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가 투입하는 국방비의 대부분이 국방을 담당하는 절대 다수인 병사들에겐 쓰이지 않는다고. 그 돈의 대부분은 군비 확장에 지출되는데, 그게 결국 미 군수 업체의 수중에 들어가는 거거든. 우리 국방비는 미 군산 복합체의 빨대 대상이지.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전쟁 끝난지가 60년인데 아직도 미국은 북한과 평화 협정을 안 맺고 있는거야. 전쟁끝나고 60년 지났는데 평화협정 안 맺은 경우 있는지 찾아보라고. 내가 졸라 찾아봤는데, 없어.
공포가 있어야 무기가 팔리니까. 미국이 평화협정을 맺을 이유가 없지. 그리고 그렇게 미국이 심어놓은 공포에 겁먹고 미군에 매달리는 우리 군인들은 군인도 아닌 거고. 노무현 말이 맞아. 부끄러운줄 알아야 돼. 그런데 그렇게 사라지는 허망한 세금을 우린 정확히 모르잖아.
우리나라하고 직접 비교할 수 있는게 대만이지. 우리의 군사문제가 남북 문제 때문이라면 대만은 소위 양안 문제 때문이거든. 양안이란 말은 양쪽 해안을 뜻하는 건데, 중국 해안과 자기들 해안이 마주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부르지. 그런데 대만은 북한보다 훨씬 더 큰 적. 중국과 대치하고 있잖아. 거긴 주한 미군도 없어. 그래서 대만도 우리처럼 징병제야. 미 군사복합체가 대만에도 대형 빨대 꽂으려고 무지하게 노력하고 있지. 군산복합체는 전쟁 위협이 곧 비지니스 모델이니까.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결사반대하고.
그런데 대만 사병 월급은 2002년 기준으로 20만원이 넘고 곧 모병제로 전환해서 월급여가 130만원대가 된다고. 당시 우리나라 사병 월급이 1만원대였어. 전 세계 징병제를 실시하는 75여 개국 중에서 우리나라가 최저야. 그렇다고 대만이 우리보다 20배 부자였나? 2003년 GDP를 보면 대만보다 우리가 더 높아. 우리가 남북 대치 상황과 징병제 때문에 할 수 없이 병사들 월급이 적다는 건 거짓말이야. 대치 상황의 절박함으로 따지자면 이스라엘이 우리보다 훨씬 더하잖아. 사방에 아랍 적국인 데다 최근 50년간 대체 전쟁을 몇 번 했냐고. 여전히 시내에서 폭탄 테러 터지고 있고. 거긴 여자들까지 징병제지. 국민총동원체제라고 봐야지. 그래도 그들 역시 이미 10년 전에 20만원대야. 우리나라는 이제야 사병 평균 월급이 8만원대가 됐어. 아직도 10년전 그들의 절반도 안돼. 더 놀라운 비교 해볼까? 2007년 기준으로 징병제인 독일 상병 월급이 2,072달러야, 당시 우린 상병 월급이 84달러였고. 비교 자체가 안된다고.
그 나이대 청년들이 군대 가지 않고 취직해서 받을 평균 급여를 생각해보자고. 아무리 낮게 잡아도 최소 100만원대는 될꺼야. 그러니까 그 나이대 청년들은,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도, 월 100만원씩 나라에 내면서 군 복무를 하는 거라고. 이걸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고 말 한마디로 다 덮어버리는 건 대국민 사기지. 그렇게 신성한데 왜 거지 대우를 해, 씨바. (웃음)
그래 놓고 청년들에 대한 보상을 민간에 떠넘기는게 바로 군가산점 제도고. 군 복무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건 맞아.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는 병사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없거든. 뭐하러 돈을 들여. 신성한 국방의 의무, 남북 대치 상황만 들이대면 이야기 끝나는데. 그렇게 몇십 년을 세뇌시켜놨는데. 지금 병사들 월급 평균이 8만원대가 된 것도 그나마 노무현 시절 두번이나 대폭 인상해서 겨우 그렇게 된거야. 보수 정권 시절 병사 평균 월급은 몇천 원 수준이었다고. 그러니까 군가산점 문제로 여자들과 싸우는 남자는 스스로의 멍청함을 자백하는 거야. 왜 여자들과 싸워? 정부와 싸워야지.
군가산점 문제를 남녀 평등의 차원에서 보는 그런 물타기가 바로 우리 정치의 특기지. 자신들이 야기한 구조의 문제는 덮어버리고 그 구조에 쏟아져야 할 비난을 엉뚱한 말초적 사안에 돌리는 거. 큰 연예인 사건들이 그런 용도로 많이 쓰여 왔지. 그럼 진짜 눈을 돌려야 할 곳은 어디냐.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병사 월급 총액이 약 4,878억이야. 그런데 작년 한 해만 이명박이 4대강에 쏟은 예산이 6조 2,000억이라고.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병사들의 13년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이야. 그런데 지금 국방부가 내놓고 있는 병사들 월급 인상안을 보면 2020년까지 월 20만원으로 올리겠다는거야. 미친놈들. (웃음)
그러니까 이건 예산의 문제가 아니야. 돈이 없어서 못 주는게 아니라고. 먼저 미 군산 복합체의 빨대에 온몸을 대줘왔던 우리 보수와 전후 60여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미군에 의존하고 다 같이 나서서 전시작전권 환수를 극렬히 반대하는 군 수뇌부의 썩어빠진 정신을 먼저 지적해야 하는거고, 그로부터 떨어지는 떡고물을 받아 처먹었을 집단들을 철저히 발본색원해서 그 커넥션을 끊어버려야 하는 거고, 그리고 나서 그런 구조가 지난 60년간이나 지속되도록 만든 분단 체제를 극복해야 하는거야.
출처 : 책 <닥치고 정치> 김어준 P207 ~ P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