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믿고 보는 Tv Show 회사 대열에 진입한 넷플렉스의 신작, 나르코스(Narcos)입니다.
실존 인물인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Pablo Emilio Escobar Gaviria)와 그를 검거하기 위한
미국 DEA(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 마약단속국 요원인 스티브 머피와의 대결구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1. 비슷한 작품들.
이 드라마는 겉으로 보기에 과거 흥행요소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범죄, 폭력, 섹스, 마약 등을 심도 깊게 다루고 있습니다. 어째서 이것이 과거 흥행요소인가 하면, 과거 대부를 필두로 마피아 영화들이 큰 흥행과 유행을 일으켰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마피아 영화는 범죄와 폭력, 섹스, 마약은 빠질 수가 없는 요소입니다.
즉, 자극적인 소재를 탈탈털어 넣어습니다.
<마피아 영화의 필수요소인 조 페시형>
일단 예고편을 보면 겉으로 보기에 마피아 영화의 대표작인 스카페이스, 칼리토, 카지노, 좋은 친구들의 콜롬비아 버전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마피아, 범죄영화들은 한 평범한 사람이 범죄자의 길을 걸으며,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정도의 돈과 성공, 명예를 거두는 모습을 그리며, 일반인이 도덕적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 부르는 말도 안되는 성공은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충족시켜 줍니다.
<캐서방의 로드 오브 워, 잘 안알려져 있지만 상당히 재미난다>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자 Vs 공권력의 구도로는 캐치 미 이프 유 켄, 로드 오브 워, 언터쳐블과의 상당한 유사성을 보여줍니다.
<그 언터쳐블이 이 언터쳐블이 아니다>
모두 큰 흥행을 거두고 한때는 유행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으며, 흥행과 유행은 거두지 못했을 지라도, 상당한 호평은 받은 영화들입니다. 이 모든 영화들의 공통점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일탈과 대리만족에서 오는 희열입니다.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좋은 친구들의 식당 롱테이크 씬>
설령 길거리에 작은 휴지하나 버리지 않는 투철한 준법시민이라 할지라도 주인공들이 악행으로 일구어낸 돈과 명예, 힘에 도취되어 그들이 검거되거나 죽음을 맞는 그 순간까지 마음속 한 구석에는 그들의 편을 들게 되고, 또 한 쪽으로는 나 역시 그러한 성공을 이루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끔 유도합니다.
실제 인류 역사상 최고의마약왕 중의 왕이었던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이야기를 다룬다면, 위에 언급했던 작품들에 대한 요소는 극대화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농부의 일곱자녀 중 3째로 태어나 묘비를 훔쳐 파는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 코카인의 80%이상을 유통하던 그가 이룩한 부를 따지자면, 성공이라는 말로는 다 주워담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는 이미 30세 이전에 "코카인의 왕"에 등극하여 거대한 카르텔의 보스가 되었고, 하루에 50억 달러이상의 수익을 올리려 세계 10대 부자에 포함될 정도로 부의 끝을 달리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Tv 시리즈에서의 파블로, 돈 다발, 돈 뭉치, 돈 자루, 그리고 고무줄>
얼마나 현금이 많았냐면, 돈 다발을 묶기 위한 고무줄을 매주 1,000달러 어치를 구입했고, 도저히 쌓아 놓을 수 없을 만큼의 현금을 벌어들이자 땅속에 파묻는가 하면, 그 돈을 쥐들이 갉아 먹어 생기는 손해가 10%를 넘어섯다고 합니다. 콜롬비아에서 가장 큰 농장과 건물, 상점, 집을 500채 이상 소유하였으며, 집에는 얼룩말, 하마, 기린, 코끼리, 타조 등의 200여종의 동물을 키웠고 40여종의 차를 수집하였으며, 마약 수송을 위한 보트, 핼리콥터, 비행기등을 몇대나 소유하였습니다.
반면, 그가 자란 빈민가라 할 수 있는 "메데인"에는 아낌 없는 투자와 선행을 배풀었습니다. 병원과 학교를 세우는가 하면, 수도인 보고타에도 없었던 전철을 개통하고 축구단을 운영하였으며, 빈민들에게 무상으로 돈다발을 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메데인 시민들은 찬사와 존경을 표했고, 시민들은 파블로의 편에 섯기 때문에 그를 검거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메데인을 콜롬비아 제2의 도시로 만들어낸 이중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 어떠한 마피아, 범죄 영화보다 더 멋지고 찬란하게 표현할 수 있는 그의 부와 성공에 대하여, 드라마 나르코스는 매우 담담하고 무미건조하게 그려냅니다. 분명, 드라마의 성공을 위하여 대중성과 인기를 노리기에 파블로 에스코바르 라는 인물은 최적이자 최강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내내 파블로가 무언가에 흥미를 보이거나 희열을 느끼는 모습은 결코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에서 만든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특유의 영웅주의는 눈꼽만치도 보이지 않습니다. 거대한 악중 악인 파블로를 잡기위하여, 선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DEA 요원 스티브 머피의 영웅적인 모습을 그리기에 아주 적당한 소재와 이야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르코스가 택한 노선은 담담함입니다.
3. 나르코스가 보여주는 파블로와 스티브, 콜롬비아와 미국.
나르코스는 인류 역사상 최고 최악의 악당인 파블로의 악행과 성공에 그 어떠한 조미료도 첨가하지 않습니다. 그는 수백억 달러가 쌓여있는 모습, 수천억 달러 어치의 코카인 더미 앞에서도 시종일관 무표정에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악행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누군가를 죽이라는 명령을 하거나 누군가를 협박할때에도 그의 표정은 무미건조합니다. 그의 표정이 살아날 때는 가족과 함께이거나 범죄라는 음지가 아닌 양지에 서 있을때, 그리고 가족에게 이변이 생겼을때 뿐입니다.
