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다시 길고 긴, 지독한 항암치료가 시작하네요.
예전과 다르단 건 제 옆에 아빠가 없다는 거겠죠?
과연 아빠 없이 그 긴 항암치료를 버틸 수 있을까요.
몸이 요즘 너무 아프고 괴로워 마음까지 약해졌나 봅니다.
그래서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마음이 굳건해질 수 있게 아빠가 딸에게 하는 것 처럼 따뜻한 말 한마디 부탁해도 될까요?
부탁드립니다. 다들 건강하시길 바라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   - 정호승 >
우리의 인생길에는 반드시 어두운 밤이 있습니다.
질병이라는 밤,
이별이라는 밤,
좌절이라는 밤,
가난이라는 밤 등등
인간의 수만큼이나 밤의 수는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밤을 애써 피해왔습니다.
가능한 한 인생에는 밤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왔습니다.
그러나 밤이 오지 않으면 별이 뜨지 않습니다.
별이 뜨지 않는 인생이란 죽은 인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누구도 밤을 맞이하지 않고서는 별을 바라볼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밤을 지나지 않고서는 새벽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 꽃도 밤이 없으면 아름답게 피어날 수 없습니다.
이른 아침에 활짝 피어난 꽃은 어두운 밤이 있었기 때문에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봄에 꽃을 피우는 꽃나무도 겨울이 있었기 때문에 꽃을 피웁니다.
신은 왜 인간으로 하여금 눈동자의 검은자위로만 세상을 보게 했을까요?
눈을 만들 때 흰자위와 검은자위를 동시에 만들어 놓고 말입니다.
그것은 어둠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라는 뜻이 아닐까요.
어둠을 통하지 않고서는 세상의 밝음을 볼 수 없다는 뜻이 아닐까요.
별은 밝은 대낮에도 하늘에 떠 있습니다.
하지만 어둠이 없기 때문에 그 별을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오직 어두운 밤에만 그 별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검고 어두운 눈동자를 통해서만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듯이,
밤하늘이라는 어둠이 있어야만 별을 바라볼 수 있듯이,
고통과 시련이라는 어둠이 있어야만 내 삶의 별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내 인생의 캄캄한 밤,
그것이 비록 견딜 수 없는 고통의 밤일지라도 그 밤이 있어야 별이 뜹니다.
그리고 그 별들은 따뜻합니다.