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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5855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12
    조회수 : 5063
    IP : 14.36.***.103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1/05/30 21:13:32
    http://todayhumor.com/?panic_15855 모바일
    브금주의]아내의 여자친구


    이번 단편은 [아내의 여자친구] 는 일본 작가인

    고이케 마리코씨의 소설과 줄거리가 같다고 글쓴이께서 말씀하시네요
















    내 아내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청초하고 순수하며 기본적인 여자의 소양을 모두 갖춘, 다소곳하고 아름다운 여자다.
    현재 1주일에 한 번씩 프랑스 요리를 배우러 시청 회관의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고 있다.
    나는 서른 여덟살로, 그다지 큰 기업은 아니지만 나름 좋은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사이에는 다섯살 딸아이가 있다. 귀여운 아이다.
    아내는 요리솜씨가 좋아서, 여느 음식점에도 꿀리지 않을 솜씨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왜 굳이 프랑스 요리를 배우러 다녀야 하는지는 조금 의문이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씩
    입을 호강시키는 일은 기분 나쁘지 않은 것이다.

    [레스토랑에 가면 몇십만원씩 내고 먹어야할 음식들이지만,
    내가 이렇게 배우면 단돈 만 원에 먹을 수 있는 거잖아요?]

    - 라는 경제적인 이유인지,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어쨌든 아내가 내세우고 있는
    슬로건이 바로 저것이다. 물론 회사원인 나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딸아이도 좋아하고 아내도 일주일에 한 번씩 바깥 바람을 쐬고 내 입도 호강하고.
    일석삼조라는 조금은 유치한 신조 사자성어에 빗대어도 좋을 상황이다.



    Rrr..Rrr..

    # 내가 받을게요, 여보. #

    라고 말하며 주방에서 앞치마에 손을 닦으면서 황급하게 나오는 아내.
    텔레비젼을 시청하고 있었고 전화기가 바로 곁에 있었던 내가 받아도 좋을 텐데,
    아내는 설거지를 하다가 급하게 나와서 전화를 받았다.

    # .. 네? ......어라, 정말 너 미정이니? 우와, 이번에 귀국한거야?
    응, 응.... 어, 와도 괜찮아, 그죠 여보? #

    약간 말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살피는 아내에게 고개를 끄덕여 줬다.
    미정이라면 그녀의 오랜 친구이자 동창. 세계적인 평론가로 이름이 난 여자이다.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데, 사업차 잠시 귀국을 했다는 것 같다.
    평화로운 일요일 저녁에 초대해도 될 손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수락해버리고 말았다.





    # 안녕, 오랜만이야. 그동안 어떻게 지냈니? #
    # 뭘... 잘 지냈지. 너야말로 잘 지냈니? #

    재잘거리며 서로의 안부인사를 묻는 여자들. 오랜만에 아내가 들뜬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새로웠다.
    류 미정, 세계적인 평론가 답게 세련되고 이국적인 멋을 풍겼다. 늘씬한 키에 검은 생머리,
    그리고 밀어올린 명품 선글라스. 순간 아내의 얼굴에 좋겠다는 표정이 스쳐지나간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아내는 기죽어 있었던 것이다. 내 표정까지 덩달아 씁쓸해 진 것을
    내 아내는 보았을지 모르겠다.



    # …그래서 파출부가 필요한데, 어디서 구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믿을 수도 없고. #
    # 아 하긴 그렇겠네. #
    # 혹시 예은이 네가 해줄 수는 없겠니? 보수는 줄테니까. #

    ......뭐?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자신의 친구를 보고, 보수를 줄 테니 자기 집에 와서 파출부 일을 하라는 건가?
    그것보다 내가 더 경악한 것은, 아내의 얼굴에 망설이는 빛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아내는 허락을 구하는 듯 나를 잠시 바라보았다.

    # 그렇게 해줘, 예은아. 너 아님 믿을 사람 어디있겠니, 응? #
    # 여보, 그렇게 해도 될까요? 어차피 수요일은 시청 프로그램에도 가는 날인데. #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의 마지막 자존심을 밟아버리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마지막 나의 이성이 내 안에서 소리지르고 있었다. 정말 허락해 줄 생각이냐고.
    벌써 고개를 끄덕였기 때문에, 여자 둘은 서로 손을 맞잡고 집안일을 어떻게 할 지를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슬슬 걱정이 된다.






    아내가 미정이라는 여자의 집에서 일하게 된 이후로, 수요일로 약속했던 날짜가 갑자기 늘어났다.
    저녁이든 새벽이든 미정이라는 여자가 전화를 하면 아내는 열 일 마다않고 나가버리는 게 아닌가.
    게다가 종종 비싼 원피스나 화장품 등을 집으로 가져오는 일이 잦아졌다.
    미정이 자기의 옷장에서 꺼내준다나.
    [네가 거지야, 그런 걸 덥썩덥썩 받아오게?!!!]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런 것 하나 사다주지 못하는 내 형편이 갑자기 찔려,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아내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원피스들을 몸에 대 보며 좋아할 뿐이었다.

    # 아참, 여보 나 친정에 다녀와야 될 것 같아요. #
    # 왜? #
    # 아버지가 입원하셨대서, 한번 갔다 올까 하고. 당신은 어때요? #
    # 아, 나는 야근인데. #
    # 그럼 제가 해람이만 데리고 다녀올게요. #
    # 아, 그러던지. #

    딸아이만 데리고 친정에 간다는 아내. 떨떠름했지만 수락했다.
    아내가 나가는 날은, 마침 수요일이었다.






