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도 없는데 멀리 파견되어 가게 되었으니 음슴체..ㅠㅠ
지난번 PC방 글이 무려 베오베에 가게 되어서(감격감격ㅠㅠ) 다른 썰을 풀어보겠음.
때는 집안에 일이 있어 휴학하고 대여점 알바를 하던 시절..
만화책,소설,비디오,DVD 등을 대여해주는 대여점이었음.
오전 알바를 했는데 주요 업무로는
아침에 대여점을 오픈하고, 청소를 싸악 한다음
오후에 하교하는 중딩들이 몰려오기전까지
가장 중요한 장기연체자들에게 연락을 하는 업무였음.
대체로 연체자들에게 연락을 하게되면 받게되는 리액션은
1.우리 아이가 그럴리가 없다! 빼액!(학생 부모님들..)
2.왜 학생한테 만화책을 빌려주냐! 빼액!(역시 학생 부모님..)
3.거 얼마나 한다고, 알아서 갖다주겠다 빼액!
등등등.. 곱게 갖다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10에 1도 될까말까라서 매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음.
게다가 사장님도 연체자 명단에서 연락을 많이 안돌리면 좀 압박을 하셔서 더 스트레스 만빵..
그리고 일한지 얼마 안되었을때, 어떤 아저씨께서 새로 오셔서 가입을 하고 소설책을 어마어마한게 빌림. (약 20권 가까이)
책을 아무리 많이 빌려도 대여일이 길어지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조심스레 물어봄.
(사장님은 많이 빌리면 하루이틀은 늘려주라고는 하셨지만 명확한 기준은 없었음)
나 : "손님, 책을 많이 빌리셔도 이틀정도만 늘어납니다. 다 읽으실 수 있겠어요?"
손님 : "괜찮아요, 다 읽을 수 있습니다."
애매했지만 20권 가까이 빌려드렸고, 그렇게 아저씨는 돌아오지 않음..ㅠㅠ
사장님은 처음온 손님이 많이 빌리면 의심을 해봤어야지 라고 하셨고,
게다가 가입시킬때 신분증을 보지 않고 핸드폰번호와 불러주는 주소만 받아적어서 더 타박을 받음.
그렇게 아저씨는 연체자 명단에서 시작부터 상위권을 차지하더니 어느새 압도적인 1등 연체료, 1등 연체자가 되었고
나의 스트레스는 더 극심해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매일 휴대폰으로 전화를 거는거였는데, 그때마다 전원이 꺼져있었음..
그렇게 한달쯤 지났을때, 습관처럼 연체자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신호가 감?!!!!!!!
손님 : "(다 죽어가는 목소리)여보세요.."
나 : "안녕하세요. OO대여점입니다"
손님 : "그래서요?"
나 : "xx월 xx일에 yy소설책을 20권 가량 빌려가셨었는데요.."
손님 : "..................아~ 그랬었죠"
나 : "언제 반납을 하실건가요?"
손님 :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병원이라.."
나 : "네? 병원이요?"
손님 : "제가 지금 바로 갖다드릴께요"
하고선 전화가 끊김.. 뭐지? 거짓말인가? 그렇지만 목소리로 봐선 뻔뻔한건 아닌것 같고.. 진짜 죄송해하는 목소리이긴 했음..
그리고 30분뒤 대여점 앞에 택시가 멈추더니, 환자복을 입고 다리에 깁스를 한채, 목발을 한 손님이 내림?!!!
나는 깜짝 놀라 얼른 나가서 손에 있던 어마어마한 양의 소설책을 받아줌.
손님 : "죄송합니다. 소설책을 빌리고 얼마뒤에 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입원해있었습니다.
담당의사선생님은 외출은 안된다고 했지만, 몰래 빠져나와서 갖다드려요"
나 : "아니.. 그렇게까지;;;;;;"
손님 : "연체료가 얼마죠?"
연체료는 약 13만원 정도였고, 연체료를 들은 아저씨는 금액을 바로 나에게 주고 곧바로 택시를 타고 가심..ㄷㄷ
당시 내가 일한 시간에 매출 정산을 하면 약 30만원이었는데, 매출의 절반가량인 연체료를 쿨하게 계산하고 간거임;
정산료 문자를 받은 사장님은 바로 전화가 와서 단체손님이 가게를 싹쓸이 해갔냐며 물었고 나는 아저씨의 연체료 이야기를 했음.
그 일 이후 아저씨께서는 대여점의 VVIP가 되었지만, 아쉽게도 그만둘때까지 오시진 않음.
그렇슴. 이것은 내가 역관광 당한일임; 이렇게 멋진 역사이다는 내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임.
요약
1. 대여점에 처음온 손님이 책 20권 가량을 빌리고 한달동안 잠적.
2. 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매일 연락했지만 연락두절상태..
3. 연락이 되었는데 알고보니 책을 빌리고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중
4. 의사 몰래 외출까지 해서 연체료 다 계산하고 감..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