 그건 개인의 선택에 달린 일이고, 지금 같은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잘못되었다 말할 수 없습니다.
오늘은 가지튀김을 할 예정입니다... 중국식 가지 튀김이 그렇게 쉽고 맛난다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