    기회다.
    나는 미정이라는 여자 집에 전화를 걸었다.
    한참의 신호음이 간 이후에 그녀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 저 최예은 남편 되는 사람입니다.
    제 아내가 미정 씨가 걱정된다고 전화를 해 보라 하길래. #
    [...제가 지금 감기에 걸려서 몸이 좀 안 좋아요.]
    # 아 그러면 과일이라도 사서 갈까요? #
    [...그래주시겠어요?]

    멍청한 것.

    # 예, 뭐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요 #
    [그럼 부탁드려요. 그럼.]


    저쪽에서 끊어지는 전화.
    나는 과일을 사 가지 않는다.
    사 가지고 갈 필요가 없다.
    어차피 그녀는 그 과일도 먹어보지 못한 채 세상을 뜰 테니까.









    [아, 상혁씨 오셨어요. 문열어 드릴게요]

    거침없이 열리는 현관.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잠옷만 입고 나온 여자는 내 손에 과일 바구니가 없는 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나는 손을 뻗었다.


    # ..!!!! 이게 무슨.... #

    여자의 목은 가늘었다.
    손 쉽게 부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나는 장갑을 낀 손으로 그녀의 목을 졸랐다.
    의아함에서 경악으로 눈동자가 커진 그녀의 얼굴은 추악했다.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었지만 그건 완전범죄에 어긋난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그녀의 발악이 멎을 때까지
    그녀의 목을 졸랐다.

    마침내 여자가 힘을 뺐다. 내 손아귀에서 덜렁거리는
    여자의 몸은 밟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추하고 더러웠다.
    내팽개치듯 내려놓고, 내 흔적이 하나라도 남아 있나 꼼꼼히
    살펴보고는 나는 그 집을 도망치듯 나왔다.







    떨리는 몸으로 집에 도착했다.
    집에 어떻게 찾아왔는지 기억도 하나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일단 샤워를 하기로 생각하고,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그때였다.


    내 한쪽 소매의 단추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 생일선물로 아내가 특별 주문한 것으로, 내 이니셜 H가 새겨져 있는
    특이한 단추였다.

    내가 그녀의 집에 떨어뜨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나는 순간 하얗게 된 머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꼼꼼히 살펴 보았을 때 그런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냉철해 지자. 꼭 거기다 흘리고 왔을 거란 보장도 없다.
    그래, 근무하다 어디선가 떨어졌겠지. 나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샤워를 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아까까지 입고 있었던 옷은 버리고 싶었지만 그러면 아내가 의심할까봐
    그냥 잘 개켜서 옷장에 넣었을 뿐이다.

    그리고 친정에서 돌아와 바로 그녀의 집에 들른 아내가
    그녀의 시체를 보고 경찰서에 연락하고선 집에 돌아와서 내 품에 안겨 울때
    나는 미정의 목을 졸랐던 손으로 내 아내의 등을 토닥였다.

    완전범죄였다.
    나는 성공한 것이다.





    저녁을 먹고 딸아이와 tv를 보고 있는데 딸아이가 안고 있는 곰인형에 문득 눈길이 갔다.
    그리고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두 번째로 겪는 공포를 맛보았다.
    내 잃어버렸던 소매의 H단추가 딸 아이 곰인형의 한쪽 눈에 박혀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공황에 떨리는 눈길을 부엌쪽으로 보냈을 때,
    그곳에는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는 아내가 있었다.


    # 여, 여보 ... #
    # 당신은 분명 완전범죄라 생각했겠죠.
    그러나 미정이는 한 손에 당신의 단추를 쥐고 있었어요.
    제가 가장 먼저 발견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당신은
    철창에 갇혀 있겠죠? #

    여유있는 미소의 아내. 나는 아내의 얼굴에서 사신死神을 보았다.


    # 여보 혹시 날 ..? #
    # 물론 아니에요. 저도 사실 이것저것 시키는 미정이가
    꼴사나웠거든요. 거들먹거리고 #


    다시 빛이 비친다. 역시, 내 아내 …

    # 대신, 이혼해 주세요. #


    ...............?!!


    # 저는 프랑스 요리 선생님과 사랑에 빠졌거든요.
    미정이가 수요일마다 불러준 것도 그 선생님과 절 몰래 만나게 해 주기 위해서였어요.
    물론 미정이에게 받아온 선물들은, 그 선생님이 제게 준 선물들이었구요.
    당신은 그것도 모르고 제가 자존심 없는 여자라 생각하셨겠죠? #

    평소없이 차가운 미소를 짓는 여자는,
    내 아내가 아니었다.
    저건 사신이다. 저건 악마다. 저건 내 아내가 아니다.


    # 싫으면, 소송을 거세요.
    저는 이 곰인형을, 당신을 살인범으로 고소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로 쓸테니까요. #

    후후 웃으며,
    아내는 어느샌가 그 곰인형을 품에 안고 있었다.


    # 고마워요, 여보.
    당신 덕에 새 사랑도 찾고,
    꼴보기 싫은 미정이도 더 이상 안 봐도 되니까요.
    당신은 제 생에서 최고의 구조원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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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31 01:49:41  203.226.***.237  포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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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1/05/31 18:24:14  118.38.***.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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