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대 중반에 접어든 학생입니다.
이번에 중요한 시험이 끝나면서 마트알바를 하고있는데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루에 13시간씩 주 6회로 일하는 중이에요.
공산팀이라고 야채와 고기, 과일들을 제외한 공산품들을 진열하는 일을 하는 동시에 배달과 이런저런 잡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무거운 짐을 드는 경우도 잦고 말그대로 마트의 머슴이기때문에 심부름도 자주 하지만
애초에 돈을 버는 동시에 몸을 만들고자 일을 시작한거여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오히려 무거운 짐을 들 때마다 '와... 이 짓을 3개월정도 하면 도대체 몸이 얼마나 좋아질까' 내심 기대도 되고
집에 와서 녹초가 된 나를 볼 때마다 '헬스장을 안가도 충분하겠구나...' 생각이 들며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힘든 부분은 정신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저를 제외한 다른 직원분들이 일을 너무나도 비효율적으로 하고 계십니다.
저희 공산품에는 50대초반 팀장님과 40대 여사님들이 계신데 저 혼자 거의 모든 매대를 도맡아서 진열하고 있습니다.
여사님들은 틈만나면 커피마시고 얘기하기 바쁘고 팀장님은 매입과 할인상품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그런데 저는 제 일에 대해서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돈도 알바치고 넉넉하게 받기 때문에 묵묵히 제 할 일 하면서 불만없이 매대를 채워나갔습니다.
하지만 이 보람찬 일도 잠시 오늘 일이 터졌습니다.
저는 스마트폰에 진열된 제품명을 진열 순서대로 적어놓고 빈 갯수만큼 숫자만 적었다가 채우면 지우는 방식으로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1000개가 넘는 제품들을 메모한다고해도 10분채 안걸리며 꽤 신속하게 일을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직접 종이에 제품명과 갯수를 일일이 다 적어가며 하느라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리고
아무래도 직접 손으로 종이에 적다보니 글씨를 못알아보거나 중간중간 빠트리는 일도 잦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오늘 마트 점장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마트 직원들이 저를 안좋게 보고있는 것을 아냐고 정신좀 차리라고 하네요.....
저는 깜짝 놀라서 무슨 소리냐고 제가 무슨 실수라도 한 것이 있느냐고 말하니까
자꾸 일하는 중 폰으로 헛짓거리 한다고 아무리 어려도 그렇지 그러면 쓰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일일이 제 방식을 설명드리고 효율적인 부분과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드렸지만
마트에 오면 마트 방식을 따르는게 맞지 왜 너 혼자 뭘 할라고 하냐고 그냥 시키는대로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동안 채워왔던 무수히 많은 매대들은 무엇이 된것이며
자기네들이 채워온 매대가 아닌 커피잔들은 뭔가요....
어마어마한 배신감과 함께 정말 의욕이 하나도 없네요....
그 후로 점장님께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마트 안에서는 폰을 보지 말라고 하셨고 일은 종이로 메모하라고 하셨는데
이런 소리를 하니 저는 이제까지 해온 제 방식을 그냥 농땡이로 취급해버리는 것 같아 더 서운하고 의욕이 안 납니다.
종이를 들고 깨작깨작 써가며 진열하고는 있지만 너무 짜증나고 열받습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혹시 내 스타일이 이 마트가 아닌 차후에 사회생활에서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저는 일을 할 때 효율을 많이 따지는 편이고 남들에게 제 방식을 강요하는 편은 아니지만 제 개인적으로 내 방식에 대한 우월감(?)과 보람을 느낍니다.
이런 맛에 더더욱 방식에 대해 연구하고 도입해보는 스타일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효율'이라는 것에 대해서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고 그들의 원래 시스템을 깬다는 관점에서 달갑게만은 보지 않을 것 같은데
실제로 사회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보는지...
만약 고쳐야하는 안좋은 습관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조금이나마 효율과 사회를 조화롭게 맞춰나갈 수 있을지...
그리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면서 그동안 불태웠던 열정과 의욕이 싹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하고 때려치우면 앞으로도 맨날 이런 사소한 일로 쉽게 포기해버릴 것 같아 어떻게든 참아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종이에다가 펜으로 글씨를 쓸 때마다 답답하고 열받아서 종이를 다 찢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네요.
그리고 이런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다보니 하루종일 표정이 굳어있어서 저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던 분들에게는 둘째치더라도 저에게 매일같이 신경써주시고 잘해주시던 분들과 점장님에게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야하는게 죄송스럽습니다.
성숙하게 잘 이겨내고싶은데
어떻게 해야 달아나버린 의욕이 조금이나마 되살아날지...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평소 마시지도 않던 술을 몇일째 마시고 있네요.
맥주는 배부르다고 참 안좋아했었는데 편의점 4병 만원 할인으로 이것저것 마셔보다가 칭다오라는 정말 맛나는 맥주도 발견했습니다.
이러다 술에 의존하게되서 알코올 중독이라도 되는건 아닌가 걱정되네요ㅠㅠ
진짜 힘든건 인간관계라더니 틀린 말 하나 없네요...
사회초년생으로서 무지 힘든 나날들을 겪고 있습니다.
인생 선배님들 한마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