나르코스에서 보여주는 미국은 파블로는 물론 코카인에 아무런 관심도 없이 공산당에만 집중하다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나서야 코카인에 눈을 돌리게 되고, 자신의 나라에 해악을 끼치는 코카인을 몰아내기 위해서라면, 남의 나라 콜롬비아가 어떻게 되든, 누가 죽든 아무 상관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의 수박은 아직 안전합니다. 아, 이 사람 스티브 아닙니다.>
스티브의 모습 역시엄청난 정의감이나 사명감, 정확한 사격능력, 뛰어난 체력과 모든 것을 꿰뚫는 추리력 등의 영웅적 능력은 전무합니다. 희대의 악당을 검거하겠다는 영웅적 행동에도 불구하고 스티브은 그저, 파블로의 손과 미국에 의하여 좌지우지되는 콜롬비아와 개개인이나 타국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미국 사이에서 고뇌하고 지쳐가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파블로라는 절대악을 돈 보다는 명예와 자존심, 가족애를 부각시키며, 미국이라는 나라는 강대한 힘을 가졌으되 한심하게 표현하고 콜롬비아는 미국과 파블로에게 휘둘리는 힘 없는 약자이며, 그 모든 것을 지키고 싶어하는 스티브은 무력감에 지쳐갑니다.
4. Tv Show인가 다큐멘터리인가.
앞서 언급한 것 처럼, 나르코스는 치킨이라는 맛있고 자극적인 소재를 가졌음에도, 튀김옷을 하나하나 벗겨내고, 그 속의 염지된 살을 물로 씻은 후 살살 끓여, 담백하게 시청자에게 내놓습니다. 분명 자극적이기 짝이 없는 당시 실제 영상들과 사진들을 사용하고, 돈다발과 마약이 쌓여있으며 권총이 드물게 등장할 정도로 각종 기관총을 난사하는 이 나르코스는 아무런 멋도 희열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파블로는 저 많은 돈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는 결코 돈을 쫓지 않는다. 그리고 90%는 저 표정이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켄 처럼 범죄자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 그의 편이 되는 것도 아니고, 영화 언터쳐블과 달리 주인공의 영웅적인 모습에 반할 수도 없으며, 다양한 사건이 다양한 인물로 다양한 시각에서 다양하게 펼쳐지는데 더 심각하게 다양한드라마 왕좌의 게임처럼 긴장감이나 긴박감이 느껴지는 것도 아닙니다.
영화 좋은 친구들 처럼, 스티브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콜롬비아의 생태를 그린 동물의 왕국이랄까요. 콜롬비아의 왕국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5. 결론.
리뷰를 작성하다 보니 부분적으로 과장된 폄하한 것은 사실입니다. 한니발 보다 더 무표정한 파블로의 감정선을 읽는 재미도 있고, 파블로와 그의 카르텔이 저지르는 악행에 분노와 잔인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워낙 담담하게 그려냈기 때문에 시즌1의 전 에피소드를 보고나면, 그래 나르코스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떤 느낌을 주는 드라마였지? 라고 스스로에게 물었을때, 선뜻 답을 내리기 힘들다는 것 입니다.
<담담하다, 담담해. 담담마왕 파블로>
선악의 대비가 극명한 이야기임에도 특유의 담담한 진행과 연출은 누군가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제발 잡히지마!" 혹은 "제발 좀 잡아!"를 방해하는 듯하고, 결국 다큐멘터리를 보듯 "아... 나쁘구나..." 혹은 "아... 잡으려나...?" 하며 감정이입이 매우 느슨하게 만듭니다.
드라마 소프라노스의 토니 보다 수수하다 싶을 정도로 카리스마 없는 파블로와 범죄자에게 휘둘리는 드라마 한니발의 윌 보다도 정의감도 사명감도 느껴지지 않는 스티브의 연출이 한몫할 것입니다. 연기나 외모가 엉망 진창이라는 것이 아니라, 연출 자체가 두 등장인물에게 매력을 갖기 힘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연기, 특수효과, 등장인물 그 모든것에 과장된 것이 전혀 없으니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드라마 한니발이나 스텐리 큐브릭의 너무도 꽉 짜여져 바늘하나 들어갈 틈도 없는 완벽함이 아닌, 신경쓰지 않으면 알아차리 힘들 정도로 자연스럽고 자세한, 또 다른 맛의 완벽한 연출은 뒤돌아 보면 이 드라마 최고의 매력은 현실감 넘치고, 생생한 현장감이라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이게 무슨 개소리인지 저도 쓰면서 와닿지 않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이런식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무책임하지만, 직접 보시면 압니다.
<리얼함의 극을 추구했다는데, 재연드라마 수준으로 느껴졌던 퍼블릭 에너미, 보다가 졸은 정말 몇 안되는 영화 퍼블릭 에너미>
또한 나르코스의 백미는 바로 액션장면 입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뻔한 액션씬도 많이 등장하지만, 특정 장면에서 배우들의 동선이나 카메라의 이동, 그리고 연출은 조니 뎁의 퍼블릭 에너미가 의도한 것 보다 훨씬 더 현장감 넘치는 연출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인물인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이야기 임과 동시에 넷플렉스 드라마라 절대로 놓칠 수 없었던 드라마 나르코스의 리뷰였습니다. 어째 너무 수수하고 담담하며 밋밋하다라는 평으로 기울기는 했지만, 그것은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시즌1을 아주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진행시켰기 때문에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다보니, 시즌2로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나르코스, 보시면 분명, 상당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 입니다.
-주의-
이 드라마는 당시 실제 사건사고의 사진이나 영상의 자료화면이 매우 자주 보여집니다.
따라서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상당히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느껴지실 수 있으니 시청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